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편해문 (어린이 놀이운동가)
내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한테 어떤 선물을 사줘야 되나, 장난감을 사줘야 하나, 옷을 사줘야 하나, 아니면 좋은 곳에 데려가줘야 하나 고민들 많으시죠? 그런데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선물은 놀이다. 그저 마음껏 놀게 해 주는 거다'라고 주장하는 분이 계십니다. 오는 7일에는 기적의 놀이터도 열 계획이라고 하네요. 어린이 놀이운동가 편해문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편 선생님, 안녕하세요.
◆ 편해문> 네, 안녕하셨습니까?
◇ 김현정> 20년 간 어린이들의 놀이운동을 해온 놀이운동가세요. 놀이운동가가 뭔가요?
◆ 편해문> 아이들이 놀 권리가 있고 어른들은 그것을 보장해 줘야 한다라는 얘기를 한 20년 정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놀이운동가가 되었죠. (웃음)
◇ 김현정> '아이들한텐 놀 권리가 있다' 그러면 놀이운동가가 나서서 애들 좀 놀게 해 주세요라고 주장을 해야 될 만큼 지금 아이들이 못 놀고 있다고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 편해문> 사실은 좀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거 자체가 사실 기막힌 일이죠. 그렇지만 현재 상황들이 그렇게 가고 있어서 그런 일들을 계속 해 오고 있습니다.
기적의 놀이터 총괄 디자이너. 어린이 놀이운동가 편해문 씨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사실 놀이가 좋은 거 모르는 사람 없고 아이들 놀게 해 주고 싶은 마음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좀 불가능하지 않나라는 얘기들 많이 하세요. 그러니까 다른 아이들 다 영어, 수학, 미술 이런 거 다 학원 다니는데, 우리 아이만 혼자 놀이터에서 놀게 해 할 수 없고... 그러다 보면 학교 성적 뒤처질 것이고, 결국은 그 아이를 위해서 나는 이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라고들 말씀하시는데요.
◆ 편해문> 네. 그 마음들 모르는 바는 아닌데요. 아이들이 놀지 않고는, 더 나아가서 아이들이 놀다가 다치지 않고는 살아가는 기술을 익힐 수 없거든요. 이것은 사실은 생존의 문제이죠. 사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싶어요. 그런데 너무 값싼 거를, 너무 값비싼 것과 그 소중한 것과 너무 그렇게 쉽게 맞바꾸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조금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도 제가 봤을 때 굉장히 모순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선생님. ‘학업성적이라는 것을 값싼 것을 놀이라는 값비싼 것과 지금 바꾸고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게다가 ‘노는 것도 다치면서 놀아야 된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 편해문> 네, 다치지 않고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것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어떤 기술들 익힐 수 없거든요. 왜 그러냐면, 아이들이 떨어져 봐야지 ‘아, 이렇게 하면 안 떨어지는구나.’ 베어봐야지, ‘이렇게 하면 안 벨 수 있구나.’ 이런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거든요. 놀면서 그런 것들이 이루어지는데 다 막고 있다면, 아이들이 실제로 세상 밖으로 나가면 다들 위험한 곳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을 가르치지 않고 아이들을 실내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만 뒀을 때 아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어요. 이런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일이죠.
◇ 김현정> 친구하고 놀다가 무릎에 멍이 좀 들어보기도 하고 종이접기 하다가 손이 베어보기도 하고 이런 경험을 해야, 글자로만 달달달 외워서 하는 것과는 다른 체득을 해야 세상을 살아나가는 비법을 배울 수 있다, 더 단단해진다 이런 말씀이세요?
◆ 편해문> 네, 영국에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멍들 권리가 있다.’
◇ 김현정> 그러네요. 놀 시간을 잘 주지도 않을 뿐더러 우리 어른들이, 애들이 놀러나간다고 해도 안전한 데로 가라, 너 더러운 놀이터에서 놀지 마, 떨어질지 모르니까 조심, 조심해라, 항상 이러거든요, 따라다니고. 이 방법이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보시는군요?
◆ 편해문> 놀이터까지 나와 가지고 아이들 노는 것을 간섭하는 부모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다음 팔은 여기다 올리란 말이야.’ ‘그 다리는 여기 올려서 여기다 올리란 말이지.’ 이렇게 하나하나를 종 부리듯이 그렇게 하는데 그 아이가 어떻게 주인이 될 수 있겠습니까? 아이를 주인으로 키워야죠.
