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다, 부러워' 삼성 구자욱(왼쪽)은 겨우내 살을 찌우려고 노력했지만 허사로 돌아갔고, 두산 유희관은 반대로 살을 빼느라 진땀을 흘렸다. 사진은 구자욱의 1일 개막전 모습과 유희관의 지난달 28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때 모습.(자료사진=삼성, 황진환 기자)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두산의 공식 개막전이 열린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경기 전 삼성 내야수 구자욱은 1군 풀타임 2년째, 변신을 포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군에 데뷔한 구자욱은 시즌 뒤 살을 찌울 요량이었다. 우상인 선배 이승엽처럼 거포로 거듭나기 위해서였다. 189cm에 75kg으로 호리호리한 구자욱은 "이승엽 선배처럼 홈런을 많이 치기 위해 힘을 기르고 살을 찌우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바 있다.
구자욱은 지난해 타율 3할4푼9리(3위)에 11홈런 57타점 97득점 17도루의 성적을 냈다. 이런 활약에 신인왕을 탔지만 거포에 대한 미련은 남았다.
하지만 구자욱은 일단 꿈을 포기했다. 생각보다 살이 찌지 않아서였다. 구자욱은 "원래 살이 잘 찌는 체질이 아니지만 어떻게 해서든 체중을 늘리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몸무게에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후련하게 말했다. 현재 체중은 그래도 늘어서 80kg 정도다. 구자욱은 "한국야구위원회(KBO) 프로필에 75kg으로 나왔는데 고쳐야 할 것 같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유희관 "살 찌게 한다고? 겨우내 10kg 감량"하지만 이런 구자욱이 부러운 사람도 있다. 반대로 구자욱이 부러워 할 만한 선수다. 두산 좌완 유희관이다. 구자욱과는 달리 정말 살이 잘 찌는 체질이다.
이날 경기 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유희관에 대해 "비시즌 동안 살을 빼느라고 엄청 고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살이 찌면 아무래도 투구 폼에 영향을 미쳐 구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김 감독은 "나도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유희관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먹는 것 같다"면서 ""나도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뭐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다"고 웃었다. 통풍이 있는 김 감독은 육류 섭취를 가급적 자제한다. 김 감독은 "식이요법을 하면 종종 예민해지는데 사실 그것 때문에 선수들에게 화를 낼까 봐 조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희관은 시즌 뒤 한때 100kg이 넘었던 체중을 혹독하게 감량했다. 이날 홀쭉한(?) 얼굴로 더그아웃에 나온 유희관은 "10kg 정도를 뺐다"고 말했다. 현재는 지난해 한창 구위가 좋았을 때의 92kg 정도를 유지하고 있단다. 지난해 유희관은 18승5패 평균자책점 3.94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누구는 살이 찌고 싶어도 안 찌는데 다른 누구는 저절로 살이 찐다. 구자욱과 유희관, 서로가 부럽지만 일단 자신이 처한 조건에 적응해야 한다. 일단 구자욱은 개막전에서 4타수 1안타 1도루를 기록했다. 유희관은 2일 선발 등판해 구자욱과 상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