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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불법행위 드러나고도 어떤 개혁조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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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자백> 만든 MBC 출신 최승호 PD

- ‘간첩 조작하는’ 국정원 개혁 이끌어내기 위해 영화 만들어
- 3년 간의 취재, 1년의 제작 기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매진 사태
- “지금도 간첩 조작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기 어렵다”
- 거의 모든 간첩사건들의 유일한 증거는 ‘자백’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5월 3일 (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최승호 PD


◇ 정관용> 지금 전주에서는 전주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제에 화제의 초청작 가운데 하나가 <자백>이라고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예요. 이걸 누가 만들었느냐. PD수첩 PD로 여러분 잘 아시죠? 지금 뉴스타파에 가 있는 최승호 PD가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승호>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영화감독이세요, 그러니까? 이 영화의?

◆ 최승호> 그렇게 됐습니다. 제가 영화인이 됐고 감독이라고 불리게 됐네요. (웃음)

◇ 정관용> 직접 출연도 하셨죠?

◆ 최승호> 네.

◇ 정관용> 그러면 배우도 하신 겁니까?

◆ 최승호> (웃음) 그런 셈입니다.

◇ 정관용> 제작자는 누구입니까? 돈 댄 사람이 따로 있나요?

◆ 최승호> 뉴스타파에서 제작을 한 거죠.

◇ 정관용> 어느 기사를 보니까 ‘최승호의, 최승호에 의한, 최승호를 위한 영화’ 이렇게 써 있더라고요.

◆ 최승호> (웃음) 제가 감독이자 어떻게 보면 취재를 계속 한 과정이었으니까 취재자로서 계속 등장을 하고 내레이터도 제가 했고 하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취재하러 다닌 과정을 카메라가 쫓아다니면서 찍고.

◆ 최승호> 네.

◇ 정관용> 얼마나 걸리셨습니까, 이것 만드는 데?

최승호 PD

 


◆ 최승호> 취재를 한 것이 2013년부터 3년이고요.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제작을 한 기간이 1년입니다.

◇ 정관용> 이게 국정원, 이른바 서울시간첩.

◆ 최승호> 네. 서울시 공무원간첩사건.

◇ 정관용> 공무원간첩사건. 결국 대법원에서 다 무죄 났고 간첩이 아니다, 대신에 국정원 직원들은 유죄 받고.

◆ 최승호>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 사건을 일단 모티브로 하는 거죠?

◆ 최승호> 그렇습니다. 그 사건에 다른 사건들이 몇 개 더 더해지죠.

◇ 정관용> 그러니까 그 관련된 취재는 2013년부터 쭉 해 오셨는데 이걸 영화로 해야겠다 싶은 건 1년 전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왜 그 생각을 하시게 됐습니까?

◆ 최승호> 그러니까 대법원에서 국정원 직원들도 유죄판결이 났고, 유우성 씨는 무죄판결이 났고 하긴 했는데 궁극적으로 보면 국정원이 실질적으로 그런 어마어마한 불법행위를 한 조직에 대해서 어떤 형태의 개혁조치도 없었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지금도 간첩조작하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좀 적나라하게, 정말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을 저희가 취재한 과정에서 그 정도로 아주 적나라하게 국정원의 민낯이 드러나는 건 굉장히 어려운 거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최승호> 그런데 그걸 우리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아놓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영화로써 만들어서 우리 국민들한테 보여준다면 국정원을 개혁해야 되겠다는 어떤 결심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그래서 만들자고 결심을 했습니다.

◇ 정관용> 그 유우성 씨 직접 이 스튜디오에 와서 저랑도 방송을 했었고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국정원이 서류까지 조작하고 뭐 이런 등등, 누구한테 허위증언을 시키고 이런 등등이 다 드러나서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유죄가 된 것 아니겠습니까?

◆ 최승호> 네.

◇ 정관용> 좀 간략하게 개요를. 깜빡 잊어버리신 청취자 분들이 계실까 봐.

