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만기일 직전 주식을 대량 매도한 외국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손해배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4일 김모씨 등 투자자 26명이 18억 1500만원 상당의 손해금을 배상하라며 도이체방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도이체방크가 만기상환 조건가격을 넘어서는 시점마다 반복적으로 주식을 대량 매도했고 실제로 예상체결가격이 하락했다"며 "이는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시세조종행위 내지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 씨 등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와 KB금융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한국투자증권이 발행한 ELS 상품에 투자했다. 만기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모두 75%를 상회할 경우 투자수익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만기가격 결정일이었던 2009년 8월 26일 투자자들은 KB금융 주가가 5만 4740원을 넘으면 수익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도이체방크가 이날 KB금융 주식 23만여 주를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가 5만 4700원까지 떨어졌다.
마지막 10분 동안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은 원금의 74.9%만 돌려받게 되자 "투자수익금을 주지 않으려고 시세조종을 했다"며 도이체방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는 주가 등락에 따라 기초자산 보유량을 조절해 위험을 회피하는 '델타헤지'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정상거래였다고 맞섰다.
1심은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자산운용 건전성을 위해 불가피한 델타헤지였고 종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만으로 부정한 수단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은행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