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도 회사를 살리지 못한 정부와 채권단에 대한 비판론이 비등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방법론에도 회의가 일고 있다.
정부 채권단의 공동관리 과정에서 STX조선에는 6조 원 가까운 돈이 수혈됐지만 허사였다.
이를 놓고 금융권 내부에서는 정부와 정치권, 채권단 사이의 뿌리 깊은 '패거리 자본주의'를 끊지 않는 이상 제2, 제3의 STX가 계속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25일 채권단 회의를 열고 STX조선의 법정관리행을 결정했다. 2013년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지 38개월 만이다.
산은 측은 "STX조선 재실사 결과 유동성 부족이 심각해 이달 말 (만기) 도래하는 자금을 정상적으로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부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구조조정에 대한 큰 그림없이 서로 잇속만 챙겼다는 것이 설득력있는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회사가 절단난 원인은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인사에서 비롯됐다. 정치권은 산은에, 산업은행은 자행 출신 임원을 STX조선 등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기 급급했다.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은 기재부장관까지 지낸 MB 정부의 실세였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핵심이었던 홍기택교수가 산업은행장을 맡았고 수출입은행장은 또다른 서금회 멤버인 이덕훈 행장이 꿰찼다.
2012년 12월 26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자는 STX조선 강덕수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리해고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4월 STX조선이 자율협약을 신청할 당시 채권단 사이에선 지원 여부를 두고 이견이 상당했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저가 수주 지속 등으로 이미 수익성에 의문이 생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채권단 내부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정부 측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거론하며 자율협약을 사실상 강제했다. 여기에 '낙하산'으로 산은에 입성한 홍기택 당시 산은 회장도 결국엔 채권단 압박에 동참했다. 그는 당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STX조선의 구조조정에 대해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채권단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부실기업 정리를 꼼꼼히 따져보면 하나같이 이런식이다. 수조원대의 채권단 자금지원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STX조선해양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당국과 채권단은 지난해 5월 대우조선이 수조원의 부실을 감췄다는 걸 고백했지만
'메스'를 들이대는 대신 산업은행을 통해 4조2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지역의 유력자들의 보이지 않는 로비도 작용하고 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지역경제를 위한다는 논리도 있지만 회생 가능성이 없는 회사를 살리겠다고 나서는 건 오히려 나라 경제를 망치는 일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27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치금융, 정치금융 관행을 끊어내지 않으면 수조원대의 채권단 자금지원을 받은 대우조선해양도 STX조선해양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이 STX조선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책임 소재를 명확히 추궁하고, 채권단이 냉정한 잣대에 따라 구조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팀장 "국책은행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은 금융위"라며 "관리감독 당사자는 물론이고 관리감독 주체인 금융당국에도 책임을 명확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