◆ 최승호> 2012년 10월에 유우성 씨의 동생 유가려 씨가 한국에 옵니다. 탈북자로서 오빠와 같이 살려고 왔는데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면 이제 간첩인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 합동신문센터라는 곳에 들어가서 조사를 받게 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최승호> 그런데 유가려 씨를 합동신문센터,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인데 거기서 6개월 동안 독방에다가 가둬놓은 상태로 감시카메라로 계속 감시하면서 구타하고 그다음에 회유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오빠가 간첩이다”라는 허위자백을 받아냅니다.

그래서 허위자백을 받아낸 상태에서 결국은 유우성 씨를 구속하는 거죠. 그래서 유우성 씨가 간첩으로서 대대적으로 발표가 됩니다. 그런데 나중에 변호사들이 노력을 해서 유가려 씨가 6개월 만에 합동신문센터에서 나와서 ‘내가 그동안 국정원에서 한 얘기는 전부 허위자백이었다. 나는 강제로 할 수 없이 그런 거짓말을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게 된 거죠.

그래서 저희 뉴스타파가 그걸 포착하게 돼서 중국으로 가서 국정원에서 제시했던 여러 가지 증거들이 전부 다 거짓말이고 가짜라는 것을 취재를 해서 밝힙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최승호> 밝힘으로써 결국은 유우성 씨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습니다.

◇ 정관용> 1심에서.

◆ 최승호> 네.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는데 그다음에 유우성 씨가 풀려서 나와서 2심 재판이 시작이 되거든요. 거기에서 국정원이 멈췄어야 하는데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유우성 씨가 북한에 두 번 들어갔다 왔다는 중국 쪽 국경의 출입국 기록, 그걸 조작한 것. 조작을 해서 법정에다가 제출을 했습니다.

◇ 정관용> 맞아요. 기억납니다.

◆ 최승호> 조작된 증거를 우리가 다시 가지고 중국으로 갑니다. 중국으로 가서, 그 기록을 발행했다는 곳에 가서 담당 공무원한테 물어봅니다. ‘이게 당신이 발행한 것 맞냐?’ 아니라고 그럽니다. 이거 위조라고 그럽니다. 그래서 그 위조다라고 하는 그 사람의 영상을 저희들이 촬영을 해 와서 방송도 하고 법정에다가 제출도 했습니다.

결국은 나중에는 중국 정부가 우리 한국 법원에다가 공식적으로 “지금 검찰이 제출했던 문서 세 가지는 다 위조된 것이다”라고 공식 통보하게 된 거죠.

◇ 정관용> 그렇죠. 되짚어보면 합동신문센터에서 6개월 동안 독방에 가둬놓은 것 자체가 불법 아니었나요?

◆ 최승호> 가둬놓은 것은 불법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고문, 가혹행위를 통해서 허위자백을 받아낸 것은 명백한 불법이죠.

◇ 정관용> 그것도 나중에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이 된 건가요?

◆ 최승호> 그 부분도 가혹행위를 했다, 이렇게 됐는데 문제는 실제로 그 가혹행위를 했던 수사관들은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왜요?

◆ 최승호> 거기에 대해서 예를 들어서 검찰이 수사를 한다거나 이런 걸 통해서 실제로 어느 정도의 가혹행위가 벌어졌고 이런 부분들이 수사가 되고 해야 되는데.

◇ 정관용> 안 했어요?

◆ 최승호> 그 이후에 전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죠.

◇ 정관용> 그러면 국정원 직원이 유죄판결 받고 처벌받은 사람은 누구누구예요?

◆ 최승호> 증거를 조작하는 데 개입한 그 사람들만 처벌을 받았는데.

◇ 정관용> 몇 명이요?

◆ 최승호> 실제로 선고 유예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아마 4명 정도 됩니다. 4명 되는데 그중에서 한 명은 실제 실형을 선고받아서 지금 복역하고 있는 사람이 있고요. 그 사람이 가장 밑에 실무자죠, 실무자. 그 사람 말고 나머지 3명은 고등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선고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 정관용> 선고유예.

