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가 2천원 인상된 지난해의 국내 성인 남성 흡연율이 사상 최초로 30%대로 낮아진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10일 "지난해 성인 남성 흡연율 잠정치는 39.3%로 집계됐다"며 "2014년에 비해 3.8%p 낮아져 공식 통계 산출 이후 처음 30%대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가 매년 실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1998년만 해도 66.3%나 됐다. 이후 2001년엔 60.9%, 2005년 51.6%, 2008년 47.7% 등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성인 여성의 흡연율 역시 5.5%로 전년대비 0.2%p 감소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인 전체 흡연율 역시 22.6%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복지부측은 "감소 폭 역시 역대 최고치"라며 "지난해 1월부터 담뱃값을 인상하고 금연 지원 서비스를 확대한 데 따른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세금 부과의 근거가 되는 담배 반출량은 2014년 45억갑에서 지난해 31억갑으로 29.6%나 줄어들었다는 게 기재부측 추계다. 담배회사의 담배 판매량 역시 2014년 43억갑에서 지난해엔 33억갑으로 23.7% 감소했다.
하지만 담뱃세 인상으로 세금은 일년전보다 3조 6천억원이 더 걷혔다. 당초 예측치인 2조 8천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정부는 "2014년에 113억원이던 금연 지원 예산을 지난해엔 13배 많은 1475억원으로 늘렸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일단 '가격 금연 정책'이 주효했다고 보고,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9%까지 낮춘다는 목표 아래 '비가격 금연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오는 12월 도입되는 담뱃갑 경고그림의 '상단 배치'를 관철해 금연 효과를 최대한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오는 13일 열리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의 재심사가 첫 관문이다.
앞서 규제개혁위원회는 "경고그림의 위치에 따른 흡연율 감소의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게 없다"는 이유를 들어, 담배회사 자율에 맡길 것을 권고한 상태다.
복지부는 이에 반발해 즉각 재심사를 요청한 데 이어, 내년 하반기부터 담배 진열시 경고그림을 고의로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건강증진법 개정도 올해안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학교 절대정화구역' 안에 있는 소매점의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적용 구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절대정화구역은 초중고교 교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 이내인 지역을 가리킨다.
최근 논란이 된 20개비 미만 소포장 담배의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가향담배와 캡슐담배가 청소년 흡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이에 따른 규제방안도 2018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전자담배에 관한 규제도 궐련(일반담배)처럼 대폭 강화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자담배는 대부분 궐련과 중복 사용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오히려 니코틴 흡입양이 증가할 뿐더러, 비흡연자의 흡연을 유도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성인 남성의 궐련 흡연율은 감소했지만,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4년 4.4%에서 7.1%로 오히려 증가했다. 성인 여성의 전자담배 사용률 역시 2014년 0.4%에서 지난해 1.2%로 3배나 늘어났다. 특히 전자담배 사용자의 90.5%는 궐련도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먼저 담배사업법 등을 개정해 전자담배의 제세부담금 체계를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전자담배 용액의 부피에 따라 매기던 부과기준을 니코틴 함량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된다.
또 전자담배에도 궐련과 같은 수준의 경고그림이 도입되고, 광고 및 판촉도 같은 수준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보상을 받고 개인 블로그에 담배제품 이용 후기를 게시하거나, 담배 구매시 사은품이나 쿠폰 등을 주는 행위 등이 일체 금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담배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이번 비가격 대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1~고3 남학생의 지난해 흡연율은 11.9%, 여학생은 3.2%를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