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강남의 한 노래방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지 1주일이 지났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조현병 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규정한 가운데 피의자 김모(34) 씨에겐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24일 오전엔 현장검증도 이뤄져 사건 처리 자체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한 '여성혐오'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특히, 또래 여성이 살해당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20대 남녀 대학생들의 시각차 역시 뚜렷했다.
숭실대학교에 재학 중인 주모(22·여) 씨는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여혐) 범죄라고 주장한 것에 남성이 광분을 하니까 갈등이 일어나는 것 같다”면서 “오히려 함께 공감해주면 편이 갈릴 문제가 아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주 씨는 “유영철 사건(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연쇄적으로 20명을 살해한 사건)도 희대의 여성혐오사건인데 그때는 아무도 여혐이라고 하지 않았다”며, “이런 사례가 계속 누적돼 여성들이 폭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2·여) 씨는 “경찰들 중에서도 남성이 다수이기 때문에 이번 범죄가 여성혐오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남학생들의 시각은 달랐다. 숭실대 상경계열에 재학 중인 조모(24) 씨는 이번 살인사건이 이성간의 혐오로 이어질 문제가 아닌 특정 범죄자 개인의 문제라고 했다.
조 씨는 “정신 분열증을 앓고 있는 범죄자 한 사람이 일으킨 사건을 남자 전체 문제로 확대해선 안 된다”면서 “유영철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상경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 씨(23)는 “남혐(남자혐오)과 여혐 구도가 정착되는 건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항상 있었던 살인사건이 터진 건데 왜 남녀로 진영이 갈리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과대학 4학년생 박모(25) 씨는 애초 이번 사건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그는 “오히려 여성 혐오 사건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여혐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 같아 일부러 지켜보고만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남녀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갈등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그 전에 가지고 있던 남성 배제나 여성 배제와 같은 주관적 태도가 대학에서 강화될 수도 있다”면서 “학생들이 혐오적인 태도에 쏠리지 않으려면 교육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상에서의 남녀 간 전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이번 살인사건을 남성들의 여성혐오 범죄로 보는 커뮤니티(메갈리아, 워마드 등)와, 이들 여성을 비난하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와 같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대 문과대학에 재학 중인 홍모(20) 씨는 “이전부터 커뮤니티상에선 메갈리아 대 일베의 구도가 형성 되고 있었다”며 “이번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이 갈등의 기폭제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