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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의 고민…'쳅터2'에도 신장세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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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 계속

혁신 드라이브로 카드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온 현대카드의 신장세가 최근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때 카드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였으나 중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영업이익도 2010년을 정점으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왜 일까?

(사진=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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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부로 거의 12년만에 바뀌는 현대카드 로고. 회사가 어려울 때 얼떨결에 만들었던 로고가 틀은 그대로이나 비율이 바뀌면서 완전히 새로운 방향성을 부여 받았다."

현대카드 CEO인 정태영 부회장이 지난 3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로운 현대카드 CI(Corporate Identity, 기업 이미지) 로고를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올린 글이다.

그동안 현대카드의 CI에 대한 강조는 과도한 집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사진=구성수 선임기자)

 

건물 외벽의 간판은 물론 건물 내부 공간과 사무실, 엘리베이터,사무용 집기와 용품, 심지어 눈에 잘 띠지 않는 지하주차장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현대카드의 CI 로고가 새겨져 있거나 그 로고와 어울리는 디자인과 전용서체(Youandi체), 색상을 갖도록 하고 있다.

사소한 디테일에까지 CI가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그런 CI 로고를 거의 12년만에 바꾼다는 것은 현대카드가 대단한 변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정태영 부회장이 말한 "완전히 새로운 방향성"도 그런 의지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가 왜 12년만에 CI 로고를 바꾸면서까지 변화하려고 하는 것일까.

현대카드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현대카드의 신장세가 최근들어 주춤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의 변화가 없으면 10년 뒤를 기약하기 힘들다는 인식 하에서 새로운 변화를 고민하고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카드 시장점유율, 바닥에서 10%대로 껑충

현대카드의 지난 10여년 실적은 눈부실 정도였다.

2002년 현대카드 총 이용실적은 12조 1628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이 1.8%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9개 전업카드사 가운데 꼴찌에서 두번째 수준이었다.

당기순이익도 1451억원 적자였다.

2003년에는 이용실적이 21조원으로 다소 올랐지만 6216억원 적자로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렇게 바닥을 기던 때와 비교하면 현재의 현대카드는 흑조가 백조로 거듭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2015년 현대카드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64조 810억원으로 수년째 6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이용실적 기준)은 10.2%로 카드사 가운데 5위이지만, 체크카드를 제외한 신용카드 실적(63조 6940억원)만 놓고 보면 12.9%로 3위를 고수하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2015년 1868억원으로 계속 2천억원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

◇ 성장 일등공신은 정태영.. 공인 '혁신전도사'

이렇게 성장하는데 일등공신은 정태영 부회장이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정 부회장을 빼놓고는 오늘의 현대카드를 얘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나 카드업계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존재로, 2003년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현대카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직원들에게는 혁신의 DNA를 뿌리내리게 하면서 끊임없는 변화와 함께 성장을 이끌어왔다.

구체적으로는 카드업에 라이프스타일 개념을 도입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M카드와 같은 알파벳카드를 등장시켰고 본격적인 포인트 활용 카드시대를 열었다.

 

또 "현대카드스럽다"는 용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기업 CI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의 통일성과 디테일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했고 디자인과 트래블, 뮤직라이브러리를 만들어 이색적인 공간 마케팅도 펼쳤다.

폴 매카트니 등 세계적인 스타를 초청하는 슈퍼콘서트, 음악과 연극, 미술, 건축, 영화,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컬처 아이콘을 소개하는 컬처 프로젝트 등 카드업과 관계없어 보이는 문화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 현대카드의 이미지를 쿨하게 변신시키기도 했다.

◇ "GE의 리스크 관리기법, 글로벌 금융위기 때 빛 발해"

경영 측면에서 정 부회장의 더 큰 기여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CEO로 취임한 이듬해인 2004년에는 현대캐피탈에, 그 다음해인 현대카드에 당시 세계 최대 우량기업이었던 GE를, 지분을 가진 사업파트너(GE의 현대카드지분 43%)로 끌어왔다는 것이다.

이로써 현대카드는 더욱 높아진 해외신용도를 발판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올 수 있었고, 카드사태를 거치면서 절실해진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서도 GE의 세계 최고수준의 리스크 관리기법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

이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빛을 발하게 됐다고 현대카드 관계자는 말했다.

