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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협상 지리한 '샅바싸움'…의장, 상임위 배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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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여야가 20대 국회 개원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국회의장과 핵심 상임위 배분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 구성 법정시한을 준수하겠다는 여야 원내대표들의 약속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새누리당은 비공개 협상 뒷얘기를 폭로하며 감정 싸움으로까지 치닫는 모양새다.

◇ 새누리 "야합 사과해라" vs 野2당 "책임있는 여당 모습 보여라"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2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은 여당이 가져야 한다는 논리로 원구성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다"며 "더민주는 교착상태에 빠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법사위원장 자리를 과감하게 (새누리당에)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협상태도와 전략 변화에 만일 청와대가 개입됐다면 이는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는 일"이라며 "대통령에게 국회 자율성을 존중해달라는 부탁을 훼손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인 점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천주교 추기경들이 새로운 교황을 뽑을 때 결론이 날 때까지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 채 진행하는 '콘클라베'식 원구성 협상도 제안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은 발끈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더민주의 정책조정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청와대가 여당에 '국회의장직을 고수하라'는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억측으로 우 원내대표가 협상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김 원내수석은 또 "더민주가 법사위원장을 양보하는 대신 운영위원장과 정무위원장을 요구하고 있다"며 "두 상임위는 여당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김 원내수석이 여야간 상임위 배분 논의 내용까지 폭로한 이유는 지난달 30일 여야 3당 비공개 회의 후 더민주와 국민의당 원내수석들이 "협의가 되지 않으면 국회의장은 표결처리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그는 "야당이 야합한 (국회의장직) 표결강행 처리에 대해서 사과하고 3당이 정정당당하게 협상하겠다는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으면 협상에 대한 입장변화는 없다"며 사실상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도 재반격에 나섰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상호 원내대표가 교착상태에 빠진 원구성 협상 돌파구 위해 법사위까지 양보하고 오늘 하루종일 기다렸지만 (새누리당은) 답변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수석은 "이틀동안 협상에 안나오고 마지막에 사과까지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며 "여당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 (사진=윤창원 기자)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 역시 "새누리당이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어버이연합 여론조작, 홍만표 게이트 등 국민들의 공분이 큰 사건에 대해 손을 놓고 있어 야당이 나서서 공조를 한 건데 이를 야합으로 규정해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야가 만나서 얘기를 해야하는 데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김도읍 수석의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했다.

◇ 국회의장·핵심 상임위 배분 향후 주도권 '힘겨루기'

여야가 이처럼 원구성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는 이유는 국회의장 선출과 핵심 상임위원장 배분이 향후 쟁점법안 처리와 국정 견제.감시 등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은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칠지 말지를 결정하고 본회의 소집 날짜도 특정하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쟁점법안 처리의 마지막 열쇠를 쥔 자리다.

또 핵심 상임위인 운영위와 법사위, 정무위 등은 청와대와 사법부, 감사원, 국무조정실, 공정거래위 등을 피감기관으로 둬 국정과 경제정책 전반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원구성 협상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더민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통크게 양보했지만 문제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좀더 교착상태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공개 논의 폭로전 등 감정싸움 양상까지 치달은 여야 3당은 결국 현충일이 포함된 이번 연휴기간에 국회의장직과 핵심 상임위 배분을 놓고 막판 '샅바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의장직을 놓고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한치의 양보도 없는 데다 운영위와 정무위 등 핵심 상임위 조정에도 입장차가 커 원내대표들간 법정시한 준수 약속에도 불구하고 원구성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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