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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안방의 세월호'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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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태는 집에 아이가 없거나 가습기를 사용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생소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번 사건은 살균제에 들어있는 독성물질 때문에 발생한 건데요. 지금까지 진행 중인 조사 상으로는 1500여 명이 피해를 입었고, 이 중 239명이 사망했습니다. 조사가 계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피해규모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에 사람을 죽일 만한 유독물질이 버젓이 들어있었던 걸까요?

 


◈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시작은?

2011년 4월,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가 알려진 첫 지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서울에서 7명의 임산부가 급성호흡부전으로 입원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 4명이나 원인 미상으로 사망하면서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들어갑니다.

넉달 뒤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망 요인이 가습기 살균제일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범인은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PHMG와 PGH였습니다. 외국에서는 정화조 세정제나 살균제, 부패방지제 등으로 쓰이는 물질입니다. 피부에 닿거나 섭취했을 때 유독성은 비교적 낮지만, 호흡기로 들어오면 폐가 굳는 질환(폐섬유화)에 걸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물질이 가습기에서 수증기 형태로 뿜어져 나올 경우, 유해물질을 미세한 분자 상태로 들이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죠.

문제는 이 화학물질을 사용한 기업 중 어느 곳도 개발 당시 호흡독성을 검증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광고는 '아이에게도 안심'이라고 하고도 말입니다.

가습기 살균제는 의약외품이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조업자에게 유해성을 확인할 의무나 안전 확인을 강제할 근거도 없었습니다. 해외에서는 팔지도 않는 살균제가 국내에서는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도 손해배상 책임마저 피해갈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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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실태 조사는 아직도 '진행 중'

첫 피해 사례가 밝혀지고 5년이 흐를 동안 피해자들에 대한 후속 조치는 어떻게 이뤄졌을까요?

가습기 살균제가 사람을 죽였다고 밝혀지고 나서도 석달이 지난 뒤에야 시판 중이던 제품 6종이 판매 중단됐습니다. 이마저도 관련 제품 중 일부에 불과했고, 그때까지도 계속 제품을 쓰는 사람들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너무 늦은 조치였습니다.

정부의 1차 피해자 조사는 2년 뒤인 2013년 7월에야 시작됐습니다.

검찰 수사는 피해자들이 소송을 낸지 4년이 지난 2015년 10월에서야 시작됐습니다. 그때까지 검사 1명이 사건을 담당했다가, 올 초에야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이 꾸려졌습니다.

그 사이에 총 453만 개의 제품이 팔린 판매량 1위 기업 옥시레킷벤키저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갖은 시도를 다 했습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부작용 호소 글을 지우는가 하면, 호서대 등 특정 대학에 돈을 주고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작성한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을 변경하면서까지 법적 책임을 면하려고 한 정황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 단순 '제조물 사고'로 봐야 할까?

국내에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가 나온 1994년부터 지난 17년 동안, 살균제에 노출된 국민을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800만명이라고 합니다. 판매가 중단된 2011년까지 가습기 살균제는 매년 60만개씩 팔려나갔습니다.

특히 살균제에 노출된 후 발병까지 기간이 짧게는 몇개월부터 길게는 15년 이상 걸린 환자도 있는 것을 볼 때, 아직 자신이 피해자인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 규모가 어마어마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검찰은 수사 대상 업체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업무상 과실치사죄는 공소시효가 7년입니다. 따라서 2008년 이전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조사 대상에서도 누락되게 됩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기업 측이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 즉 고의성이 있었다는 걸 밝혀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이제야 기업들도 사과와 보상에 나서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는 피해자들을 위해 100억 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혔고, 뒤이어 홈플러스도 사과와 보상 제안에 나섰습니다. 오랜 시간 침묵해오던 옥시도 사과 및 지원금 출연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홍보대행사를 통해 이메일로 입장을 밝힌 것이라 진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런 살인 제품에 국민이 노출된 데는 궁극적으로 관리감독에 실패한 국가의 책임이 있습니다. 규제는 전무했고, 피해조사는 5년 넘게 걸리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 연구자료를 보면, 정부는 이미 3년 전부터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부가 상황을 축소,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이미 피해자들은 "안방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건'"이라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 제조물 사고가 아니라 수백만 명이 부당하게 생명의 위협에 처한, 그리고 실제로 수백명이 죽거나 병을 얻은 '화학 참사(biocide)'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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