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에 관해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이미지는 아주 단순하고 학습능력이 없는 '멍청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영국 글래스고대학 생물다양성·수의학·비교의학 연구소의 펠리시 헌팅포드 명예교수는 물고기는 절대로 멍청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23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수산 분야 최고의 학술대회인 세계수산회의에서 '물고기의 지능수준과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 기조강연에서 "물고기는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똑똑하다"며 "학습능력과 인지능력은 물론 기억력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물고기의 기억력이 15초에 불과해 같은 낚싯바늘과 그물에 재차 걸린다는 것은 인간의 잘못된 믿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일부 물고기 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물고기의 기억력은 15초가 한계라는 것이 밝혀졌으나 그게 전체 물고기를 대변하지는 못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많은 물고기는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학습능력과 기억력은 물론 도구를 이용하는 능력까지 갖고 있다.
송어의 한 종류는 낚시꾼의 모습을 기억해 같은 낚시꾼이 나타나면 인지해 도망을 가고, 대구의 경우 낚시 미끼를 물었다가 상처를 입고 도망친 후에는 같은 미끼가 다가오면 낚싯바늘이 있든 없든 물지 않는다.
일부 물고기는 사람이 쳐놓은 정치망의 위치를 알고 피해 다닌다.
바벨이라는 잉어의 한 종류는 낚싯바늘에 걸리면 끝이 날카로운 돌무더기 등을 이용해 낚싯줄을 끊으려는 행동을 하고, 산호초와 암반지대에 사는 물고기 등은 주변 지형을 기억하고 있으며 특정한 물체를 랜드마크로 삼아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각종 부유물을 타고 이동하거나 도구를 이용해 집을 짓는 물고기도 있다.
헌팅포드 교수는 기억력이 15초에 불과한 물고기도 그 시간이면 얼마든지 위험을 인지하고 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어떤 물고기가 낚싯바늘에 걸린 먹이를 먹다가 상처를 입었다면 위험을 알아채고 달아나는데 15초면 충분하며, 그 물고기는 같은 미끼를 두번 다시 무는 실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학자들의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증명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고기가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똑똑한 존재임이 밝혀진 만큼 어자원의 관리와 보전에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과학자들과 어민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