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 위협과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으로 테러경계 강화 지시가 떨어진 기간에 정부 업무 핵심지인 정부서울청사가 '뻥' 뚫리면서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사진=자료사진)
북한의 도발 위협과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으로 테러경계 강화 지시가 떨어진 기간에 정부 업무 핵심지인 정부서울청사가 '뻥' 뚫리면서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미국과 멕시코 등 6박 8일간의 순방 일정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오후 서울에 도착한다.
귀국 영접에 홍윤식 행자부 장관도 나갈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 도어락과 비밀번호 어떻게 해제했을까?
20대 공무원 시험 응시생 송모(26)씨는 지난 2월말부터 3월말까지 한달 동안 5차례 정부서울청사를 침입했지만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송씨는 지난달 26일 밤 정부서울청사 16층에 위치한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들어가 담당자 컴퓨터에서 '2016년 국가직지역인재7급공무원' 필기시험을 조작하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했다.
지난 3월5일 해당 시험이 치러지기 전에도 같은 사무실에 침입해 시험문제를 유출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청사 건물과 내부 사무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층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사무실 비밀번호를 알아야하지만 송씨는 마치 내부자인 것처럼 청사 전체를 돌아다녔다.
경찰은 내부 공모자 여부에도 수사의 초첨을 맞추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송씨는 "두세 번 공무원 시험에 낙방해 이번에는 꼭 합격하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삼엄한 경비가 펼쳐져야 할 정부청사지만 송씨는 지난 2월 청사 내 1층 체력단련실에서 훔친 공무원 출입증 3개를 이용해 청사를 제집 드나들 듯 했다.
송씨가 채용관리과 사무실과 해당 직원 컴퓨터 비밀번호를 어떻게 풀었는지는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경찰은 4일 오전 송씨를 긴급체포할 당시 송씨의 노트북 컴퓨터도 압수했다.
노트북에는 리눅스 운영체제 프로그램과 또다른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이 담겨져 있었다.
경찰은 "리눅스 운영체제로 윈도우 비밀번호를 무력화 시켰다"는 송씨 진술의 사실 여부를 파악중이다.
송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보안이 생명인 정부청사 컴퓨터가 비슷한 방식으로 또 뚫릴 수도 있어 정부청사 전반의 허술한 보안관리 실태가 다시한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송씨가 채용관리과 사무실 도어록을 어떻게 풀었을 지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확보해 송씨 진술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달 9일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는 인사혁신처 사무실 문이 아예 개방돼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인사혁신처는 세번 더 뚫린지 파악조차 못해지난달 26일 송씨가 채용관리과에서 자신의 시험점수와 합격자 명단을 위조한 직후 인사혁신처는 외부 침입 사실을 인지했다.
합격자 명단이 수정된 데다 다른 사람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컴퓨터 로그기록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30일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이달 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외부인이 청사에 단 두차례 침입했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또 경찰에 수사의뢰하기 전 이틀의 시간을 허비한 이유도 앞으로 밝혀져야할 부분이다.
특히 인사혁신처 수사의뢰와 달리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송씨의 추가 침입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3월 5일 공무원시험이 실시되기 직전 3차례나 더 인사혁신처 사무실을 휘젓고 다닌 사실이 확인된 것.
송씨는 경찰에서 "시험문제지를 확보하고 싶어 2월 전후로 청사에 3차례 더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인사혁신처는 자신들의 사무실을 외부인이 휘젓고 다녔지만 로그기록 등 이상 징후가 나올 때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송씨의 침입을 도운 내부 공모자가 있는지에도 수사력을 모으는 한편, 당시 정부서울청사 출입 보안 상태가 적접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은 송씨가 훔친 공무원증 소유자와 보안검색대 근무 직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또 확보한 CCTV를 분석해 건물 내에서 송씨와 마주쳤거나 보안 관리 업무를 허술하게 한 공무원들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