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20대 총선 비례대표 5번을 받은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
새누리당 4·13 총선 비례대표에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당선권에 대거 포함돼 국민여론과 배치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비례대표 공천 기준에 대해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국민적 영웅은 누구인가'라는 관점에서 선정했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2번을 받은 이종명(56) 전 육군 대령은 이 위원장의 설명에 수긍이 가는 인물이다.
이 전 대령은 지난 2000년 6월 경기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 수색작전 중 다친 전우를 구하려다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었다. 당시 다른 부하들의 접근을 막고 다친 전우를 포복자세로 부축해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이후 2년 2개월 간 재활 훈련을 통해 다시 군에 돌아간 이 전 대령은 합동군사대학 지상작전 교관 등을 지내며 후학을 양성하다 전역했다.
하지만 다른 비례대표 후보들의 면면을 뜯어 보면 우리 아이들이 본받을 '국민적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최연혜…뒤집기 달인 前코레일 사장
비례대표 순번 5번을 받은 최연혜(60) 전 코레일 사장은 민영화 저지를 위한 철도노조 파업을 탄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 전 사장은 파업을 주도한 노조원 404명을 징계했고, 직위 해제된 8393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노조를 상대로 77억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 전 사장은 한국철도대학 총장 시절인 2012년 1월 조선일보에 '국익에 역행하는 고속철도 민간개방'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칼럼에서 "흔히 지적되는 '높은 인건비', '부실경영'도 고속철도 민간개방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며 주장한 논리와 일맥상통하지만, 정작 코레일 사장이 돼선 입장을 뒤집었다.
또 2014년 1월 코레일 사장으로 취임하며 연 기자회견에서 "주어진 임기 3년간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 총선에는 절대 출마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임기를 6개월 남겨두고 비공개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을 했다.
그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자문위원 출신이지만,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에 출마하기도 했다.
◇ 김순례…세월호 유가족 '시체장사' 비하글 유포비례대표 순번 15번을 받은 김순례(61)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하는 글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 공유해 징계를 받은 인물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대해 '시체장사', '거지근성' 등 막말 표현이 포함된 글을 SNS로 유포했다.
문제의 글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현재 국가유공자가 받는 연금액의 240배까지 받을 수 있는 대우라 한다. 이러니 '시체장사'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사한 안전사고 때 이런 터무니없는 유족들의 행위는 한번도 없었다"며 "그런 비겁하고 거지근성은 생각지도 않고 넘어갔다"고 비난했다.
대한약사회는 자체조사를 통해 "약사 사회의 공인으로서 결코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었다"며 직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명령했다.
CBS노컷뉴스는 이 같은 사실을 지적했지만,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아랑곳 하지 않고 김 부회장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정해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전희경·신보라…'국정교과서·노동개혁' 선봉대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 앞장선 보수단체 출신 여성들도 비례대표 당선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희경(40)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국정교과서 정국에서 김무성 대표로부터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는 비례대표 9번을 받았다.
전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말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역사 바로 세우기' 강연 연사로 나서 "대한민국 부정 세력은 자신들의 미래 전사를 길러내기 위해 교육과 교과서를 틀어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제·문학·윤리·사회 교과서도 학생들에게 불평과 패배감을 심고 있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시작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전 사무총장은 영웅"이라며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전 사무총장은 밤잠 자지 말고 전국을 다니면서 오늘 발표 내용을 국민들 앞에서 강연하라"고 칭찬했다.
비례대표 7번을 받은 신보라(33)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역시 정부의 '노동개혁' 드라이브에 앞장섰다.
신 대표는 노동관련법 처리를 위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와 함께 한끼 단식운동에 참여했다.
또 '청년고용 촉진 및 노동시장 개혁을 바라는 청년선언 1만명 서명'을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밖에 신원식(57)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비례대표 22번을 받았다. 그는 육사 37기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육사 동기다.
원 원내대표가 영입한 조훈현(63) 국수는 비례대표 14번을 받았고, 강효상(55)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도 당선권인 16번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비례대표 배심원단은 당원 배려와 남녀 비율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재의를 권고했다. 수용 여부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