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왕국' 현대중공업, 끊이지 않는 사망사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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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비정규직이 제1원인…하청 포함시 재해율 0.95%

 

현대중공업에서 산업재해로 7명의 노동자가 잇달아 숨지면서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 5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이 죽음의 일자리가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현대중공업에서 9명, 그룹 계열사인 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까지 합쳐 총 13건의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2015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 끊이지 않는 사망사고 왜?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만 2014년부터 29개월에 걸쳐 총 2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어서, 약 40일에 한 명씩 일하다 사망한 셈이다.

이처럼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원인으로 현장 노동자들은 지난 수년 동안 급격히 늘어난 비정규직 비중과 구조조정 위기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를 들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중소형 조선소가 대거 도산하면서 해고된 노동자들 상당수는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 조선소에 이른바 '물량팀'이라는 비정규직 신분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하청에 재하청을 거듭한 끝에 있는 비정규직 가운데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놓인 노동자들로, 정규직들이 꺼리는 용접, 도장 등의 위험한 작업에 우선 투입되면서도 현장 안전 관리 감독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이기 일쑤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중공업 재해율은 0.66%으로 조선업 평균 재해율인 0.69%보다 낮지만, 사내하청업체 재해율까지 포함하면 0.95%로 뛰어오른다

◇ 넘치는 비정규직이 제1원인…하청 포함시 재해율 0.95%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2013년부터 현대중공업이 기성(도급비)을 삭감하자 산업재해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경영난에 시달리는 하청업체가 안전 관리 인력을 제대로 배치할 리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규직은 1, 2시간씩 안전교육할 때도 하청노동자는 출석확인만 하고 10분만에 현장으로 돌려보낸다"며 "최근에야 정규직 노조와도 연대활동을 벌이지만, 큰 효과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더구나 최근 조선업이 구조조정 위기에 놓이면서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해고의 칼바람을 고스란히 맞을 위기에 현장 분위기는 최악의 상태라는 전언이다.

우남용 현대중공업 일반직지회장은 "정상적인 작업환경이라면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산업재해가 일어나고 있다"며 "구조조정 여파로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분위기도 나빠지면서 현장 노동자들이 넋이 나간 사람처럼 일하고 있더라"고 귀띔했다.

◇ 현대 특유의 군대식 문화 탓 "까라면 까는 분위기"

이에 더해 유독 현대중공업이 다른 조선소와 비교해도 살인기업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현대 특유의 군대식 기업 문화 탓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 지회장은 "현대는 까라면 까는 분위기로, 공정일정이 굉장히 빡빡해 유독 혼재작업(여러 작업을 하나의 블록 안에서 동시에 진행)이 심하다"며 "위에서 족장을 설치해도 아래에서 용접하는 식이지만 항의조차 못해 안전규칙을 지킬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최근 안전관리 전담자를 배치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인사 면면을 살펴보면 안전보건 부문은커녕 현장경험도 없는 인사도 있다"며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기본적 소양도 없는 인사"라고 꼬집었다.

실례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임원들이 해병대 캠프에 참여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정신력을 다졌다고 홍보했다.

해병대 출신인 권오갑 대표이사는 취임 직후부터 회사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임직원들을 해병대 캠프에 입소시켜 독려해왔다.

하지만 수십명의 건장한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와중에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대책은 후진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비판만 사고 있다.

한편 이같은 산업재해는 비단 현대중공업이나 구조조정과 같은 미시적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에서도 자살자를 포함해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차례나 비슷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연세대 박종식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2012~2013년에는 대우조선해양에서 5명이 숨졌고, 그 전에는 삼호중공업에서 산업재해가 집중됐다"며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조선업계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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