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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대로' 오승환의 돌직구, 美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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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자료사진=노컷뉴스)

 

정확히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한국과 미국의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맞대결에서 대기 타석에 머물던 미국 포수 마이클 바렛은 마운드에 서있는 동양의 낯선 투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기껏해야 90마일 초중반대. 메이저리그의 정상급 불펜투수 가운데 90마일 중후반대의 공을 던지는 투수가 즐비하다.

바렛은 투수의 공을 받는 포수다. 공의 위력을 결정하는 게 속도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국의 투수가 던진 공은 무언가 달랐다.

바렛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치 시속 170km짜리 공을 뿌리는 것 같았다"고 감탄했다. 공의 종속이 뛰어났다는 말로 야구계에서 자주 쓰는 표현으로 공 끝이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10년 전 바렛을 놀라게 했던 선수가 아시아 무대를 평정하고 마침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바로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다.

오승환의 '돌직구'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돌직구'였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삼진 2개를 솎아내며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오승환은 4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개막전에서 7회말 등판해 실점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오승환은 팀이 0-3으로 뒤진 7회말 데뷔 기회를 잡았다. 선발 애덤 웨인라이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였다. 세인트루이스는 일단 추가 실점을 막고 막판 역전을 노려보자는 심산에서 오승환을 기용했다.

오승환은 야디에르 몰리나와 배터리를 이뤘다. 12년 연속 개막전에 출전한 몰리나는 투수 리드와 수비로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로 손꼽히는 선수다.

다소 긴장했을까. 오승환은 첫 타자 맷 조이스에게 볼넷을 내줬다.

시작부터 연거푸 볼 3개를 던졌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찔러보려고 했지만 조금씩 빗나갔다. 이후 91마일(시속 146km) 강속구를 앞세워 풀카운트를 만들었으나 6구째 변화구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마무리 경험을 충분히 쌓은 오승환은 흔들리지 않았다. 존 제이소를 상대로 92마일(시속 148km), 89마일(시속 143km) 직구를 연거푸 던져 내야땅볼로 잡아냈다.

이어지는 1사 2루에서 피츠버그의 간판타자 앤드류 맥커친에게는 볼넷을 내줬다. 오승환이 던진 공 6개 모두 바깥쪽 코스였다. 1루가 비어있어 볼넷을 주더라도 굳이 정면승부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오승환의 '쇼타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오승환은 1사 1,2루 득점권 위기에서 데이비드 프리즈를 만났다. 91마일과 92마일 짜리 직구를 연거푸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꽂았다. 프리즈는 처음 만난 투수라 그런지 첫 공 2개를 지켜봤다. 2볼 2스트라이크에서 91마일 짜리 5구를 때려봤으나 파울이 됐다.

오승환은 풀카운트 승부에서 7구 결정구를 슬라이더로 선택했다. 바깥쪽으로 흘러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박힌 83마일(시속 134km) 짜리 슬라이더에 프리즈(Freese)는 말 그대로 '프리즈(freeze, 얼다 얼리다의 뜻)'가 됐다. 오승환의 데뷔 첫 삼진이었다.

다음 타자는 스탈링 마르테. 맥커친과 함께 피츠버그가 자랑하는 간판타자다. 오승환은 프리즈를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92마일 강속구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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