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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화된 제자백가를 인간으로 환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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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문:한 낭인의 제자백가 무차별 섭렵기'

 

'사상문'은 공자, 맹자, 묵자, 소진, 한비, 손자 등 제자백가에 대한 글들을 묶어낸 것이다. 저자 황젠은 제자백가를 이야기하면서 엄숙한 철인의 이미지보다는 일반 사람에게 친숙한 평민 사상가의 이미지를 끄집어낸다.

예를 들어 “묵 선생은 다소 검다”라며 알 듯 말 듯 하게 묵자의 특징을 언급하거나, 당시 신었을 만한 신발을 이야기하면서 묵자를 논한다.

장자를 이야기할 때는 ‘낚시하다’ ‘여행하다’ ‘대화하다’ ‘명상하다’ ‘꿈을 꾸다’ ‘돈을 빌리다’ ‘남을 욕하다’ ‘조문하다’ 등 여덟 항목으로 나눠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비의 목표는 ‘백성’이 아니라 ‘관리’였다

한비의 전제 대상은 백성이 아니라 관리라고 주장한다. 그의 글에서 그려진 공자는 동심이 살아 있고 유머감각이 있으며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데다 성격이 충동적이며 시비 거는 것을 좋아해 성인의 이미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맹자는 말하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변론가의 기질을 찾아볼 수 없다. 한비는 제자 가운데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세 번이나 버림받았으며, 소진의 일생 자체가 농담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당시 중국 대륙에 세차게 불었던 ‘논어 붐’ ‘공자 붐’ ‘국학 붐’의 열기 속에서 ‘유儒’의 기원을 탐색하면서 ‘유학’을 철저히 폐기하는 것만이 ‘국학’을 부흥시키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문명 속에 끼어 있는 유학이라는 찌꺼기를 남김없이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격화된 선진제자를 인간으로 환원하자는 것이다. 선진제자도 사람이다. 그러나 공맹 이후 2000년이 지나면서 그들은 대부분 신격화, 우상화, 기호화되어 일종의 문화적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당시의 공자와 신격화된 지금의 공자는 다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간극을 없애기 위해 개인의 시각에서 선진제자를 보았고, 수많은 증거를 들어 기호화된 선진제자를 약점을 가진 하나의 인간이자 백가쟁명의 혼돈 시대에 처한 사상가로 환원했다. 그래서인지 복원된 이들의 이미지는 일반인이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성인이 아니라 친근하고도 다정한 동네 형님이나 아저씨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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