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서을 진성준 후보의 지원유세 나서 방신 재래시장에서 진 후보와 함께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임박한 가운데 더민주 호남 후보들의 심경이 복잡하다.
이들은 "호남 방문 여부는 문재인 전 대표가 결정할 문제"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어떤 효과를 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보들은 문 전 대표가 호남 방문을 통해 유권자들을 잘 설득할 경우 판세 역전을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어설픈 호남 방문으로 되레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함께 드러냈다.
◇ 文 "인정받아야 대선주자 자격 있어"…호남 방문 임박?
4.13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국민의당의 약진이 거세지면서 더민주 내부에서는 문 전 대표가 호남을 방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일주일 동안 두 차례나 호남을 방문했지만 호남에서 국민의당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김 대표가 고심 끝에 내놓은 반전카드인 '삼성 미래차 산업 광주 유치' 공약도 "구체적인 추진방안과 투자계획은 검토한 바 없다"는 삼성 측의 일축으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대선 때 선대위 대변을 지낸 경력이 있는 전남 여수을 백무현 후보 등 호남 후보 다수는 문 전 대표 측에 지원 유세를 요청한 상태다.
문 전 대표 측은 공식적으로 "호남 지역 후보자 다수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직 일정이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3일 문 전 대표가 "호남의 경우 제가 가서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갈 것이고 심지어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민주당이 아닌 후보까지 도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고, 6일에는 "호남의 인정을 받아야 대선주자 자격이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한 만큼 총선 전 호남을 방문하거나 대(對)호남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 "文에 거부감 가진 분들 있는 건 사실"…"설득 된다면 판세 역전 가능"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새정치 약속'을 발표하고 파이팅을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광주와 전·남북 더민주 후보들은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 여부는 문 전 대표가 결정할 문제이지 후보들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총선 판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광주 서을 후보로 나선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존경하는 분 중 한 분이고, 지원 유세를 온다면 감사할 일"이라며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감정과 반문정서를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양향자 후보는 문 전 대표의 '인재영입 7호'로 영입 당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광주 동남을 이병훈 후보도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 여부는 문 전 대표의 판단일 뿐 후보자가 이에 대해 뭐라고 언급할 것은 아니"라며 "문 전 대표가 호남에 여러 날 머무르며 진정성을 보여주고 호남 유권자들이 가진 오해를 풀어준다면 광주 지역에서 더민주의 열세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북 지역의 한 후보는 "전북에서 3곳 정도에서 문 전 대표 측에 지원유세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도 국민의당에서 실체도 없는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는데 문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올 경우 '거봐라'며 공세 수위를 높일까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전남 지역의 다른 후보 역시 "호남에 문 전 대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반문 정서의 실체를 받아들이고, 이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호남 유권자들을 설득할만한 강력한 메시지가 없다면 문 전 대표가 안 오느니만 못하다"며 "과거 호남을 실망시킨데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더민주가 호남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