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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환 영상, "둥둥! 춤사위로 잠든 야성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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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엘 개관 기념전

배영환, <추상동사-can you="" remember?="">, 2016

 

검은 물체의 율동이 절도 있고 힘차다. 그 율동은 붓에 먹물을 묻혀 화선지에 강하게 터치했을 때 그 먹물이 튀는 듯한 형상을 그린다. 화면에 이어지는 율동은 수묵화의 대가가 빠른 속도로 대상을 그려나가듯이 생동감이 넘친다.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사람 형상을 한 몸체의 윤곽이 눈에 들어오고 하얀 가면을 쓴 얼굴도 알아보게 된다. 둥둥 북소리는 점차 커지고, 박자도 빨라진다. 이에 맞춘 춤사위는 봉산 탈춤이 되었다가, 두명이 추는 사자춤이 되었다가 변화무쌍하다. 어는 땐가 마치 거울을 보고 춤을 추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한 것은 화면속 주인공이 형태변화의 폭이 큰 거위털을 쓰고 춤을 추기 때문이다. 그 춤은 탈춤, 비보이춤, 브레이크 댄스, 힙합 등 동서양의 온갖 춤이 섞여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아메바가 율동하듯이 단순한 운동에서 중간 단계에서는 격렬한 춤을 추다가 끝나갈 무렵에는 북소리 간격이 점차 벌어지면서 춤 동작도 더 느슨해진다.

거의 동작이 잦아드는가 싶더니 잠시 컴컴해졌다가 갑자기 황금색 깃털을 뒤집어쓴 무용수가 기지개를 켜며 율동을 시작한다. 황금색 무용수의 율동은 마치 화염이 날름날름 날아다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이 영상은 배영환 작가가 플랫폼- 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전시에 출품한 '추상 동사'라는 영상 작품이다. 왜 '추상 동사'인가? 추상 명사는 개념어이고 박제되어 생명력이 없기 때문에, 그 추상 명사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인간의 의지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서 '추상 동사'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작가는 말한다. 북소리와 춤은 인간의 억압된 감정을 끌어내고 표현하는 매개 행위와 실천 행위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무용수는 새의 깃털을 뒤집어쓰고 가면을 쓰고 있다. 왜 새의 춤인가? 배영환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현금으로 눈이 가리워진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은유한 것이다. 이 작품의 춤은 무속과 샤먼의 춤이다. 샤먼을 통해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작품을 하기 전에 몸이 아팠다. 몸 속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 아플 때의 생각과 건강할 때 생각이 달랐다. 몸은 고통을 그대로 반영하는 증상적인 기호이다.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나,너, 우리를 생각해야 한다. 여러가지 춤이 있다. 눈이 가려져도, 그 상태에서도 춤을 춰야 한다. 이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돈이 모든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 이 맹목의 시대에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그건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들 - 자기 존엄, 자기 배려, 사랑, 우정, 연대, 공동체 의식 -이 아닐까. 작가는 이러한 가치들이 우리의 마음에 늘 충만하도록 일깨우기 위해 둥둥 북을 치며 야성의 춤판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리라.

'추상 동사' 영상 작품은 4개의 영상이 설치되어 다양하게 변주되는 춤사위를 감상할 수 있다.

이 작가의 전시는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의 개관을 기념한 전시이다. 태진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이 아트센터는 현대미술 전시와 더불어 퍼포먼스, 영화 스크리닝과 사운드 아트 공연을 통해 예술의 다양한 형식을 수용할 계획이다. 박만우 관장은 "미술의 다양한 장르에서 우리나라가 활기를 띠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플랫폼-엘이 제작, 창작, 담론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소명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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