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와 덴마크 케톡스 본사 방문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41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제품 '세퓨'의 독성물질 PGH 농도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보다 최소 160배 이상 진하게 희석된 농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체 무해' 기준보다 160배 진한 농도라는 게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 것인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용량이 실제 인체에 무해한 수준보다 1만 배 이상 독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흡입독성연구센터 이규홍 센터장에 따르면 독성물질의 안전기준은 보통 동물 실험을 통해 정해지지만, 현실에서 인체에 사용할 때는 안전 보장을 위해 기준보다도 훨씬 낮게 적용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독성물질을 인체에 사용할 때 공식 안전기준보다 100배 가량 낮게 쓰도록 돼있다.
따라서 안전기준보다 160배가 높다는 뜻은 사실상 유럽이나 미국에서 인체에 사용하는 기준보다 1만6000배나 독한 셈이 된다는 얘기다.
이 센터장은 "160배면 말도 안되는 수준"이라면서 "수면제 160알을 먹은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 세퓨 제품으로 동물 실험을 했을 때 7주 만에 동물이 폐섬유화로 죽기도 했다"는 결과도 소개했다.
또 고농도라는 건 공기 중에 더 많은 성분이 떠다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대 약학대학 강건욱 교수는 "PGH는 화장품에 쓸 때도 '스프레이'는 금지돼있다"면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 PGH 미세입자가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PGH는 호흡기 안에서는 녹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유해성분 흡입에 따른 증상이 바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라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평생에 걸쳐 호흡기가 약해지기도 하고, 말기로 진행될수록 회복 가능성은 희박해진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위원회에 참여했던 네오앤비즈연구소 이종현 박사도 "고농도 살균제의 위험성이 폐섬유화와 충분한 연관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낮은 농도로 쓰더라도 폐섬유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입증됐는데, 높은 농도로 쓰면 말할 것도 없이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세퓨를 제조한 업체인 '버터플라이이펙트'가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원료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 당시, 전문지식이 없어 인체에 무해한 수준보다 160배 강한 농도로 PGH를 희석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버터플라이이펙트 오모 전 대표는 2008년 세퓨 제조 당시, 동업자가 컴퓨터 키보드 살균 용도로 들여온 PGH 원료를 일부 빼돌려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다. 이 제품은 약 1년 간 시장에서 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