어린이날은 바로 그런 날이거든요. 아이들을 주인으로 볼 수 있고 주인으로 대하라고,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라고 어린이날이 사실은 만들어진 건데 그런 것들을 좀 되새겨봐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언제까지 우리가 아이들을 종으로, 내말을 잘 듣는 그런 존재로 만들어가려고 하는 것일까, 그런데 놀이는 아이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거거든요, 시켜서하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러네요, 아이들이 제대로 놀지 못해서 요즘 아이들이 폐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것들이 있습니까?
◆ 편해문> 아이들이 제대로 놀지를 못하다 보니까 옆에 가까이 있는, 조금 힘이 부족한 친구들 쪽으로 그런 것들이 발전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잘 놀면 그런 것들이 덜할 텐데 놀 수가 없다 보니까요. 자기들도 살아가려고, 아이들은 놀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공간은 굉장히 좁은 데에서 닭장처럼 갇혀 있고, 놀기는 놀아야 되겠고, 그런데 어떤 놀 수 있는 시설이 안 돼 있으니까 아이들이 향하는 곳이 결국은 힘이 약하고 옆에 가까이 있는 아이들이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군요. 그래서 오는 7일에 전남 순천에 ‘기적의 놀이터’라는 걸 세우신다고요?
◆ 편해문> 네. 지금 한국이 지금 굉장히 획일적인 놀이터 지루한 놀이터가 되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아이들을 데리고 가도 재미도 없고 지루하고... 이러다보니 아이들이 상업적은 놀이터들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키즈카페 이런 곳들이요?
◆ 편해문> 네. 그런 쪽으로 아이들이 상당히 이동한 상태입니다. 이건 왜 그러냐 하면, 한국에 6만 개 정도 공공놀이터가 있는데 그 역할들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요. 놀이터 민영화가 된거에요. 돈을 주고 아이들이 놀아야 되는 여기까지 간 것이거든요.
◇ 김현정> 놀이터의 민영화다?
◆ 편해문> 네. 그래서 공공놀이터의 제기능을 다시 좀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이 그 놀이터에 와서 놀다 가고 싶지 않은 그런 놀이터가 만들어져야 된다 생각했어요. 그런 놀이터의 첫 출발로 제가 순천이라는 곳에 기적의 놀이터를 5월 7일 날, 2년 동안 준비를 해가지고 오픈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어떤 놀이터예요? 흥분되고 재미있는 놀이기구들이 잔뜩 있는 겁니까?
◆ 편해문> 한 1년 동안 아이들하고 동네 주민들하고 같이 이 놀이터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해서 참여 디자인을 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기적의 놀이터라 부르고요. 두 번째는 보통 놀이터에는 조합놀이대가 턱 버티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전혀 쓰지 않고 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놀이터를 만드느냐. 지형, 지물을 이용하고 언덕과 터널, 이런 것들을 고루 이용을 해서 기존 놀이터보다 더 재미있게 만들었고요. 그다음에 세 번째는 화학적이거나 전혀 탄성포장 이런 거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위험하지 않아요? 폭신폭신한 탄성을 바닥에 해 줘야 애들 떨어져도 괜찮고 이런 거 아닙니까?
◆ 편해문> 탄성포장을 하지 않아도 나무 조각을 잘게 부숴서 바닥을 깐달지, 이렇게 자연적인 것들도 얼마든지 그 충격을 흡수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 놀이터를 만들었어요.
기적의 놀이터 (사진=편해문 씨 제공)
◇ 김현정> 마을 뒷산에 터를 잡아서 산과 그 산의 내리막, 또 오래된 나무들, 바위, 이런 자연을 이용해서 놀이 기구를 만드신 거네요?
◆ 편해문> 그렇죠.
◇ 김현정> 기대가 되네요. 예전에 시골에서 뒷산에서 뛰어놀던 그 생각도 나고요. (웃음) 이런 놀이터가 많아졌으면, 전국적으로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듭니다.
◆ 편해문> 계속 이어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내일 어린이날, 우리 어른들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놀이운동가 편해문 씨,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편해문>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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