◆ 최승호> 그러니까 사실은 죄가 없다고 선고한 거나 진배없는.

◇ 정관용> 실무자 한 명만 실형.

◆ 최승호>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런 정도의 증거를 조작하는 행위를 할 때 국정원이라는 조직이 과연 실무자 한 사람이 결심해서 그게 되는 문제인가 하는 건 의문스럽죠.

◇ 정관용> 그리고 처음에 말씀하신 것처럼 이 사건 계기로 국정원이 우리 앞으로 이렇게 개혁하겠습니다라고 내놓은 것도 하나도 없다?

◆ 최승호> 네, 실제로 바뀐 건 없습니다. 그때 유일하게 국정원장, 그 당시의 국정원장이 지금 비서실장 하는 이병기 씨인데 그분이 6개월 동안 가둬놓는 게 너무 길다면 자기네가 반으로 줄이겠다, 그런 약속을 했었거든요, 합동신문센터에. 지금까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 정관용> 유우성 씨도 이 영화 봤죠?

◆ 최승호> 네. 유우성 씨가 첫 번째 상영할 때 봤습니다.

◇ 정관용> 그 여동생도 같이 봤나요?

◆ 최승호> 여동생은 추방이 돼서 지금 중국에 갔습니다.

◇ 정관용> 아, 맞다. 추방됐죠. 영화 보고 뭐라던가요, 유우성 씨는?

◆ 최승호> 유우성 씨가 많이 울었답니다. 그 영화 보면서. 변호사님들도 많이 울었다고 하는데 아마 유우성 씨는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 정관용> 지금 어떻게 지내요?

◆ 최승호> 그 이후에 괴롭힘을 많이 당했죠. 그래서 일단 집에서 쫓겨날 상황이고요. 탈북자로서 받았던 집, 이런 것 다 뺏기고 쫓겨날 입장이고 또 정부에서는 어떻게 보면 추방하려는 그런 의도도 좀 갖고 있는 걸로 제가 느끼는데. 다만 유우성 씨가 김자연 변호사라고 민변의 변호사님, 유우성 씨를 변호하던 변호사님하고 결혼을 했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분하고 결혼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게 어떻게 될지는 좀 두고 봐야겠습니다마는. 정부 쪽에서는 지금 굉장히 어렵게 계속 압박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 직업이나 이렇게 갖고 정상적으로 생활도 못하고 있는?

◆ 최승호> 네. 그렇게 하기도 좀 어려운 상황이죠.

◇ 정관용> 더 책임져야 할 책임자들을 찾는 의미에서 우리 최승호 PD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 이런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는 장면들이 영화에 다 등장을 하더라고요. 저도 잠깐 봤는데. 그래서 만나시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뭐라고들 해요?

◆ 최승호> 다 자기 책임을 회피하죠. 원세훈 원장은 심지어는 유우성 씨 간첩조작이 대법원에서 인정이 됐는데 유우성 씨에게 사과하실 의향이 없으신가 하고 제가 물었더니 유우성이 누구냐고, 나는 모른다고 그렇게 얘기를 할 정도니까.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 정관용>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요?

◆ 최승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40년 전에 중앙정보부에 대공수사국장으로서 5년 동안이나 일을 하면서 매우 많은 사건들을 조작했던 책임자입니다.

◇ 정관용> 그건 나중에 또 재심해서 무죄로 난 사건도 있죠?

◆ 최승호> 그래서 지금 그분이 간첩으로 잡아넣었던 사람들 중에서 지금 재심해서 무죄를 받아서 나온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최승호> 그분한테 과거에 그렇게 간첩조작을 했던 사례들에 대해서 제가 질문을 던졌는데 전혀 인정을 하지 않았어요. ‘법원에서 재심에서 무죄판결 나는 것과 나와는 상관이 없다. 그건 법원에서 하는 일이고 나와는 상관이 없다’ 이렇게 얘기하시더군요.

