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과 해운업은 외부 수혈을 받아야 생존할 정도로 깊은 수렁에 빠졌다.
해운업은 높은 '부채비율'이 기업 발목을 잡고 있고, 조선업은 부채보다 내실 악화라는 늪에 빠져 비용을 줄여야 하는 긴급 처방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2만기업연구소(소장 오일선)가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조선 3社의 매출대비 인건비를 분석한 결과, 작년보다 2%p까지 낮추면 9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선 업계를 이끌어가는 3인방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으로 업계 100大 기업 중 앞서 세 회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73.5%나 차지한다.
조선 3社 중에서도 위험 수위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위험 경보음이 가장 크게 울린 곳은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이다. 대우조선의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무려 7308%에 달했다. 기업이 존립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수치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작년 기준 각각 144%, 298% 수준이었다. 재무 건전성에 위급할 정도의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은 아니다. 다만 큰 폭으로 발생한 영업적자라는 내실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앞서 조선 빅3가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1.2%다. 이는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 7.6%와 비교해도 인건비 비중이 큰 편이다.
세 회사 중에서는 작년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의 인건비 비중이 가장 컸다. 작년 인건비는 매출 대비 13.7%나 차지했다.
현대중공업의 작년 매출 대비 인건비는 9.9%로 비중이 9%를 넘기 시작한 2014년과 2015년에는 영업적자를 봤다.
대우조선은 이미 5년 전부터 인건비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이와 관련해 한국2만기업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조선 3사가 앞으로 저성장 시대를 견뎌내려면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작년보다 1~2%p는 더 낮춰야 기업 회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작년 9.9%나 되는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8.9%로 1%p 낮출 경우 한 해 2400억 원 정도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계산됐다. 이 금액은 이 회사의 작년 직원 1인당 평균 보수액(7800만 원)으로 계산했을 때 3000여 명에 달하는 인건비 금액이다. 2013년도 인건비 수준인 8.5%까지 낮출 경우 3400억 원 정도 비용이 줄어든다.
삼성중공업은 우선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10% 아래로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 이 회사의 인건비 비중은 2011년 8.7%→2012년 9.1%→2013년 9.6%→2014년 10.1%로 증가했다. 작년 기준으로 삼성중공업 매출 대비 인건비를 10%로 유지했어도 3400억 원 정도를 아껴 영업적자 폭을 좀 더 줄일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계적으로 13.7%에서 2%p 줄인 11.7%로 낮추면 1800억 원 정도 규모다.
대우조선도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10%에서 1%p 낮춘 9%로 낮출 경우 1300억 원 정도를, 8%까지 낮출 경우 2600억 원 정도 비용이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 규모로 따지면 대략 1700~3500명에 지급되는 인건비 금액이다.
조선 3社의 작년 기준 직원 수는 5만 4582명이다. 앞서 세 회사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작년보다 1%p 낮추면 4500억 원 정도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2%p까지 줄어들면 9000여억 원에 1만 3000여 명에 상당하는 인건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위기에 처한 조선 3社가 회생하려면 정부 지원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향후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인건비 절감을 포함한 자구책 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건비 절감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을 일정 부분 삭감하는 방안이 있다. 이럴 경우 최소 10%에서 최대 30%까지 기존 연봉보다 줄어드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두 번째 방안으로 정리해고와 같은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인력 구조조정을 거부할 경우 정부 지원은 끊어지고, 회사는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서 선택의 폭은 매우 적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오일선 소장은 "정부 차원에서 조선사별로 강점이 있는 분야 등을 가려내어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업계 산업 구조조정이 끝난 이후에야 각 회사별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경영진 책임과 관련해 향후 근로자 대표도 경영에 참가하는 제도 보완 등의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견제할 만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