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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서 올라가는 북한산, 등산객 발길에 곳곳 '죽은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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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그 후 ②] 입장료 없애니 탐방객 천만명 급증, 수요 제한 시급

지난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지 바야흐로 10년째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립공원은 입장을 할 때 여전히 적지 않은 돈을 내야한다. 또 반대로 입장료가 무료인 국립공원은 지나치게 많은 탐방객들이 몰려 몸살을 앓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정책은 제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을까, 또 그렇지 않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CBS노컷뉴스는 3차례에 걸쳐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이후 나타난 부작용과 그 대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등산객 길막고 '돈받는 사찰'…입장료 폐지 헛일
② 줄서서 올라가는 북한산, 등산객 발길에 곳곳 '죽은 땅'
(계속)
세굴 현상으로 흙히 깎여나간 북한산의 한 탐방로 (사진=강종민 기자)

 

NOCUTBIZ
◇ 답압(踏壓)과 세굴(洗掘) 현상을 아십니까

"주말에는 왠만한 탐방로는 막혀서 제대로 못갈 정도에요. 줄서서 올라갈 정도로 너무 많아요" 주말에는 너무 사람이 많아서 평일에만 북한산을 찾는다는 등산객 구자원(68) 씨의 말이다.

말 그대로 북한산은 '줄서서 올라가는'산이다. 주말과 휴일이었던 지난 2일과 3일에는 각각 3만8139명과 2만8698명이 북한산을 찾았다.

그렇다면 해마다 7백만명의 등산객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밟고 지나가는 등산로는 어떨까. 사람들이 등산로를 밟는 압력을 '답압(踏壓)'이라고 하는데, 답압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등산로에는 '세굴(洗掘)'현상이 발생한다.

즉, 등산화나 등산스틱이 밟거나 찍는 압력으로 등산로의 낙엽층과 표토가 쓸려나가고, 여기에 다시 빗물이 흘러 흙이 씻겨 내려가는 일이 반복되면서, 등산로가 마치 골짜기처럼 침식작용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국시모)의 지성희 집행위원과 북한산 불광사에서 향로봉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를 돌아봤다.

◇ 허옇게 드러난 뿌리, 부스러지는 바위…등산로 곳곳 죽은 땅

수많은 등산화와 등산스틱에 흙이 패이고 씻겨 내려가면서, 탐방로 곳곳에 나무 뿌리가 허옇게 드러나 있었다. 등산로 가장자리는 손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흙이 무너져 내렸고, 이미 골짜기처럼 깊이 패여 죽은 땅이 된 곳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힘없이 부스러지는 바위 (사진=강종민 기자)

 

심지어 어떤 구간은 사람이 너무 많이 다녀 단단한 바위가 마치 모래처럼 부스러지는 곳도 있었다. 지 위원은 "사람들이 앞만 보고 땅만 보고 다니니까 그냥 흙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것은 바위가 부스러져서 모래처럼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가 손으로 훑자 바위 표면이 힘없이 부스러져 내렸다. "이렇게 무너지는게 금방이죠."

문제는 법정 탐방로가 아닌 샛길로 다닐 경우다. 줄서서 산을 오르던 사람 일부가 답답한 마음에 없던 길로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곳에 답압이 생겨나고 세굴현상이 시작된다. 70여개 남짓한 법정탐방로 외에 이렇게 생긴 샛길이 수백 곳이다.

지 위원은 "샛길이 생기면서 생태계들이 조각나고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나무들도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정상부로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경사가 급해지면서 내려오는 길에 하중이 더 많이 실리기 때문이다. 향로봉으로 오르는 구간, 참나무 한그루가 뿌리를 다 드러내놓고 있었다. 흙이 씻겨 내려가 드러난 뿌리를 등산객들이 계단삼아 밟고 올랐다. 그나마 뿌리에 남아있던 흙도 부서져 내렸다. "곧 이 나무도 죽게 되겠지요" 지 위원이 말했다.

향로봉으로 오르는 탐방로 길목. 뿌리가 드러나 죽어가고 있는 나무. (사진=강종민 기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세굴현상이 심한 구간에는 돌계단이나 나무계단을 깔거나 아니면 아예 탐방로를 복원한 뒤 그 위에 데크를 설치한다. 하지만 워낙 많은 탐방객들이 찾기 때문에 탐방로가 황폐화 되는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 입장료 폐지하자 감당 못할 탐방객…'7부 능선서 입장료 받자' 의견까지

북한산의 탐방객 수용능력은 연간 300만명 수준이다. 그나마 2006년까지는 탐방객이 400만명 수준이었는데, 입장료가 폐지된 2007년에는 무려 1019만명으로 두 배가 넘게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후 북한산 둘레길 사업 등으로 탐방수요가 줄어들면서 탐방객이 연간 700만명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아직도 수용능력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북한산 뿐만 아니라 사찰의 문화재관람료가 없어서 입장이 완전 무료인 덕유산(백련사는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했고, 안국사는 가을 성수기에만 입장료를 받는다)과 한라산에서도 비슷하게 탐방객 급증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덕유산은 2006년 85만명이던 탐방객이 2007년 입장료 폐지가 되자마자 152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한라산도 2006년 74만명 수준이던 탐방객이 지난해에는 125만명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한라산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해 지난해 22만명이 외국인으로 분류됐다.

때문에 북한산이나 덕유산, 한라산처럼 수용한계를 넘은 국립공원은 탐방 수요를 제한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북한산 백운대 등 탐방수요가 많은 대표적인 곳에 7부 능선부터 시범적으로라도 입장료를 받거나, 아예 일일 탐방인원을 제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반대여론의 역풍을 맞을까봐 의견수렴은 커녕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입장료 폐지 이후 10년째를 맞은 이 시점에서, 일부 지점이라도 입장료 부활을 거론하는 것은 여전히 금기로 남아있는 것일까. 이미 자연을 대하는 국민의 수준은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로 입장료를 받으면서도 큰 거부감 없이 잘 운영되는 국내 사례도 있다. (내일 3부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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