"카드사들은 해외에서 돈을 빌릴 때 주로 금리가 싼 단기로 돈을 빌려왔는데, GE는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금리가 더 높더라도 장기로 빌려야 안정적이라면서 장기를 권했다. 이 말을 듣고 그렇게 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그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현대카드는 금융위기 때 어려움을 겪지 않고 오히려 수익을 크게 남기게 됐다"

현대카드가 2010년 처음으로 사상최대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3708억원/ 2781억원)을 기록한 것도 우연이 아닌 셈이다.

◇ "오너형 CEO, 장기 전략에 치중할 수 있었다"

정태영 부회장이 이렇게 다른 카드사와 구별되는 성격을 뚜렷이 드러내면서 현대카드를 크게 성장시킨 것과 관련해서는 정 부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오너와 같은 CEO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가 많다.(1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둘째사위)

"임기가 정해져 있는 다른 카드사 CEO와는 달리 단기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10년 앞을 내다보고 현대카드의 장기비젼을 세우고 그에 걸맞는 실천전략을 하나하나 이행해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현대카드 두 동의 사옥을 CI에 맞게 수년에 걸쳐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도 임기가 없는 오너형 CEO가 아니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 "M&A 하는 심정으로 원점에서 새출발"

이렇게 잘 나가던 현대카드도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2010년대 들어 신장세가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은 2010년에 정점을 찍은 후 하향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점유율도 2010년대에 들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완만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이용실적 기준)은 2012년 11.7%에서 2013년 10.8%, 2014년 10.6%, 2015년 10.2%이다. 그 사이에 시장점유율에 따른 카드사 순위도 농협카드에 추월 당해 5위로 밀렸다.

현대카드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은 이미 시작됐다.

그런 고민의 결과 2013년 7월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챕터2를 들고 나왔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정태영 부회장이 취임 10년째를 맞아 카드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뭔가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회사를 인수합병해 출발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처음에는 현대카드의 제2장이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챕터 2를 준비하자고 실무선에서 얘기해왔는데 그 명칭이 익숙해져서 현대카드의 새로운 시도를 가리키는 말로 공식으로 명명됐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으로 가맹점 수수료가 계속 인하되는 가운데 세제혜택 등의 장려로 체크카드 이용이 크게 늘고 모바일시대가 열리면서 지급결제시장에도 간편결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기존의 영업방식을 더이상 고수할 수는 없다는 절박감에서 '새로운 전략으로 챕터2'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

◇ 챕터2, 우량 고객과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돈 안되는 고객 버린다"

'챕터2' 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주력상품 라인을 적립과 할인 두 축으로 단순화하고 우량고객과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2003년도부터 유지해온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알파벳 카드 시스템을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포인트(적립)와 캐시백(할인)을 두개의 축으로 해서 단순화시켰다.

고객이 카드를 선택할 때 기준이 결국은 포인트와 캐시백을 얼마나 주는가라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포인트와 캐시백의 혜택도 월 50만원 이상 사용하는 수익 기여고객에게로 국한해 부여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것은 한마디로 돈이 안되는 고객은 과감하게 버리겠다는 전략"이
라고 말했다.

◇ 고민은 진행중…미래 먹거리를 위한 '새로운 방향' 모색

챕터2의 시행은 의도했던 성과를 거뒀다고 현대카드 측은 평가한다.

2013년에 90만원이던 1인당 평균이용액은 2014년에 95만원, 2015년에 98만원으로 증가했다.

카드 이용회원 가운데 50만원 이상 사용 비중도 2013년 52%에서 2015년 55%로 높아지는 등 우량회원도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도 개선됐다.

영업이익은 2013년 2199억원에서 2014년 30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1632억원에서 2235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하지만 이것은 반짝 효과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는 영업이익이 2415억원, 당기순이익이 1868억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2015년에 이익이 꺾인 것과 관련해 우량고객 확보를 위한 판촉비와 파견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데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 등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챕터2에 따라 신장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챕터2로 현대카드가 갖고 있는 고민이 다 해결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어떻게 보면 챕터2는 현대카드가 경쟁력을 잃고 추락하는 것을 막는 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도 "만약 챕터2가 없었다면 현대카드가 현재 수준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챕터2 시행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가 10년 뒤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정태영 부회장이 12년 동안 유지해온 CI를 바꾸면서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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