◇ 정관용> 지금 방금 언급하신 것처럼 40년 전 그리고 최근까지도 국정원이 자꾸 이렇게 어떻게든 간첩으로 만들어보려고 하는, 그런 게 계속 지속되지 않습니까?

◆ 최승호> 그렇습니다.

◇ 정관용> 왜 그게 지속된다고 보세요?

◆ 최승호> 간첩이 있다. 우리 주변에 간첩이 있다는 걸 입증을 해야 국정원이라는 조직의 어떤 존재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고 그런 걸 통해서 이제 우리 사회에 공포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공포를 만들어내고 그 공포를 통해서 이제 어떤 대중들을 이렇게 컨트롤해내는 그런 기제로 삼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네. 좀 선진된 정보기구처럼 어떻게 바뀔 수 없나요? 고작 간첩 한두 사람 잡아서 ‘우리 국정원이 이래서 살아 있어야 돼’ 그게 아니라 각종 첨단 경제 이런 정보전, 이런 데서도 활약하는 그런 정보기구로 좀 안 되나요?

◆ 최승호> 그런 변화가 필요하고 실제로 변화를 시키려는 노력이 가능해야 되는데 문제는 이 공포라는 게 굉장히 그런 노력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부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정원이 만약에 그런 식으로 국정원의 권한을 뺏어버리면 우리나라가 금방 어떻게 종북으로 인해서 어떻게 될 것 같다든지 이런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또 이제 그런 걸 조장하는 언론들도 많지 않습니까?

◇ 정관용> 맞아요. 언론.

◆ 최승호>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야당도 그런 국정개혁을 말만 꺼냈지, 사실은 실질적으로 정말 제대로 한 번 개혁해 보겠다고 나선 적이 없었거든요. 야당이 그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국 야당 역시 겁을 내는 거죠.

◇ 정관용> 국정원에 대해서.

◆ 최승호> 네, 그렇게 느낍니다.

◇ 정관용> 너무 강하게 도전하다가는 무슨 일 당할지 모른다.

◆ 최승호> 네, 개개인들은 그런 걸 느낄 것이고 그다음에 뭐랄까요, 여러 언론이나 국민 대중들의 의식 속에 사로잡고 있는, 살아 있는 그 공포가 결국 너무 심하게 국정원을 고치려고 하다가 야당에 큰 역작용으로 오지 않겠나.

◇ 정관용> 역풍으로 올 수도 있다.

◆ 최승호> 역풍에 대한 걱정, 이런 것들이 좀 적극적인 개혁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국정원 안에서는 간첩 잡으면 엄청나게 포상도 많이 하고 특진도 시키고 그런다면서요.

◆ 최승호>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국정원 내부에서도 굉장히 포상하는 부분이 있고 또 제보를 하는 외부 시민들, 제보자들한테도 굉장히 돈을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주고, 몇 억씩 줄 수 있는 그런 게 지금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유우성 사건의 전개과정에서도 어떤 여성분한테 증언을 하라고 시키면서 국정원이 돈을 2천만원을 준 것을 저희가 실제로 포착을 해서 돈까지 찍어서 방송도 하고 이런 적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렇게 조직적으로 국정원이 자기 존재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간첩 이런 걸 생각하고 있고 그 조직 내부에서는 또 엄청난 포상, 특진, 돈의 유혹 이런 것들이 또 있고. 그러다 보니까 브레이크가 없는 거군요.

◆ 최승호> 브레이크가 없는 거죠. 그리고 이런 사태가 벌어졌으면 국정원 내부적으로 자기네가 뭐가 문제가 있는지 우리 시스템에 뭐가 문제가 있는지 점검을 해서 고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예를 들어서 합동신문센터에서 가혹행위했던 허위 자백, 마구잡이로 허위자백 받아낸 사람들 다 처벌하고 그 사람들 싹 다 물갈이하고 시스템 고치고 해야 되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최승호> 안 하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 내부는 아마 인식이 ‘아, 일 좀 하다가 조금 실수 있었던 걸 가지고 뭘 그래’ 이런 거 아니에요?

