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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프사'로 소개팅앱에서 거짓 행세해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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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명의도용일 뿐 명예훼손 적용 못 해"

남의 이름과 카카오톡 사진 등을 도용해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 마치 자신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의 전화번호까지 '채팅남'들에게 뿌린 20대 여성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인적사항을 도용한 것에 해당할 뿐 어떠한 '사실을 적시'하지 않아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SNS 등에서 이같은 정신적 피해를 주는 사례가 늘면서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국회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 법원 "명의도용 했을 뿐 명예훼손죄 적용 못 해"

3년 동안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김모(28·여)씨는 그가 새로운 여성 A씨와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과 이별한 지 1년이 더 지났던 2014년 1월 김씨는 A씨의 카카오톡 소개란에서 나이, 지역, 직업, 키 등을 그대로 옮겨 모바일 소개팅 앱에 가입했다.

소개팅 앱의 프로필 사진은 A씨의 카카오톡을 캡처한 거였다.

김씨는 접근해온 남성들에게 A씨인 척 행세하며 A씨의 휴대전화번호까지 알려줬다.

전 남자친구와 A씨를 갈라놓으려는 심산이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씨는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A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인적사항을 도용한 것에 해당할 뿐 김씨가 어떤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은 행위를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해당한다고 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 법문에 따른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한 경우는 아니라고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다.

김씨가 "A씨가 소개팅 앱에 가입해 활동하며 다른 남성들과 채팅을 하고 전화번호를 줬다"는 식으로 인터넷 등에 글을 올려 거짓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다만 2차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판례다.

특히 타인을 사칭해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면 이런 경우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사진=자료사진)

 

◇ SNS상 타인 사칭 처벌 개정안 발의됐지만…

최근 SNS 등에서 타인을 사칭해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정신적 피해를 주는 사례가 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관련법 개정안이 지난해 7월 발의되긴 했다.

하지만 상임위에 조차 상정되지 않아 19대 국회 처리는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다른 사람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 사람의 이름이나 사진, 영상, 신분 등을 자신의 것으로 인터넷 등에서 사칭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의 제안 이유는 "2차 피해가 없는 경우에도 인터넷상에서의 타인 사칭은 그 자체로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신용과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사이버 공간에서 불신을 조장할 수 있어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여러 주와 캐나다에서는 같은 이유로 타인 사칭에 대한 벌칙 조항이 신설됐다고 황 의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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