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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 희생양 만든 환경부.. 경유차 늘어도 미세먼지는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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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 2013년도 최신 자료 보니...환경부, 경유차 희생양 몰고 갔나

 

NOCUTBIZ
경유차는 늘었지만 자동차가 배출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총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최신 자료에 나타난 수치다.

미세먼지의 주범이 경유차라는 환경부의 주장은 틀렸고, 경유 가격을 올려 경유차 사용을 줄여야한다는 근거도 빈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대통령의 “특단의 대책” 주문에 다급해진 환경부가 경유차를 희생양으로 과도하게 몰아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일 오후 ‘2013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보고서를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보고서로는 가장 최신 자료다.

◇ 자동차가 내뿜은 미세먼지는 오히려 감소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이륜차 포함)가 주종인 ‘도로이동오염원’은 2013년 33만5721톤의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했다. 2012년 34만5666톤보다 1만톤 가량 줄었다.

자동차가 전체 NOx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2013년 30.8%로, 2012년의 32.1%보다 비중이 줄어들었다. 질소산화물은 초미세먼지(PM2.5)의 재료가 되는 원인물질이다.

2013년에는 도로이동오염원이 직접 내뿜은 미세먼지(PM10)도 1만2103톤을 기록. 2012년 1만2969톤보다 800톤 이상 줄었다. 초미세먼지(PM2.5)는 같은 기간 1만1932톤에서 1만1135톤으로 역시 800톤 가량 감소했다.

이에따라 전체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각각 10.8%와 15.6%에서 2013년 10%와 14.5%로 축소됐다.

 

그런데 2012년 1887만대였던 자동차 등록대수는 2013년에는 1940만대로 2천만대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게다가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연료별 차량비중은 휘발유 48.5%(940만대), 경유 38.1%(740만대), LPG 123.3%(239만대)다. 2012년의 경유차 비중 37.1%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

경유차가 증가했지만, 자동차가 내뿜는 NOx와 PM10, PM2.5는 줄어든 셈이다. 보고서는 “도로이동오염원은 최근 10년간 전반적인 감소 경향을 보였고, 2013년에는 신규차 등록대수 증가로 배출량이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2013년은 경유 신차에 유로5 기준이 적용됐던 시기다. 유로3→유로4→유로5로 경유차 배출가스 인증기준이 엄격해지면서 경유차 비중은 늘었지만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거꾸로 감소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2014년 9월부터는 가장 엄격한 유로6 기준이 적용 중이다.

◇ 경유값 인상은 성급하다 전문가들 경고했지만...

2013년에 전년대비 NOx 배출량이 크게 늘어난 오염원은 자동차가 아니라 비도로이동오염원, 그 중에서도 항공(16.6%)과 건설장비(19.5%)였다. 항공과 건설장비는 미세먼지도 전년대비 14.5%와 16.6%씩 더 내뿜었다.

또 NOx는 발전소를 포함한 에너지산업연소 부문에서 배출 비중이 더 늘었다. 2012년 전체 NOx 배출량의 15.8%를 차지했던 에너지산업연소 부문은 2013년에는 비중이 16.2%로 늘었다.

결국 2013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보고서를 보면 경유차가 주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발전소와 건설장비보다는 경유차를 잡는데 주력했다.

한 교통환경 전문가는 “갈수록 엄격해지는 기준에 맞춰 경유차의 배출가스를 저감하는 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제조사들이 신차를 출시할 때 폭스바겐처럼 조작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유도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의대 환경공해연구소 임영욱 교수도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먼저 각 연료별로 오염물질이 얼마나 배출되고 이것이 얼마나 유해한지 과학적인 근거 자료부터 마련해야 하는데, 너무 성급했다”고 의견을 내놨다.

사실 경유값 인상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문가들은 환경부가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경고를 계속 해왔다. 그러나 환경부가 한번이라도 이들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으로 활동했던 남준희 녹색당 정책위원은 “환경부 내부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계속 올라가니 비상대책반을 꾸리자는 의견이 작년 하반기부터 나왔지만, 장관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환경부가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소통도 없이 경유값 인상 카드를 덥석 내민 셈이다.

◇ 지난해 말에 만든 보고서... 왜 늦게 냈을까

국립환경과학원이 '2013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보고서를 2일에 그것도 홈페이지에 아무런 공지도 없이 조용히 공개한 배경도 의심스럽다. 보고서 표지에는 발행된 날짜가 2015년 12월로 찍혀있다. 최종 검토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도 1/4분기 안에는 나왔어야 하는 자료다.

그러나 무려 6개월이 지나, 그것도 공교롭게도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는 전날 오후에 슬그머니 공개했다. 조금만 빨리 보고서가 공개됐더라도 경유값 논란으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환경부 대기국이 미세먼지 대책을 만들던 시점에 2013년도 보고서가 이미 정리가 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

거꾸로 말하면, 경유차가 증가해도 이들이 내뿜은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유값 인상안을 밀어붙였을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만일 보고서의 존재를 몰랐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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