◆ 최승호> 그럴 수 있죠. 그럴 수 있고 또 내부적으로는 ‘그런 것도 우리가 필요해’ 이렇게까지도 생각할 수 있겠죠.

◇ 정관용> 또 일부 언론에서는 그 당시 ‘정보기관 업무에 너무 깐깐하게 법적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이런 얘기도 막 하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 최승호> 그렇죠. 그러니까 증거조작이 드러났을 때 출입경 기록이 위조된 것이다라는 게 중국 정부에서 최종적으로 통보가 왔지 않습니까?

◇ 정관용> 네.

◆ 최승호> 통보가 오고 난 뒤에 국정원 내부에서 종편이나 이런 보수신문이나 이런 쪽을 통해서 그런 얘기를 계속 했죠. 더 이렇게 심하게 조사를 한다거나 하면 결국은 우리 정보망이 다 무너지고.

◇ 정관용> 그랬었어요.

◆ 최승호> 그런 식으로 된다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뭐 다 거짓말로 나중에 다 밝혀졌죠, 사실.

◇ 정관용> 나라 망신이었는데 사실은. 이 영화, 자백. 그래서 제목이 자백이군요. 허위 자백으로부터 시작을 하니까.

◆ 최승호> 그렇습니다. 모든 간첩사건들, 지금까지 어마어마한 간첩사건들은 거의 다 증거가 없고 유일한 증거들은 자백입니다. 자백. 본인 자신의 자백, ‘내가 간첩입니다’ 그런데 그런 ‘내가 간첩입니다’라는 그 자백은 그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거짓말이거든요. 그 거짓말을 해야 그 사람이 살아남는 거거든요. 못 견디는 거거든요.

◇ 정관용>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고 보세요?

◆ 최승호> 지금 물론 유우성 사건이 일어났고 유우성 사건뿐만 아니라 이 사람들이 유우성 사건을 덮으려고 홍강철 사건이라는 또 다른 간첩사건을 또 했어요.

◇ 정관용> 홍강철?

◆ 최승호> 네. 홍강철 사건입니다. 그러니까 유우성 사건 때문에 남재준 국정원장이 대국민사과를 했어요. 사과를 하는 바로 그날, 국정원이 발표했던 사건이 홍강철 사건입니다. 똑같이 탈북자로서 합동신문센터에 들어와서 취조를 받아서 결국은 ‘내가 간첩이다. 내가 북한의 보위사령부가 파견한 간첩입니다’ 이렇게 자백을 하도록 만들었던 사건이죠.

그러나 그것도 결국은 저희들이 취재를 해 보니까 다 거짓말, 가짜였고 조작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고등법원까지 지금 무죄판결을 받았거든요. 그분도 이번에 전주에 오셔서 저희 영화를 같이 보셨죠. 그러니까 사실 유우성 사건이 그렇게 밝혀지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제정신이라면 우리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고 이건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를 체크를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만약에 합동신문센터에서 또 간첩이 만들어졌다는 보고가 오면 ‘이건 제대로 된 거야?’ 하고.

◇ 정관용> 점검해야죠.

◆ 최승호> 점검했어야 되는 거죠.

◇ 정관용> 안 하는 거죠.

◆ 최승호> 그게 아니라 우리는 여전히 유우성 사건은 이렇게 좀 잘못됐지만 우리가 실수를 하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간첩을 잡는 데 필요한 존재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걸 바로 그 순간에 터뜨리는 겁니다.

◇ 정관용> 어이가 없네요.

◆ 최승호> 굉장히 무서운 조직이죠. 국민들한테 책임진다는 의식이 전혀 없는 조직입니다.

