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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개막전?' 마음이 무거운 팀들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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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못 긴장되네요' 삼성 류중일(왼쪽부터), 넥센 염경엽, 한화 김성근 감독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1일 펼쳐지는 개막전을 편치만은 않은 마음으로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자료사진=삼성, 넥센, 박종민 기자)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마침내 긴 겨울잠을 깨고 기지개를 켠다.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가 1일 개막전으로 7개월 대장정에 돌입한다.

'야구가 끝나는 날이 세상에서 가장 슬플 날'이라던 팬들은 겨우내 기다렸던 그라운드의 향연으로 빠져들 채비를 마쳤다. 10개 구단 역시 올해만큼은 가을야구와 우승 등 제각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의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설렐 것 같은 개막전을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준비하는 팀들도 있다. 제각각 이유는 다르지만 조금만 더 개막이 더디게 왔으면 하는 팀들이다. 그래도 난국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다.

▲새 집에서 새 출발하는데 선수가 없네

올 시즌 KBO 리그에는 새 구장이 첫 선을 보인다. 바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와 한국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이다. 낡고 위험한 대구시민구장과 목동구장을 떠나 각각 삼성과 넥센이 새 둥지를 틀었다.

1일 개막전은 이들 구장에서 치러지는 KBO 리그의 첫 공식 경기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던 두산을, 넥센은 롯데를 홈으로 불러들여 역사적인 신축구장의 첫 홈 경기를 치른다.

'이 4명만 있다면야...' 2014년 넥센과 한국시리즈 당시 전, 현 삼성 투수들인 임창용(오른쪽부터), 안지만, 오승환, 윤성환이 포즈를 취한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집들이면 온 가족이 모두 모여 정성껏 손님들을 맞아야 하지만 지난해까지 뛰었던 기둥들이 몇 개 빠졌다. 이래서는 잔칫날 자칫 주객이 전도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삼성은 알려진 대로 선발과 중간, 마무리 등 최고 선수들이 도박 스캔들로 빠져 있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마무리 임창용은 방출돼 KIA로 적을 옮겼고, 윤성환과 안지만은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당초 류중일 감독은 지난달 28일 개막 미디어데이 뒤 "윤성환과 안지만을 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임창용과 달리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둘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기용하겠다는 것. 그러나 아직 가라앉지 않은 여론을 의식해 신축구장 개막전에는 이들을 배제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사실 둘이 있다면 개막전 승산이 자못 높았을 터였다. 윤성환은 역대 개막전에서 2승에 평균자책점(ERA) 1.71을 기록할 만큼 강했다. 안지만은 지난해 역대 한 시즌 최다홀드(37개)를 거둔 만큼 뒷문을 든든히 지켜줄 만했다. 그러나 둘이 빠지면서 삼성은 차우찬을 선발로 냈다. 두산 선발이 삼성을 상대로 최근 3시즌 동안 9승 1패 ERA 2.89를 찍은 더스틴 니퍼트라 고전이 예상된다.

'4번 타자의 빈자리' 넥센은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거포 박병호(사진)와 일본 세이부로 이적한 에이스 앤디 밴 헤켄 등 주축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넥센 역시 쉽지 않은 개막전이 될 전망이다. 이날 넥센 선발은 라이언 피어밴드로 지난해 13승11패 ERA 4.67을 기록했다. 13승11패 ERA 3.56의 롯데 선발 조시 린드블럼에 살짝 밀린다. 전력 변동이 없었다면 에이스 앤디 밴 헤켄이 나섰겠지만 일본 세이부로 이적했다.

여기에 넥센은 4번 타자 박병호(미네소타)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타선의 무게감이 확 줄었다. 3, 5번을 쳐주던 유한준 역시 케이티로 이적했다. 2014시즌 뒤 역시 미국으로 건너간 강정호(피츠버그)까지 거포군단은 이제 옛말이다.

좌타 중장거리포 채태인이 삼성에서 이적해왔지만 불펜 자원 김대우를 내줬다. 필승조 한현희와 조상우는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접었다. 마무리 손승락은 이제 롯데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 넥센을 상대한다.

▲야심차게 영입했는데 선수가 없네

이들 팀 못지 않게 개막전에 나서는 마음이 설레지만은 않은 팀은 또 있다. 바로 부상 선수들로 완전치 않은 전력으로 출발을 해야 하는 팀들이다.

대표적인 구단이 한화다. 한화는 최근 3년 동안 가장 대대적으로 선수 영입을 했지만 1일 LG와 잠실 개막전 엔트리에는 주축 선수 2명이 빠졌다.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와 톱타자 이용규다.

로저스는 지난해 중반 혜성처럼 등장한 괴물이다. 10경기 6승 중 완투승 4회, 완봉승 1회를 거두며 일약 에이스로 우뚝 섰다. 올해 역대 외국인 최고 몸값인 190만 달러(약 22억 원)에 계약한 이유다.

'에이스와 톱타자' 각각 오른 팔꿈치 통증과 왼 손목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된 한화 투수 에스밀 로저스(왼쪽)와 외야수 이용규.(자료사진=한화)

 

하지만 로저스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김성근 감독이 지난달 28일 미디어데이에서 "개막전 선발을 새벽 3시까지 고민했는데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고충을 토로한 것도 에이스의 부재 때문이다.

한 시즌의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개막전인데 최고 투수가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대신 김 감독은 송은범을 선발로 예고했다. 송은범은 지난해 2승9패 4세이브 ERA 7.04로 부진했다. 반면 상대 선발은 지난해 10승12패 ERA 4.03에 한화를 상대로 3승1패 ERA 2.97로 강했던 헨리 소사다.

여기에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 이용규도 없다. 시범경기에서 왼손목을 다쳤다. 이용규는 지난해 타율 3할4푼1리 출루율 4할2푼4리 94득점 28도루로 공격 첨병 역할을 했다. 이용규는 복귀까지 1~2주, 로저스는 3~4주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4년 84억 원에 영입한 왼손 불펜 정우람이 시범경기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 기대를 걸 만하다.

나머지 팀들은 나름 정상 전력으로 개막전에 나선다. 우타 거포 박석민이 가세한 NC는 마산에서 에이스 에릭 해커를 앞세워 역시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나서는 KIA와 격돌한다. SK도 좌완 에이스 김광현을 내세워 문학 홈에서 유한준-이진영 등이 가세한 막내 케이티와 맞선다.

제각기 가볍고, 무거운 마음으로 개막전에 나서는 10개 팀.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한치 앞을 모른다. 과연 1년 농사의 첫 시작에서 어느 팀이 울고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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