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후보들이 차량 거리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윤창원·황진환 기자/자료사진)
4일 저녁 8시 20분 서울 양천구 목동 시설관리 공단 주차장.
퇴근하는 직장인들 옆으로 한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 차량이 흥겨운 음악을 흘려보내며 서있다.
차량 위 번쩍이는 동영상을 슬쩍 쳐다보는 사람들 눈빛엔 피곤이 가득하다.
이성혁(33)씨는 "야간에 시끄럽게 선거 유세를 하는 것은 소음일 뿐"이라며 "이런 식의 유세 말고도 다른 방법이 많을 것 같다"고 짜증을 냈다.
음악 소리는 최고 78데시벨(dB)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매미 울음소리에 맞먹는 수준의 소음.
야간 집회의 경우, 광장과 상가 주변 소음은 65dB을 넘으면 처벌받도록 돼 있다.
앞서 낮 2시쯤 서울 은평구 불광역 앞에서도 모 예비후보 선거 유세 차량이 확성기를 크게 틀고 지지를 호소하자 인근 상인들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안경원을 운영하는 안모(52)씨는 "시간대를 맞추는 것도 아니고 시도 때도 없이 확성기를 틀고 있으니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유세가 시작되면 '웅웅' 거려서 손님이랑 대화가 안된다"고 짜증스러워했다.
20대 총선 선거 운동이 본격화하자 선거유세 차량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31일 자정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선거 차량 소음과 관련한 112 신고는 총 370건에 달했다.
하지만 선거 유세 차량 소음을 단속할 근거가 없어 민원을 받은 기관도 제지를 못하고 있다.
경찰은 신고 지역에 출동해도 "민원이 접수됐다"고 알릴 뿐이다.
공직선거법은 유세 지원차량의 활용에 대한 시간 제한만 있고 소리 크기에 대한 규제는 따로 없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비디오·오디오 기기가 달린 유세 지원차량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휴대용 확성장치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소리에 대한 기준은 없다"고 설명했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유세 차량은 사실상 '치외법권' 영역에 놓인 셈.
미신고 집회라도 유세를 표방한다면, 역시 경찰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31일 서울지방경찰청 정문 앞에서 있던 노동당 당원 10여명의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서울광장 내 유성기업 분향소 설치 금지에 대한 항의' 주장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집회라고 봐야 했지만 선거 유세라고 해 별도 조치는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선거 운동 기간 법의 맹점을 이용한 집회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이상원 청장은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거 유세를 빙자한 집회가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면서 "사례들을 축적해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