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직장인들이 몰려든 레스토랑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돌솥 비빔밥이나 떡갈비 등을 먹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흘렀다. 7일 점심시간, 중국 베이징시 조양구에 위치한 프리미엄 쇼핑몰 ‘인디고(Indigo)' 1층에 문을 연 비비고 매장은 서울의 여느 식당 풍경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였다.
가격이 중식이나 일식 레스토랑보다도 비싼 편이었지만 매장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비비고 직원은 “일인당 객단가가 대략 1만4천원 정도”라며 “고급화 전략으로 가격이 다른 곳보다는 좀 비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돌솥비빔밥을 비벼 된장찌개를 곁들여 먹는 모습을 보니, 찰기가 없는 쌀을 주로 먹는 중국인들도 이제는 ‘끈적이는’ 쌀에 어지간히 맛을 들인 듯 했다. 실제로 이날 인디고 지하에 있는 프리미엄 식품매장 BHG에 한국산 신동진 쌀이 처음으로 입점했다.
지난 2월 4일 중국 상하이 롯데마트로 한국산 쌀 30톤이 수출된 이후, 이번에는 국산 쌀이 베이징에도 상륙한 것이다. 베이징 BHG에 입점한 쌀 72톤은 중량그룹(COFCO)의 PB상품 형태로 공급 중이다.
한국산 쌀은 중국 최대 농산물 거래업체인 중량그룹이 보증하는 프리미엄 쌀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면서 시장을 파고들고 있었다. 가격도 중국에서 최고 품질로 꼽는 흑룡강성의 오상(五常) 쌀보다 더 비싸게 책정됐다. BHG에서 오상 쌀은 2.5kg에 69.9위안(1만2428원)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한국 쌀은 2kg에 75.8위안(1만3478원)에 팔리고 있었다.
우리 쌀의 경쟁상대인 일본 쌀은 지난 2008년부터 중국에 수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 쌀은 2kg 기준으로 가격이 거의 200위안에 육박하는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중국 시장에서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하면 중국 쌀은 품질의 편차가 심하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중국 광동성에서 종이로 만든 쌀이 1년 넘게 친환경 쌀로 둔갑해 유통되는 등 중국 쌀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일본 쌀이 주춤한 상황에서 중국 쌀보다 품질이나 안전성이 우수한 우리 쌀의 특징을 부각시켜 중국 고소득층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베이징 인디고에서 열린 ‘국산 쌀 대중국 판매 개시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우리 쌀은 일본 쌀이나 대만 쌀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중국 쌀에 비해서는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유리하다”며 “중국 고소득층과 위생과 안전을 생각하는 새로운 소비층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4일 중국으로 30톤의 우리 쌀이 첫 선적된 이후 지금까지 140여톤의 쌀이 수출돼 대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농림부는 올해 대략 2천여톤의 쌀을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물론 중국에서 일년에 우리나라로 20만 톤의 쌀이 의무 수입되는 것과 비교하면 대중국 수출물량 2천톤은 매우 미미한 수치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의 쌀 수출량은 47개국에 2천3백톤에 불과했다. 그나마 중국 시장이 열리면서 수출물량이 두 배로 늘어나게 된 것은 의미가 깊다는 게 농림부 측의 설명이다.
이 장관은 “중국은 우리나라와 가깝고 세계에서 가장 큰 쌀 수입국”이라며 “중국이 1년에 쌀 250만톤을 수입하고 있는데 우리 쌀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