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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故 박예슬양 동생이 띄운 편지 "서로의 빈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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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 에 참석한 2학년 3반 고 박예슬 학생의 동생 박예진 양이 편지글 낭독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우리 언니에게
예슬이 언니 안녕?

하나뿐인 동생 예진이야.

어딘가에서 듣고 있는 언니에게 말을 읊어.

언니와의 추억만 남긴 이곳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봄이 찾아왔어. 언니는 이곳에서 마지막 봄을 맞았고, 그 시간들이 흘러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 그동안 많은 게 바뀌었어. 좋았다면 좋았고, 나빴다면 나빴어.

무엇보다 평생 함께할 줄 알았던 우리가,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서로를 찾아, 허공에 대고 속삭이듯 말하는, 정말 예뻤던 그때의 우리가 이제는 함께 있다고 말하면서 서로의 빈자리를 바라보기만 하네.

난 아직까지 언니의 목소리가 들리고, 언니의 모습들이 두 눈에 아른거려. 이렇게 아파할 때만 다 괜찮다며 안아주던 언니의 품속이 그리워.

우리가 밤에 꼭 쥐고 잤던 그 손의 온기도 잊혀지지가 않아. 가끔 너무 외로울 때면 그때 언니 손의 온기가 느껴지곤 해. 우리가 함께 걸었던 그 길을 혼자 걷다 보면, 서로가 하고자 하는 일에 성공을 해서 남부럽지 않은 자매가 되자던 약속들이 떠올라. 언니도 그때 기억하지?

지금 우리는 언니, 오빠, 선생님들 그리고 세월호의 모든 희생자들을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어. 부모님들도, 형제자매도, 많은 힘이 되는 시민들까지… 우리가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아파할 때면 옆에서 힘이 돼주곤 해. 정말 가슴 아프지만, 이렇게 많은 좋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고마워.

우리는 심심할 때면 많은 편지를 주고 받았지만, 이제는 내가 줄 수밖에 없는 이 현실에 너무 답답하고 붕 뜨는 마음이야. 전화를 하면 받을 것만 같은 언니, 자고 있는 것만 같던 언니의 모습… 이제는 가슴 아픈 언니의 그 모습보다 날 보며 환하게 웃고 있을 언니의 모습만 가슴에 새기고 싶어.

우리 언젠가는 만나겠지… 그때 서로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다고... 기다려주고 함께 있어 줬음에 고맙다고 말하자. 그리고 함께 있을 그때의 우리를 위해 더 열심히 싸우고 힘내자.

자는 순간마저 잊지 않을게. 마지막으로 너무 사랑해.

2016년 4월 16일 말 안 듣는 동생 예진 올림.

마지막으로 눈을 가린 정부와 제 목소리를 듣고 계신 모든 분들께 말을 전합니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억울하게 떠나보낸 우리의 가족들을 위해 진상규명 등 힘을 모아 싸웠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싸울 것이며, 우리 모두가 끝이라고 외칠 수 있는 날까지 이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단순히 우리 가족이 왜 죽었는지, 그 억울한 일을 알기 위해 묻고 시작한 걸음이 이제는 무엇인가 감추고 도피하려는 정부를 상대로 멈출 수 없는 여정이 됐습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말했죠? '피어나는 새싹들', '나라를 책임질 우리에게 멋진 세상을 부탁한다'고… 멋진 세상을 만들기 이전에 그 밑거름이, 그 과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가족의 죽음에 물음표라는 꼬리표를 달고 걸어왔지만, 뭐가 그리 창피하며 진실을 숨기려 하시는지요?

세월호라는 뼈아픈 참사는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하던 우리들을 알게 됐고, 믿었던 국가와 정치인들의 무능함, 무관심을 비로소 알게 해줬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기존에 있는 어른들의 세상과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우리 언니 오빠들이 고통에 허우적대고 있을 때 진도 체육관을 방문하셨지요? 꼭 살리겠다며 부모님들의 손을 잡으셨을 때 마주친 두 눈을 기억합니다. 가장 믿었고 우리에게 힘내라고 말할 줄 알았던 정부가 어쩌다 우리에게 등 돌린 적이 됐을까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었을 뿐인데,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언니 오빠 가족들을 다시 만나는 날… 진실을 알게 하지 못하다는 죄스러운 말을 건네지 않게 해주세요.

진상규명 등 모두 의미 있는 싸움이 되게 해주세요.

역사를 보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나이 드신 분들이 아니고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라고 합니다.

부디 멋진 나라의 본보기가 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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