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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에 이은 최진수의 도발, 어떤 후폭풍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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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KCC와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승부가 갈린 4쿼터 종료 3.9초 전 무방비 덩크를 꽂은 오리온 최진수.(가운데, 자료사진=KBL)

 

오리온이 14년 만의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긴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정규리그 우승팀 KCC는 5년 만의 정상 문턱에서 밀려날 위기에 놓여 있다.

당초 지난 19일 1차전까지만 해도 우승 확률은 KCC 쪽이 더 높아보였다. 4쿼터 대역전승을 거두면서 기세를 올렸고, 반대로 다잡은 승리를 놓친 오리온은 심리적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 까닭이다.

하지만 오리온은 이후 무서운 경기력으로 KCC를 벼랑까지 몰아붙였다. 내리 3연승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달렸다. 2, 3차전 모두 20점차 이상 승리를 거뒀고, 작심하고 반격에 나선 KCC를 4차전에서도 눌렀다. 1차전에서 기선을 제압당한 팀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과연 오리온의 가공할 질주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이승현(197cm), 김동욱(194cm) 등 리그 최강의 포워드진과 가드 조 잭슨(180cm)의 종횡무진 활약, 추일승 감독의 준비된 전술 등 여러 요인이 있을 터.

그러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역시 오리온 선수들의 정신력이다. 끈질기고 적극적인 승부욕으로 KCC와 기 싸움에서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오리온을 날래고 용맹하게 만들었을까. 또 이번 시리즈의 또 다른 변수는 없을까.

▲1차전 김민구-문태종 신경전, 오리온에 호재

앞서 언급했던 대로 오리온은 1차전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안았지만 2차전에서 펄펄 날았다. 첫 경기 기선을 제압한 팀이 KCC가 아니라 오히려 오리온이 아닌 착각이 들 정도였다. 1차전을 뺏긴 타격을 만회할 만큼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했다.

그 원인 중 가장 큰 하나는 1차전 도중 발생한 상대와 신경전이었다. 4쿼터 종료 약 4분 전 KCC 김민구(25)와 오리온 문태종(41)의 팔이 엉켰다 풀어지는 과정에서 두 팀 선수들이 코트 대상 상황을 벌인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민구가 문태종을 치려는 듯한 다소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고, 거친 말투를 뱉은 게 논란이 됐다.

이게 오리온 선수들에게는 기폭제가 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승부욕을 자극해 전투력을 상승시킨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KCC 김민구(가운데)와 오리온 문태종(오른쪽)이 4쿼터 막판 팔이 엉켰다 풀리면서 신경전을 벌이자 두 팀 선수들이 대치하는 모습.(자료사진=KBL)

 

1차전 다음 날인 20일 훈련에서 오리온의 한 베테랑 선수는 "그런 신경전이야 경기 중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태종이 형에게는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태종 역시 "해프닝이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상대의 도발적 행동에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표정이었다.

반면 KCC에게는 결과적으로 1차전의 신경전이 악재로 작용한 모양새다. 논란의 당사자가 예전 음주 사고 전력이 있는 김민구였던 데다 문태종과 나이 차도 16살이나 나는 만큼 곱지 않게 보는 농구 팬들이 더 많았다. 비판을 받은 KCC로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KCC는 최장신 하승진(221cm)과 허버트 힐(203cm) 등 신장에서 앞서면서도 오히려 리바운드에서는 144-152로 열세다.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오리온 선수들의 움직임을 당해내지 못했다.

흔히 농구에서 리바운드는 신장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한다. 얼마나 마음가짐이 적극적이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KCC는 일단 오리온에 지고 들어가는 부분이 없지 않다. 적극성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가로채기에서도 오리온은 30-23으로 앞서 있다.

▲4차전 최진수 무방비 덩크의 나비 효과는?

하지만 이번 시리즈의 분위기가 바뀔 만한 변수가 생겼다. 바로 25일 4차전 막판 나온 오리온 최진수(203cm)의 덩크다. 김민구 때와는 반대로 KCC의 전투력을 자극시킬 만한 요소가 될 수 있다.

4차전에서 KCC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접전 끝에 4쿼터 막판 무너졌다. 81-85로 뒤진 종료 47.2초 전 최진수에게 결정적인 3점포를 맞고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후 KCC는 3점 슈터 김지후를 투입하긴 했지만 역전보다는 챔프전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논란을 일으킨 장면은 경기 종료 직전 나왔다. 오리온이 92-86으로 앞선 종료 10.8초 전. 사실상 승부가 기운 시점으로 보통 앞선 팀은 공격권이 있더라도 득점을 위한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지고 있는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까닭이다.

25일 챔프전 5차전에서 오리온 최진수가 종료 3.9초 전 무방비 상태에서 덩크를 꽂는 모습(위)과 경기 뒤 추승균 KCC 감독이 불쾌한 표정으로 코트 쪽을 바라보는 모습.(사진=SBS 스포츠 중계 화면 캡처)

 

그러나 최진수는 잭슨-문태종에 이어진 패스를 받아 KCC 진영으로 달려가더니 그대로 백덩크를 꽂았다. 공격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KCC 선수들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멀뚱멀뚱 지켜만 보는 상황이었다. 경기 종료 3.9초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무방비 덩크를 꽂은 최진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분명히 상대를 도발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 한국은 물론 농구 본토 미국에서 활약했던 최진수가 이를 모를 리는 없을 터. 물론 오리온의 홈인 데다 1차전 김민구의 문제적 자세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목적일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문태종이 신경전보다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베테랑답게 의연하게 대처한 터였다. 이런 가운데 접전이 아닌 다 이긴 상황에서, 더군다나 아무도 막지 않은 가운데 마음먹고 꽂은 덩크는 불문율을 깼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3.9초 뒤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 추승균 KCC 감독이 상당히 불쾌한 표정으로 코트를 노려보는 장면이 포착됐다.

문제는 최진수의 덩크가 KCC의 대반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KCC는 이미 벼랑 끝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상대의 도발적인 덩크는 분노의 전투력 급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잖다. 궁지에 몰린 맹수에게 상처까지 입혀놨으니 사나운 저항이 나올 수밖에 없을 터다.

이미 오리온이 역시 1차전 논란 이후 일궈낸 반전을 KCC도 이루지 말란 법은 없다. 더군다나 27일 5차전은 열광적인 응원으로 후끈거리는 KCC의 홈 전주에서 열린다. 전투력 상승의 요인은 충분하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이런 논란이 선수들의 집중력과 경기력 상승으로만 이어지는 게 아니라 엉뚱한 불상사로 번질 가능성이다. 물론 야구에서처럼 빈볼 등 보복이 드문 농구지만 부상으로 이어질 돌발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과연 김민구에 이은 최진수의 문제적 행동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챔프전 5차전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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