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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거제도.. 조선노동자 '불안불안' 지역경제는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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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모습.(사진=송봉준 기자)

 

"속으로는 겁을 먹으면서도 말을 하지 않고 있어요."

정부가 대형 조선사에게 추가 인력감축 등 더욱 강력한 자구계획을 요구한 26일, 대우조선해양이 있는 거제시 아주동에서 만난 대우조선해양 현장 근로자 박모 씨는 직원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박 씨는 "일당으로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일당도 삭감돼 많이 힘들어한다"며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하는데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특히 "갑자기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면 살아남기 위한 눈치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이 일밖에 없는데 다른 데 가서 적응하는 것도 그렇고 막상 다른 데 가도 힘들어지면 힘들어졌지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날 회사 문을 나서는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표정을 읽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소위 잘 나가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휘청거리면서 거제 경제도 침체에 빠져드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정문 인근에서 3년 정도 오토바이 총판을 하는 김모 씨는 "보통 한 달에 평균 신형이나 중고 20대 정도를 판매하는데 이번 달에는 한 대도 판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 고객이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다.

김 씨는 "앞으로가 문제다"라는 말을 계속 되뇌었다. 그는 "아직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6월이 되면 수주물량이 끝나는데 앞으로가 문제이다"며 "조선경기가 회복 안되면 보따리싸고 가야죠. 각오는 하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전체적으로 씀씀이를 줄이면서 인근 상인들은 매출 급감에 울상을 짓고 있다. 매출이 줄면서 비싼 임대료와 식재료 등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모습.(사진=송봉준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는 인근 부동산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제대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주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송모 씨는 "6월 이후에 수주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수주가 안되고 있느니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다"며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원룸이 빠지면서 공실이 생길 것이란 걱정만 하지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송 씨는 그러면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도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2014년까지 잘 흘러왔다"면서 "다시 수주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이라도 가져야 되지 않겠냐"고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런 가운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위치한 거제 장평동도 큰 차이는 없었다.

이 곳은 몇년 전 삼성중공업의 자체 구조조정으로 인해 상권이 얼어붙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상황이었다.

현재 거제지역에서는 다시 수주가 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도 크지만 대규모 구조조정과 수주 물량이 모두 소진되고 나면 최대 위기를 맞을 것이란 불안감도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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