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어놓고도 일본은 무너졌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한 한국은 살아남았다.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는 지난 17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일본과 2016 리우올림픽 세계여자예선전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탈리아와 첫 경기 패배 이후 네덜란드, 일본을 차례로 꺾는 상승세를 탔고, 일본은 페루와 카자흐스탄을 모두 세트 스코어 3-0 완벽한 승리로 꺾고 쾌조의 출발을 선보였지만 한국에 패하며 남은 일정이 부담스러워졌다.
◇ 기대 이상의 초반 성적, 올림픽이 보인다!
이정철 감독과 여자배구대표팀의 이번 대회는 온갖 악조건을 극복해야 하는 부담이었다. 경기 시간은 오전과 오후를 오가는 상황이었고, 7경기 가운데 초반 3연전이 강팀과의 경기였다. 이 때문에 이정철 감독은 이탈리아와 첫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체격 조건에서 한 수 앞선 이탈리아에 아쉬운 패배를 당한 한국은 네덜란드를 격파한 데 이어 ‘숙적’ 일본마저 적지에서 가뿐하게 꺾으며 초반 3연전의 목표였던 1승 이상의 성적을 완벽하게 달성했다.
남은 경기는 카자흐스탄과 페루, 태국,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비교적 수월한 상대들과의 싸움이다. 카자흐스탄은 이 대회를 앞두고 국내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3경기 모두 승리했고, 도미니카공화국과 함께 3경기째 승리가 없는 만큼 한국의 승리가 유력하다.
페루와 태국이 다소 껄끄러운 상대로 평가되지만 남은 4경기에서 50%의 승률만 거두더라도 한국이 목표로 한 4승 이상의 성적으로 올림픽 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페루와 역대전적에서는 24승11패, 태국은 27승5패로 한국이 우위를 기록 중이다.
◇ 예상 못 한 패배, 일본은 위기에 빠졌다리우올림픽 세계예선전을 유치한 일본은 자국 경기를 모두 저녁 7시에 배치하는 꼼수를 썼다. 경기 일정도 초반에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과 붙은 뒤 막판에야 유럽의 강호를 상대한다.
출발은 좋았다. 페루,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2경기 연속 무실세트 승리를 거두며 리우올림픽 본선 출전권 확보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한국과 라이벌 경기의 패배는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다. 김연경(페네르바체)과 김희진(IBK기업은행)의 맹활약에 무너진 일본을 향한 현지 언론의 반응은 낙관에서 비관으로 급격하게 노선이 변경됐다.
닛칸 스포츠는 "4년 전 런던올림픽 예선에 이어 아시아의 라이벌에게 굴복했다. 리우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먹구름이 끼었다"고 평가했다. 남은 일정이 쉽지 않기에 일본 언론은 불안감을 쉽사리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일본은 18일 쉬운 상대가 아닌 태국을 시작으로 도미니카공화국,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차례로 만난다. 한국과 완전히 반대의 일정이라는 점에서 일본은 태국,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