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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눈-이이 시리즈' 역대급 복수혈전의 건강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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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종료 직전 쐐기 덩크를 꽂은 오리온 최진수가 동료 김동욱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오른쪽)과 27일 5차전에서 KCC 송교창이 쐐기 탭슛에 이어 무효 덩크를 꽂은 뒤 동료 하승진의 격한 환영을 받는 모습.(자료사진=KBL)

 

한 시즌 코트의 최강자를 가리는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정규리그 우승팀 KCC와 3위 오리온이 펼치는 7전4승제 시리즈가 갈수록 치열한 양상을 벌이고 있다.

KCC가 기선을 제압했지만 오리온이 내리 3연승, 거침없이 질주했다. 14년 만에 오리온의 우승으로 끝날 것 같던 시리즈는 5차전 KCC의 반격으로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시리즈를 더욱 뜨겁게 달구는 요소는 두 팀의 심리전이다. 추승균 KCC, 추일승 오리온 등 '추-추 감독'의 물고 물리는 전술 대결 못지 않게 챔프전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자칫 큰 사태로 번질 신경전 양상이 아니라 선수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려 경기에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긍정적인 형태의 대결로 흐르고 있다.

▲오리온 "김민구 발언에 전투력 상승"

시발점은 지난 19일 1차전 KCC 김민구와 오리온 문태종의 충돌이었다. 당시 64-64로 팽팽히 맞선 4쿼터 종료 약 4분 전 오리온 공격 때 문태종과 김민구의 팔이 엉켰다 풀리는 과정에서 둘이 맞붙었다.

김민구가 문태종을 칠 듯한 도발적인 자세를 살짝 취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두 팀 선수들이 코트에서 대치하며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김민구와 오리온 장재석이 설전을 벌어기도 했다. 다행히 심판 등의 제지로 거기서 그쳤지만 김민구의 다소 과한 동작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렇게만 끝나면 자칫 씁쓸한 뒷맛만 남길 뻔했다.

지난 19일 챔프전 1차전에서 KCC 김민구(가운데)와 오리온 문태종(오른쪽)의 신경전 때 두 팀 선수들이 코트에서 대치하는 모습.(자료사진=KBL)

 

하지만 이게 오히려 오리온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1차전 4쿼터 대역전패로 가라앉을 뻔한 분위기가 되레 살아났다. 김민구와 문태종의 신경전이 선수들의 전투력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오리온은 2, 3차전에서 모두 정규리그 챔피언 KCC를 상대로 모두 20점 차 이상의 대승을 거두고 기세를 올렸다. KCC가 작심하고 나선 4차전까지 잡아내며 포효했다. 최장신 하승진(221cm)과 허버트 힐(203cm)을 보유한 오리온에 리바운드에서 4차전까지 152-144로 앞섰다. 선수들의 움직임 자체가 KCC를 압도했다.

4차전 뒤 오리온의 한 주축 선수는 "김민구의 행동과 발언이 우리 선수들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먼저 KCC 쪽에서 '챔프전은 전쟁'이라고 했기 때문에 우리도 전투처럼 맞섰다"고 털어놨다. 1차전 뒤 인터뷰에서 김민구는 논란이 된 행동에 대해 "목숨을 걸고 하는 경기에서 나온 오해"라고 해명했고, 동료 전태풍이 "코트는 전쟁"이라고 옹호한 바 있다.

오리온은 김민구-문태종 신경전이 불거지자 경기력으로 답한 것이다. 사나운 오리온의 기세에 KCC가 질릴 수밖에 없었다.

▲KCC "최진수 덩크에 열받았다"

하지만 KCC의 전투력을 끌어올릴 변수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오리온이 빌미를 줬다. 4차전 종료 직전 최진수의 도발적인 덩크였다. 오리온이 92-86으로 앞선 종료 3.9초 전 최진수가 승부에 관계없는 투핸드 백덩크를 꽂은 것.

보통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앞선 팀은 진 팀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마지막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 때문에 KCC가 무방비 상태에서 나온 최진수의 덩크는 불문율을 깬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최진수는 "고양에서 처음 열리는 챔프전이라 팬 서비스 차원에서 했다"고 해명했다. 또 "KCC 김효범 형이 와서 '야!' 하고 질책해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덩크는 KCC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27일 5차전에 앞서 추승균 감독은 "최진수의 덩크로 선수들이 느낀 게 있을 것"이라고 설욕을 다짐했다. 과연 KCC는 전주 홈에서 열린 5차전에서 전반을 18점 차로 크게 앞섰다. 2~4차전에서 힘없이 당했던 KCC가 아니었다. 오리온이 후반 거세게 추격했지만 KCC는 막판 응집력으로 94-88 승리를 거두고 반격에 성공했다.

'분노의 덩크' KCC 송교창이 27일 오리온과 챔프전 5차전에서 종료 직전 파울 뒤에도 투핸드 덩크를 꽂는 모습.(자료사진=KBL)

 

재미있는 것은 5차전 막판 KCC도 덩크로 응수했다는 점이다. 92-88로 앞선 종료 3.6초 전 송교창이 역시 승부와 관계 없이 투핸드 덩크를 꽂은 것. 앞선 파울로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눈에 눈, 이에는 이'의 설욕이었다. 공교롭게도 4차전 최진수의 덩크와 시간이 불과 0.3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경기 후 송교창은 "3연패로 처진 팀 분위기도 살리고 최진수 형의 덩크를 맞받아치고 싶었다"고 밝혔다. 동료 전태풍도 "최진수가 괜히 기분 나쁘게 덩크해서 열받았다"고 털어놨다. 더 큰 신경전으로 확대될 수 있었지만 덩크에 덩크로 깔끔하게 끝냈다. 또 이제 20살, 갓 고교를 졸업한 송교창이 했던 덩크였기에 깜찍하게 보아 넘길 수 있었다.

이렇듯 선을 지킨 신경전과 심리전은 선수들의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또 자칫 삭막할 수 있는 챔프전에 다양한 스토리를 낳아 시리즈를 풍부하게 만든다.

이제 챔프전은 오리온의 홈인 고양으로 넘어가 29일 2차전이 펼쳐진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깜짝 변수가 등장할까. 챔프전 명승부에 팬들은 즐겁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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