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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 기념품 나누고'…이상한 치안협의회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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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정당하게 쓰여져야 한다①] 춘천경찰서 치안협의회 지원 예산 분석

강원 춘천시와 춘천경찰서가 때아닌 치안협의회 예산 부당 사용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 언론들은 잇따라 취지에 어긋나는 예산 사용 사례를 보도하고 시민단체는 정보공개 청구와 감사원 감사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총선 분위기에 휩쓸려 '논란'으로 그쳐 희석될 여지가 있다. 강원CBS는 '세금은 정당하게 쓰여져야 한다'는 당위성에 주목해 춘천시 지역치안협의회 정산 자료를 비롯한 타 시군 자료를 입수해 분석하고 전문가 평가를 통해 실태를 세부적으로 진단, 개선책을 모색하는 연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영화 보고, 기념품 나누고'…이상한 치안협의회 예산
② '치안협의회는 홍보협의회?'…홍보물 제작 과다
③ 치안 예산이 '경찰 홍보비?'…주민 중심으로 거듭나야
춘천시 지역치안협의회 회의 장면. (사진=춘천경찰서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지역치안협의회는?

2012년 9월 펴낸 한국공안행정학회보에 따르면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지방의회, 교육기관, 언론기관, 민간단체 등이 참석해 법질서를 확립하고 치안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지역치안협의회를 발족했다.

이후 각 자치단체별로 조례를 제정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춘천시는 2011년 '춘천시 지역치안협의회 설치 및 운영지원조례'를 만들어 협의회 활동에 필요한 행정 지원과 시책추진에 따른 비용을 예산 범위에서 지원하도록 했다.

위원은 춘천시장을 위원장으로 춘천시의회 의장, 춘천경찰서장, 춘천교육지원청교육장,춘천소방서장이 당연직 위원을 맡는다. 나머지 사회단체 대표와 아동, 청소년, 여성 전문가를 비롯해 유관기관 관계자, 위원장이 지정한 자 등 위촉위원까지 포함해 총 15명 이내로 구성된다.

협의회 기능은 ▲지역사회 범죄동향 분석 및 분야별 범죄예방대책 수립 ▲방범용 CCTV 설치와 관리,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등 치안 인프라 확충, 범죄예방 시설물 등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업계획 수립 등이다.

이와 함께 ▲범죄예방 활동 중 사망한 범죄예방 활동단체 구성원과 사회적 약자의 안전보호대책 수립 ▲범죄예방 정보 제공, 사례관리 및 관련 기관과의 연계사업 추진 ▲그밖의 지역사회 안전을 위한 시책 발굴 및 계획수립, 범죄예방 활동단체의 지원과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 등을 담당하도록 조례에 명시했다.

치안협의회 위원 기념품용 등산스틱 구입 영수증.

 

◇ 영화보고, 기념품 나누고 '셀프홍보'까지

하지만 강원CBS가 입수한 춘천시 지역치안협의회 정산 자료에 따르면 내부 행사나 의전용, 경축행사와 관련한 지출도 이어졌다.

2014년 춘천시는 춘천경찰서에 치안협의회 예산으로 5000만원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경찰은 12월 치안협의회 담당자 워크숍을 열며 참석자 기념품으로 여행용 셋트 35개, 20명 영화관 입장료, 중국음식점 만찬비용 등으로 147만원을 지출했다.

앞서 11월 6일에는 치안협의회 정기회의를 열며 위원 11명에게 개당 10만원이 넘는 유명 등산용 스틱을 118만 8000어치를 구입해 선물했다.

2014년 치안성과 우수관서 1위에 선정되면서 춘천경찰서는 축하 대형 현수막을 치안협의회 예산에서 19만원을 지출해 제작하기도 했다.

2014년 연말 500만원을 들여 구입한 홍보물품 내역.

 

◇ 연말 예산털기 관행 의혹

12월 23일. 새해를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 춘천경찰서는 4대 사회악 근절 공감대 형성과 안전한 춘천시를 만들기 위한 홍보에 사용하겠다며 마우스패드 340개, 문구류세트 830개, USB메모리 100개를 구입한다. 전체 구입 예산은 500만원.

같은 날 성폭력 예방 등을 위한 재가 장애인, 관련시설, 시민 등을 상대로 한 홍보물품으로 티스푼 100개를 90만원을 주고 구입했고 볼펜 160개를 182만 4340원에 사들였다.

2014년 '춘천경찰서, 캠페인, 홍보'라는 단어로 언론 보도를 검색했지만 12월 23일 겨울철 안전운전 캠페인을 끝으로 4대 사회악, 성폭력 예방 등과 같은 홍보활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 해에 동일하거나 더 많은 예산을 받아낼 생각에 올해 예산을 남김없이 쓰는 '예산털기' 행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 치안협의회인가? 홍보협의회인가?

조례에 따르면 춘천시 치안협의회 설치와 지원은 각종 범죄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해 생활안전을 확보하고 법 질서를 확립하는게 목적이다.

그러나 2014년 전체 보조금 5000만원 가운데 2383만원을 기념품 제작과 일부 매체 홍보비용에 지출했다. 이밖에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세미나, 캠페인 비용으로 2318만원을 추가 지출했다고 정산했지만 세부 항목은 우산, 수첩, 손전등, 전단지 등 홍보물품 제작이 주를 이뤘다.

춘천시 지역치안협의회 운영활성화 명목으로 집행된 188만 8000원은 앞서 지적한 등산용스틱 구입비 118만 8000원이 가장 큰 금액을 차지했다.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강원 경찰. (사진=춘천경찰서 홈페이지 화면 캡처)

 

◇ 경찰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회계 전문가 "일부 부당사용 확실"

반복되는 비판 여론에 춘천경찰서 관계자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지만 위원들이나 담당자들에게 전달한 기념품은 회의 참석 여비 성격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연말 예산털기 논란도 사실은 예산을 아끼다 연말에 사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보물 구입이 과다하다는 지적에는 "한정된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면서도 "치안협의회 담당자 워크숍과 기념품 제공은 지난해부터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평가에서는 일부 항목은 목적과 달리 부당하게 사용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춘천경찰서 치안협의회 예산 사용 내역을 함께 분석한 한 회계담당 공무원은 "기념품 제공이 타당하다는 주장은 경찰이 자의적으로 조례를 해석한 것이지 보조금 지원 취지에는 충분히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산서 자체가 숫자에만 치중돼 판단의 차이는 있겠지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홍보물 구입이 성과 분석없이 1년 내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관련 문구가 적혀 있겠지만 티스푼이나 필기구를 받고 얼마나 치안 의식이 높아질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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