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브로커 이민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사기 등의 혐의로 브로커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무렵까지 네이처리퍼블릭이 서울지하철 화장품 매장 사업에 진출하는데 로비를 벌이는 명목으로 정 대표로부터 위임을 받은 김모씨로부터 9억원을 받은(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유명가수의 동생 조모씨로부터 3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사기) 혐의도 있다.
이씨는 검찰에서 이같은 혐의는 인정했지만, 정 대표의 구명로비 등 실제 판검사 등에게 로비를 벌이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정운호 대표의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L부장판사를 술접대를 하는 등 구명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L부장판사는 이씨를 만난 다음날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 이씨의 항소심을 맡지는 않았으나 의혹이 확산되자 지난 2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씨는 또 검사장 출신 전관 변호사이자 고교 1년 선배인 홍만표 변호사가 정 대표의 사건을 수임하는 과정에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선임 과정 등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자 청와대 수석과 정부부처 차관 등을 거론하며 위세를 과시했다는 녹취록과 관련해서도 "허언을 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씨는 정 대표 등으로 받은 수억원의 자금을 생활비나 유흥비 등으로 모두 소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씨의 진술 내용과 기존에 확보한 수사 자료 등을 비교 대조한 뒤 변호사법 위반 등 추가 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씨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판·검사와 서울메트로 관계자, 정관계 인물들에 대해 로비를 한 적이 있는지 사실관계 확인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1월 검찰에 수배된 뒤 3개월 동안 이씨가 홍 변호사와 수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도 드러난 만큼, 당시 둘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씨는 검찰에서 "홍 변호사에게 자수를 해야하는지, 자수를 했을 때 처벌이 어떠할 지 등을 상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씨가 도피생활을 하고 있던데다 역시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홍 변호사가 수 차례 통화를 했다면 검찰 수사를 앞둔 '말맞추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앞서 검찰은 전날 오전 0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에서 공중전화를 이용해 자수 의사를 표명해온 이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이씨는 당시 휴대전화는 소지하고 있지 않았으며, 물병 한 개를 들고 있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도피 생활에 상당히 지쳐있었으며 수척한 상태였고, 물병을 들고 있지 못할 정도로 손을 떨고 안 좋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검찰은 도주했던 이씨에 대해 정 대표의 전방위 구명로비와 서울메트로 입점 로비 등에 깊숙이 개입한 핵심 브로커로 지목하고 추적해 왔다.
정 대표는 지난해 10월 100억원대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지난달 8일 항소심에서 징역8월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정 대표와 홍 변호사를 연결해주고 판사 등에 로비를 하는 역할, 홍 변호사는 정 대표가 2013년 도박 혐의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을 때 무혐의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정 대표가 홍 변호사에게 제공한 구체적인 수임료 규모 및 전달 경위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따져볼 방침이다.
또한 도주 중인 정 대표의 또다른 브로커이자 구속수감된 최유정 변호사의 사실혼 배우자로 알려진 이모씨도 계속 추적하고 있다.
홍 변호사의 경우 이르면 이번주 중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사건을 해결할 '키맨'으로 불리는 이씨를 체포한데다 일부 자백을 받아내면서 구명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