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 방탄소년단, 여자친구(사진=각 소속사 제공)
"새로운 3부작의 시작입니다."
걸그룹 러블리즈가 컴백 쇼케이스에서 여러 번 반복한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발표회도 아닌데, 이들이 이토록 강조한 '3부작'은 최근 아이돌그룹이 너나 할 것 없이 택하고 있는 전략이다.
2014년 말 데뷔한 러블리즈는 이미 '캔디 젤리 러브', '안녕(Hi~)', '아츄'로 이어지는 소녀 3부작을 선보인 바 있다. 두 번째 미니앨범 '어 뉴 트릴로지'를 발매하며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을 외친 러블리즈는 이전보다 한층 성숙한 매력을 뽐내며 활동 중이다.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 최선진 실장은 "소녀 3부작을 통해 상큼하고 발랄한 곡으로 연이어 활동한 덕분에 신인 걸그룹이었던 러블리즈는 팀 이미지와 음악적 색깔을 확실히 굳혔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새로운 3부작을 내세워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러블리즈 뿐 아니라 이미 많은 아이돌그룹이 이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나란히 '학교 3부작'을 시도했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과 걸그룹 여자친구가 대표적이다.
방탄소년단은 '노 모어 드림', 'N.O', '상남자'로 활동하며, 10대들의 꿈, 행복, 사랑을 노래했다. 여자친구는 '유리구슬', '오늘부터우리는', '시간을 달려서'에 각각 입학-방학-졸업이라는 키워드를 넣어 듣는 재미를 더했다. 확실한 콘셉트로 음악 팬들의 취향을 저격한 두 팀은 어느새 막강한 음반, 음원 파워를 과시하는 '대세 아이돌'로 떠올랐다.
3부작 전략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비슷한 느낌의 곡과 무대를 꾸준히 보여주는 것을 넘어 철저한 사전 계획을 통한 짜임새를 갖추기 시작한 것.
다섯 번째 싱글 '젤로스'로 돌아온 데뷔 5년차 보이그룹 빅스의 경우가 그렇다. 뱀파이어, 저주인형, 사이보그 등 매번 색다른 모습으로 활동, '콘셉트돌'로 불린 빅스는 올해 대규모 연간 프로젝트를 통해 3부작을 선보인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운명과 파멸의 신인 '케르'이며, 질투의 신 '젤로스'를 시작으로 죽음을 다스리는 신 '하데스', 권력의 신 '크라토스'까지 매 시리즈마다 깊이 있는 음악적 메시지와 차원이 다른 콘셉트를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빅스(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소속사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김숙경 이사는 "빅스의 연간 프로젝트는 6개월간의 기획 회의를 거친 끝에 완성한 결과물이다. 1년 동안 선보일 3부작에 대한 콘텐츠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기존 3부작을 선보인 아이돌 그룹들과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3부작은 어느새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았고,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한 곡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두 달이다. 아이돌 그룹이 워낙 많아 강렬한 퍼포먼스가 아니라면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기 힘들다"며 "삼 세 판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같은 이미지로 여러 번 반복해 활동하는 것이 굉장히 효과적이다. 특히 신인 그룹들이 얼굴을 알리기 위한 전략으로 3부작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어 "타 그룹의 성공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하다간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 그 팀의 개성과 음악적 색깔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콘셉트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