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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밥벌이' 위협받아 칼 휘두른 칼장수에 법원 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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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1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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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실형…항소심서 반성·재발방지 약속에 집유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40년 밥벌이 위협에 경쟁자에게 칼을 휘둘러 구속된 70대 칼장수가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준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박모(74)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박씨는 2014년 6월 10일 오후 4시께 서울 동대문구 한 시장에서 A(68·여)씨를 흉기로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주먹으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942년 전남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 통에 글도 배우지 못했고 20대부터 같은 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칼을 갈아주고 판매하는 일을 했다.

최근까지 5만원 남짓한 하루 수입으로 아내와 함께 90대 노모를 부양하며 살았다.

넉넉치 않지만 그럭저럭 유지되던 박씨의 생활은 2010년께 A씨(68·여)씨가 나타나면서 흔들렸다. A씨는 같은 시장에 3천만원짜리 첨단 칼갈이 기계를 놓고 영업을 했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박씨 수입은 절반으로 줄었다.

범행 당일 술에 취한 박씨는 '5일간 무료로 칼 갈아 드립니다'라는 입간판을 보고 순간 화가 나 흉기를 휘둘렀다. 마침 주변 상인들이 붙잡아 큰 불상사는 없었다.

검찰은 박씨가 살인을 저지를 의도가 있었고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면서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하고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올해 1월 서울북부지법은 "A씨도 피고처럼 고령인데다 역시 영세상인에 불과한데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인 박씨가 위험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선고 후 박씨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일부 시민은 그의 가족을 돕고자 돈을 보냈고, 법무법인 우성의 이인재 변호사는 무료로 항소심 변론을 맡았다.

항소심 재판에서 박씨는 "앞으로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고 다시는 칼을 만지지 않을 것이며, 피해자가 있는 시장 근처에 가지 않겠다"는 세 가지 약속을 했다.

피해자 A씨는 이러한 박씨의 다짐을 박씨 자녀로부터 전해 듣고서 선고가 나기 불과 며칠 전에 합의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렀고, 피고인이 고령인 데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피고의 책임 정도에 비해 다소 무겁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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