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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원짜리 '소논문' 작성 열풍…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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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소논문 쓰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연구·교육, Research & Education)활동으로 불리는 소논문 작성 활동은 최근 학생부종합전형이 크게 확대되면서 학생들에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필수 스펙으로 여겨지고 있다.

소논문은 5~6년 전부터 일부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에서 R&E 수업을 도입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뀐 뒤 학교생활기록부에 외부 스펙을 기재할 수 없게 되면서 일반고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잠실여고 안연근 진학부장은 "2~3년 전부터 서울 일반계 고교에서도 특목고나 자사고처럼 소논문을 쓰는 것이 확산됐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입시학원들까지 학생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소논문 작성을 부추기고 있고, 학생들이 수백만원을 들여 사교육업체에 의존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소논문을 쓰면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기록되고, 결국은 학생부종합전형 면접시 질문의 내용이 된다"며 "소논문 한 개를 작성하는데 100만 원 정도를 책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강남의 공립 K고등학교는 1∼2학년생을 대상으로 R&E 희망자를 모집하면서 백만원 가량의 비용을 학생들에게 부담시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학생들은 ‘다들 하는데 나만 소논문 작성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일고 있다.

문일고 김혜남 교사는 "일반고에서는 버거운데도 소논문 열풍이 부는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상위권 학교에 진학할 때 소논문이 높이 평가되는 스펙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 대학들은 소논문은 단지 참고사항일 뿐, 핵심적인 평가요소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대입에서 소논문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대 권오현 입학본부장은 "교과 내의 과학실험을 하다가 쓰는 보고서는 의미있게 보지만 소논문이라고 붙은 것은 별로 관심있게 안봤다. 이것은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게 내부 입장이었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고 밝혔다.

고려대 김재욱 입학처장은 "사교육업체에서 돈을 받고 작성해주는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고등학생들이 쓴 논문이라는 것 자체가 질이 얼마나 좋겠느냐"며 "반영을 안 하는데 자꾸 (소논문활동 기록을) 내서 이번에는 아예 그런 것을 받지 않겠다고 이미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한양대 등 다른 주요 대학들도 소논문은 학교생활과 연계된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연세대 박정선 입학사정관실장은 "우리는 모든 활동을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수행한 활동에 기반해서 평가하지, 통상 R&E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우수하다'라고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활동을 왜 했고, 거기서 어떤 활동을 했으며, 그 활동을 통해서 어떻게 발전했는지 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고 못박았다.

한양대 오성근 입학처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자기가 한 게 아니라 고등학교 학생의 수준을 넘어서 부모가 해주었다든지, 다른 사람이 해주는 등 부작용이 많아, 우리는 소논문의 질보다는 학생이 그 주제를 왜 선택했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본다"고 밝혔다.

소논문을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통상 6개월 정도가 걸리는 데, 당초부터 고등학생이 작성하는 것은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잠실여고 안연근 진학부장은 "소논문도 일종의 논문이고 리포트인데 그것을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고교 교사들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특히 일반고에서는 교사의 자질을 떠나서 업무과중으로 소논문 지도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차제에 각 대학들이 소논문에 대한 보다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구본창 정책국장은 "학무모나 학생들 입장에서는 소논문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써내면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며 "대학들이 '반영하지 않는다. 적지 말라'는 기준들을 좀 더 명확하게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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