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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 쪽박 깨지 마라" 영자와 소냐 불러낸 헌재 결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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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처벌법 합헌 결정 속 소수 '위헌' 의견 주목

헌법재판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헌법재판소가 31일 '성매매처벌법'의 처벌 조항을 재판관 6인의 다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지만 자발적인 성매매 여성은 물론 성매수 남성도 처벌하는 건 위헌이라는 재판관 1인의 의견도 나왔다. 조용호 재판관이다.

조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는 속담을 꺼냈다.

그는 "삶의 밑바닥에 내몰린 성매매 종사자들이 성매매를 통해서나마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애쓰는 마당에 인간의 본성과 성매매의 본질에 반하는 '성매매 근절'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고 자신의 결정문을 매듭지었다.

전제는 "인간은 동물과 달리 종족번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도 성행위를 한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에서 출발했다.

성매매의 본질에 대해선 "아무런 대가가 결부되지 않은 사랑이나 성관계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역사적 시각을 드러낸 뒤 "단순히 성관계에 돈이 끼어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성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편견에 불과하다"고 직설했다.

성매매가 성을 상품화해 성판매자의 인격을 침해하고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것이라는 다수 재판관의 의견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 재판관은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의 결과일 뿐"이라며 "건전한 성풍속이나 성도덕을 누가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계형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사회적 폭력"이라고 규정하며 "'최고의 악질 포주는 나라'라고 외치는 성판매 여성들의 절규를 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들을 헌재 결정문에 불러들였다.

봉제공·빠걸·버스 안내양을 거쳐 창녀가 된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의 영자, 모함으로 공장에서 쫓겨난 뒤 딸 코제트를 위해 돈을 벌려고 머리카락과 치아를 팔고 성매매를 하던 '레미제라블'의 팡틴, '죄와 벌'의 주인공으로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살해 라스콜니코프를 자수하도록 권유한 '성스러운 매춘부' 소냐를 언급한 조 재판관은 "이들이 성매매죄로 처벌받는다고 가정해보라. 수긍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와 함께 국제앰네스티가 지난해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에 대한 학대와 폭력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성노동과 관련된 모든 측면을 비범죄화하는 것"이라는 결의문을 채택한 점도 전부 위헌을 낸 근거가 됐다.

그는 "경계해야 할 것은 성매매의 비범죄화를 '합법화'로 확대해석해 비범죄화가 성매매를 조장하고 확산시켜 사회의 건전성을 해칠 것이라는 오해"라고 말했다.

성구매자는 처벌하되 성판매자까지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일부 위헌 의견은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이 내놨다.

두 재판관은 성매매가 "본질적으로 남성의 성적 지배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정당화하는 수단이자 성판매자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봤다.

다만 성판매자를 처벌하지 말자는 근거는 "성판매자를 처벌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보호와 선도를 받아야 할 사람"으로 봐서다. 두 재판관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한다면 여성의 성이 억압되고 착취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판매와 구매 모두를 처벌하지 않는 외국 사례와 함께 스웨덴·아이슬란드·노르웨이와 같이 성구매자만 처벌하는 나라들의 예를 들며 "비범죄화를 택한 스웨덴에서 오히려 성매매 근절에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목했다. 차별적 범죄화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다.

다만 조용호 재판관은 "성매수자만 처벌하는 국가에서 오히려 인터넷, SNS 등을 이용한 은밀한 형태의 성매매를 양산하고 성판매 범죄조직에 의탁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연구 보고를 인용해 각자의 근거에서 차이를 보였다.

일부 위헌 의견을 펴면서 동시 성매매 업주 등에 대한 제재와 몰수, 추징 등의 방법으로 성산업 자체를 억제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대안도 내놨다. 성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 외국에서도 중계행위를 처벌하는 점도 덧붙였다.

성매매를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는 만큼 "성구매자를 처벌하는 것은 잘못된 성인식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이들은 제한적 처벌 필요성은 강조했다.

이에 맞서 다수인 6인의 재판관은 "성의 자유화와 개방화 추세가 성을 사고 파는 행위까지 허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는 마땅히 법률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수 재판관들은 "수요 억제를 위해 성구매자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성판매자도 함께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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