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사건 선고 공판이 열린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법정 입구 (사진=고영호 기자)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남지방경찰청 총경 등 18명에 대한 무더기 선고를 하기에 앞서 재판부로서 고뇌를 털어놔 이목을 집중시켰다.
재판장인 정상규 부장판사는 1일 316호 형사법정에서 열린 선고를 앞두고 10분간에 걸쳐 소회를 담담히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최고 난이도 사건'에 해당한다"고 운을 뗐다.
선고해야 할 피고인이 18명에 달하며 공무원과 기업가 등이 얽히고 설킨 복잡한 형태의 사건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 등이 재판 과정에서 힘든 과정을 겪었듯이 판사들도 힘들었다"며 "매일 밤 12시까지 기록을 살피고 주말에도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정당한 판결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애초 재판부는 이번 뇌물 사건 판결을 지난달 24일 하려고 했으나 1일로 연기됐다.
정 부장판사는 "재판이란 것이 가부간 결론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재판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검사와 피고인들이 전혀 다른 얘기를 할 때 어느 쪽이 진실인지 고민해야 했는데 결국 재판을 통해 추구하려는 진실은 범죄를 통해 깨진 평화를 재판에서 회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어 "재판이 현실과 다를 수 있지만 법률과 양심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공무원들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정 부장판사는 "여러 직업에는 직업 윤리가 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며 "재판부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통상적 사고 기준을 따랐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모 총경 등 뇌물수수 혐의 공무원들에게 집행유예나 무죄를 선고했으며 주범 정모씨에게는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1시간 50분이나 걸린 선고 공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