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스피드 배구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사진=KOVO 제공)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V-리그 출범 후 최초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뒤 팀 개편에 들어갔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지난 시즌까지 현역으로 뛰었던 최태웅 감독의 사령탑 선임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코치도 거치지 않고 현역에서 곧바로 지휘봉을 잡은 첫 감독이 됐다.
당연히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팀을 바꿔야할지 보이지도 않았다.
최태웅 감독은 '업템포 1.0'을 기치로 스피드 배구로 변화를 꾀했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V-리그에서 스피드 배구를 추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전반기 성적은 10승8패 승점 31점으로 4위에 머물렀다.
그리고 후반기 스피드 배구의 정점을 보여줬다. 현대캐피탈은 후반기 18전 전승과 함께 5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까지 올라섰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질 것 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의 힘은 강했다.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에서 1승3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최태웅 감독의 표정도 어둡지 않았다.
최태웅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스피드 배구를 하면서 안 될 거라 이야기했던, 보이지 않았던, 막막했던 것을 헤치고 정규리그 우승을 했다"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했고,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현대캐피탈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정말 막막하고, 아무것도 안 보일 때가 많았다. 중간에 다시 예전의 배구를 할까 생각도 많이 했다"면서 "그 때마다 코칭스태프가 그럴 거면 왜 시작했냐, 밀어붙이자고 했다. 덕분에 우리 팀 만의 색깔이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챔피언 OK저축은행을 축하해주는 현대캐피탈.
적장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도 현대캐피탈의 스피드 배구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세진 감독은 "리시브 라인도 좋고, 시스템도 잘 만들어놨다. 멤버 구성도 최민호, 신영석은 국가대표 센터고, 문성민이 있고, 여오현이 있으니 빈 틈이 없다"면서 "그 정도로 탄탄한 팀인데 어떻게 이겼는지 신기하다. 가장 두려운 팀이 현대캐피탈이었다. 다양하고, 빠르고, 많은 자원들이 자기 역할을 해주는 팀"이라고 칭찬했다.
다음 시즌에도 스피드 배구는 계속 된다. 비록 마지막에 주저앉았지만, 경험이라는 값진 수확을 얻었다. 더 정교하게 다듬어서 다시 우승에 도전할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