◇ 정관용> 백보를 양보하면 말이죠. 국정원에 정말 국가를 위해서 불타는 애국심으로 일하는 직원의 눈에서 보면 유우성, 홍강철 이런 사람들 분명히 간첩인데 이런 자기 확신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확신을 입증해서 간첩을 유죄로 만들어내는 아무런 증거나 뭘 못 찾아내는 수사력의 한계 내지는 실력의 부족, 그건 그대로 다 드러내는 것 아닙니까? 만약 확신이 있으면 정말 실력을 키우든지.

◆ 최승호> 실력도 없고요. 왜냐하면 맨날 자백만 받아왔으니까. 자백만 받아왔으니까 증거를 어디에서 과학적인 증거를 수집하는 실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려운 거죠. 그런데 어떤 그런 자기네들의 나름의 애국심 때문에 그랬다고도 여겨지지 않는 것은 저희가 상식적인 눈으로 보면 간첩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눈으로 뻔히 이렇게 줄줄이 보이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많은 간첩이 아니라는 증거를 무시하고 그 사람을 쥐어짜서 간첩이라는 자백을 받는다는 것은 제가 느낄 때는 그것은 애국심이라기보다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 이걸 쥐어짜냄으로써 내가 이 조직 속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는 그런 생각이 앞선다고 봐야죠.

◇ 정관용> 요즘은 주로 탈북자들이 대상이겠군요.

◆ 최승호> 네. 옛날에는 재일동포.

◇ 정관용> 그러니까 재일동포, 유학생 이랬었는데.

◆ 최승호> 납북됐다가 돌아오신 분들. 그분들이 주요 간첩 풀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탈북자들이 풀이 됐죠.

◇ 정관용> 그렇죠. 이번에 또 논란이 되는 어버이연합, 전경련 돈 그리고 시위하는 데 탈북자단체 사람들이 와서 일당을 받았다. 거기에 지금 국정원이 있느냐 없느냐 논란 아닙니까? 이런 고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 최승호> 그러니까 이병호 국정원장이 어버이연합에 국정원이 관여한 부분은 없다. 그런 식으로 자기는 보고를 받았노라고 국회에서 그렇게 얘기를 했잖아요. 정보위원회에서.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을 전혀 믿을 수가 없는 것이죠, 사실. 왜냐하면 국정원이 단 한 번도 투명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이런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단 한 번도 자기네가 먼저 조사를 해서 실제로 자기네가 잘못했다는 부분을 밝힌 적이 없어요.

◇ 정관용> 앞으로 계속 영화인으로 사실 건가요?

◆ 최승호> (웃음)

◇ 정관용> MBC 해고무효소송은 지금 어디까지 갔습니까?

◆ 최승호> 해고무효소송 지금 2심까지 해고무효 판결이 났고요. 대법원에 가 있는 상태입니다.

◇ 정관용> 언제 판결이 날까요?

◆ 최승호> 모르죠, 뭐.

◇ 정관용> 지금 전례로 비춰봐서는 해고무효가 될 것 같은데. 그럼 MBC로 복직하실 건가요?

◆ 최승호> (웃음) 고민스러운 대목이죠.

◇ 정관용> 앞서 해고당했다가 대법원에서 복직 판정 나서 복직한 이상호 기자. 복직하자마자 6개월 징계 받고 그거 지나니까 또 조금 지나서 또 6개월 징계 먹었더라고요.

◆ 최승호> 네. 최근에 또 6개월 징계 당했죠.

◇ 정관용> 최승호 PD 복직해도 또 그러는 것 아닙니까?

◆ 최승호> 그럴 겁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 정관용> 복직 하실 겁니까, 안 하실 겁니까?

◆ 최승호> 그러니까 고민스럽다는 거죠. 복직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정관용> 징계를 받더라도. 그리고 MBC를 어떻게든 바꿔내야죠. 영화 ‘자백’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만드신 우리 뉴스타파의 최승호 PD 함께 만났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최승호>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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