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진박(眞朴·진실한 박근혜 사람)들이 경선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대구의 '진박 6인방'은 낙제점을 겨우 면했고, 텃밭인 영남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쏟아졌다. 특히 서울에서는 친박계가 줄줄이 낙천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 배경에는 진박 마케팅의 부작용에 비박 공천학살이 결정적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초토화된 서울 '강남벨트'
서울에서는 친박계가 사실상 초토화됐다. 당의 전략적 요충지인 강남구를 비롯해 '강남벨트' 전체에서 비박계가 공천을 받은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서초을이었다. 강석훈 의원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공약을 총괄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부의 밑그림을 그린 '친박 핵심'으로 분류됐으나,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에게 무릎을 꿇었다.
서초갑에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과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 등 '진박' 혈통을 자랑하는 조윤선 전 수석이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혜훈 전 의원에게 밀려 낙천했다.
'대통령의 입'이었던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도 중구·성동을에서 자유선진당 대변인 출신인 지상욱 당협위원장에게 패했다.
공천을 주무르고 있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원내대표시절 원내대변인이었던 신의진 의원도 양천구갑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보좌관 출신인 이기재 전 제주도 서울본부장에게 공천권을 내줬다.
이밖에 비박계 박인숙(송파갑) 의원과 이명박 정부 청와대 춘추관장을 역임한 이상휘(동작갑) 예비후보도 각각 경선에서 승리를 맛봤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벨트의 후보는 사실상 비박계로 모두 채워졌다.
▲이혜훈(서초갑) ▲박성준(서초을) ▲김을동(송파병) ▲이종구(강남갑) ▲이은재(강남병) ▲이기재(양천갑) ▲김용태(양천을) ▲이상휘(동작갑) ▲나경원(동작을) 후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에서 공천을 받은 친박계는 사실상의 전락공천인 단수추천으로 공천장을 따낸 유영하(송파을)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유일하다.
◇ 영남서도 '친박 낙마' 이어져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에서도 친박 후보들의 고전이 이어졌다.
'진박 6인방'이 출격한 대구에서는 윤두현(서)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하춘수(북갑) 전 대구은행장이 경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추경호(달성) 전 국무조정실장과 정종섭(동갑)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사실상 전략공천인 단수추천으로 공천을 받았다.
친박 실세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팔' 김재원(재선,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은 비박계 김종태 의원과의 경선에서 패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부산·경남(PK) 지역에서는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 진박들이 전멸했다.
최상화(경남 사천·남해·하동), 전광삼(경남 영양·영덕·봉화·울진) 전 춘추관장은 모두 현역 의원인 여상규(재선)·강석호(재선)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 비박계 학살에 진박 마케팅의 '역풍''친박·진박' 후보들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배경에는 진박 마케팅의 역풍이 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환멸을 느끼게 만든 장본인들이 상향식 공천의 칼날을 맞았다는 것이다.
특히 비박계 학살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면서 경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 한 비박계 의원은 "이른바 '친유승민계'와 비박계 의원들에 대한 공천 학살이 진박들의 경선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도를 넘은 '진박 마케팅'에 대한 실망감도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도 "영남에서는 후보들의 경쟁력과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지역구에 밀어넣었다는게 드러났다"며 "수도권에서도 '진박 마케팅'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 역풍을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