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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黨 4色이 불러온 '블랙(black)'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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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박종민 기자, 심상정 홈페이지 캡처)

 

4.13 총선을 앞두고 오늘부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선거운동 개시에 맞춰 여야 정당과 후보자들은 각자의 '색깔'로 무장했다. 새누리당은 빨간색, 더불어민주당은 파란색, 국민의당은 녹색, 정의당은 노란색, 무소속 후보들은 흰색으로 갈아입었다.

'4黨 4色'이라는 말처럼 각 당이 차별화된 색깔을 선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빨강은 열정, 파랑은 진실, 녹색은 평화, 노랑은 희망, 흰색은 순결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고 각 당의 정체성과 색깔의 이미지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각 당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지만 당을 상징하는 색깔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뀌어 왔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당의 상징색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꿨다. 당시만해도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의 보수 정당에게 빨간색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좌 클릭' 파격행보는 19대 총선 승리와 대선 승리를 견인하는 데 일조했다. 더욱이 새누리당의 빨간 옷은 그동안 선거 때만 되면 우리 사회를 갈라 놓았던 색깔론과 북풍(北風)을 잠재우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김대중, 노무현의 색깔로 불렸던 노란색을 버렸다. 그 대신 '우 클릭'으로 보수적 이미지인 파란색을 선택했다.

국민의당은 올해 창당하면서 녹색으로, 정의당은 지난 2014년 자주색과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변경했다.

이처럼 당의 색깔 이미지는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사로잡는 유용한 선거전략이다. 비주얼 시대를 반영하듯 색깔 정치의 효용성을 실증하는 것이다.

이번 4.13 총선에 출마한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944명의 후보자들도 형형색색의 모자를 쓰고 점퍼를 입고 유권자들과 시선을 맞춘다.

바야흐로 4월이 시작되는 내일부터 전국이 울긋불긋 봄꽃의 향연에 취하게 될텐데, 각 당의 색깔까지 봄꽃 축제에 가세한 형국이다.

그러나 색깔 꽃에는 향기와 느낌이 있지만 각 당의 색깔에는 감동이 없다.

실제로 각 당이 보여준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공천파동, 야권연대를 둘러싼 신경전, '빈수레' 선거공약 등은 유권자들의 정치혐오만 키웠다.

또한 각 당이 모두 '한지붕 두가족'의 권력싸움에 치중하면서 국민과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4당 4색인 빨강, 파랑, 녹색, 노랑은 공교롭게도 자홍(Magenta), 청록(Cyan), 노랑(Yellow)이라는 '색의 3원색'을 포함하고 있다.

빨강과 파랑을 섞으면 보라, 빨강과 노랑을 합치면 주황, 파랑과 노랑을 섞으면 녹색이 된다.

그러나 빨강, 파랑, 노랑을 모두 섞으면 검정색이 되고 만다. 마치 감동이 없는 오늘의 '무채색' 정치처럼 말이다.

우리의 정치가 무채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유권자들은 각 당과 후보자들이 입고 있는 색깔 이미지에 현혹되지 말고 겉색깔이 감추고 있는 사실을 정확히 가려내 심판해야 한다.

정치혐오가 클수록 투표에 참여해 진정한 색깔이 있는 정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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