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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청소노동자는 왜 사다리 끝에서 추락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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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고대석 (인천교통공사 직원, 사망한 청소노동자 동료)

여기저기 대청소로 바빠지는 시즌, 봄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 무렵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청소노동자들. 건물을 닦고 치우는 이 청소노동자들에게 3월은 가장 분주하고 또 그만큼 안전사고에 쉽게 노출이 되는 시기이기도 한데요. 아니 청소가 뭐 그렇게 위험한 일이냐 좀 의아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인천교통공사 소속으로 인천지하철에서 근무하던 50대 청소노동자가 역을 청소하던 중에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망한 노동자의 동료입니다. 고대석 씨 연결을 해보죠. 고대석 씨 나와 계십니까?

◆ 고대석> 네 안녕하세요. 고대석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인천지하철 1호선 예술회관역에서 벌어진 일인데, 고인이 그때 어떤 일을 하고 계셨던 건가요?

◆ 고대석> 에스컬레이터 벽면 청소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 김현정> 에스컬레이터를.

◆ 고대석>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럼 그 옆 벽면을 닦으려고 사다리를 놓고 올라갔어요.

◆ 고대석> 네. 3m짜리 정도 A형 사다리를 놓고 작업을 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 김현정> A자형 사다리 끝에 안정적으로 앉아서 걸레질을 했다면 그게 크게 문제가 될까 싶은데, 그런 상황이 아니었나 보죠?

◆ 고대석> A형 사다리 자체가 그곳에 적용하기에는 좀 안 되는 장비고요. 그리고 그곳에 앉아서 작업할 수가 없는 높이기 때문에 양쪽 다리를 걸쳐서 일어서서 작업을 하다 보면 A형 사다리가 한 3m 정도 됩니다. 하지만 그 작업자가 일어나서 닦는 곳은 한 4m 이상이 되는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3m A자 사다리 맨 끝에 서서 팔을 뻗어서 닦아야 되는 이런 상황인 거군요?

◆ 고대석>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다가 이분이 중심을 잃으신 겁니까?

◆ 고대석> 네 맞습니다. 중심을 잃고 떨어진 거죠.

◇ 김현정> 사다리가 흔들리지 않게 누가 좀 밑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나 봐요.

◆ 고대석> 계셨습니다. 그 옆에 동료가 계셨지만. 아시겠지만 청소하시는 어머니들이 대부분 여사님들이 나이가 다 많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그분들이 잡고 계셨지만 중심이 넘어갈 때 사실은 대처할 방법도 없었고. 아래에서 받치고 있을 수도 없는 거고. 그런 상황에서 머리부터 떨어지셨나봐요.

◆ 고대석> 네. 앞쪽으로 떨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앞쪽으로 떨어지다가 보니까 안면쪽이 아주 많이 다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옆에 지나가던 병원의 의사가 응급처치를 했지만 피가 계속 이쪽으로 역류되다 보니까 응급처치를 하기에는 인공호흡을 하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이었고요. 바로 119로 이송되었지만 사고 한두 시간 만에 돌아기슨 이런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게 되고 말았던. 평소에 거기서 작업을 할 때 위험하다고 호소를 이분이 하셨었어요?

◆ 고대석>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까? 모든 사업장이 마찬가지겠지만 관리자는 지시를 하고 작업자가 따르는 상명하복을 할 수밖에 없는 현장 분위기에서는 저희가 위험하다 위험하다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위험해도.

◆ 고대석> 이게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 김현정> 우리 고대석 씨도 거기 지하철역에서 근무하시니까 그 사고 현장을 매일 지나다니셨을 텐데. 거기가 그러니까 그런 3m짜리 A자형 사다리 놓고 손 뻗어서 청소하기에는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높은 곳인가요?

◆ 고대석> 저희는 그곳을 지금까지 지나다녔지만 그곳을 과연 청소를 할는 부분일까 생각도 못했었죠.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 고대석> 작업자들에게 여쭤보았습니다. 지금 이곳을 왜 청소를 하셨냐고 여쭤보니까 지금까지 12여 년 정도 청소를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위험하고 그곳에 굳이 청소를 안 해도 될 만한 곳을 청소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아니 갑자기 왜요? 12년 만에?

◆ 고대석> 새롭게 조직개편이 되다 보니까 윗분들이 현장을 순시하는 계획이 갑작스레 잡히게 됐고요. 그래서 과업이 걸린 거죠. 그러다보면 또 작업자들은 그런 위험한 곳까지 청소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청소를 구석구석하는 자체가 나쁜 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12년 동안 안 했기 때문에 계속 안 해야 되는 것도 아닐 테고요. 문제는 그렇다면 과연 철저한 안전대책을 세워놓고 청소를 주문한 것이냐 이 부분인데요. 어떻습니까?

◆ 고대석> 네 맞습니다. 실은 A형 사다리를 그 현장에 적용하기는 굉장히 위험했습니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 입각해서 안전발판과 안전한 비계를 저희가 요구를 했습니다.

◇ 김현정> 비계가 뭔가요 비계?

추락사고 현장. (사진=민주노총 인천본부 제공)

 

◆ 고대석> H형으로 되어 있는 고소작업을 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 김현정> 건설현장 같은 데 가면 H형으로 철제로 세워놓고서 거기서 작업하는 그런 형태요?

◆ 고대석> 네.

◇ 김현정> 그걸 요구를 해 오셨어요?

◆ 고대석> 네. 그것을 요구해 왔고요. 실은 현지에는 요즘에는 그런 안전한 비계보다 이동형 리프트 같은 것들이 선진국에서는 청소노동자들에게 많이 사용되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도 하나씩 저희가 적용하려고 했던 부분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이동형 리프트까지가 어렵다면 최소한 안정적인 H형의 비계라도 설치해 달라고 했던 건데 그게 안 됐던 거다 이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말씀하신 비계는 다른 지하철공사에는 비치가 돼 있습니까?

◆ 고대석> 제가 듣기로는 서울지하철공사에는 각 층마다 비계가 설치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 김현정> 돼 있는 곳도 꽤 있었던 거군요. 선진국들은 물론 다 그렇게 있는 걸 테고요.

◆ 고대석> 네.

◇ 김현정> 그런데 회사측에서는 청소하는 분들이 높은 곳에서 작업할 일은 별로 없고 예산 부족 문제도 있는데 그거 가끔 가다 한 번 하는 청소를 위해서 그걸 층마다 설치해 놓을 수는 없었다 이런 입장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고대석> 고소작업이 없다고 회사에서는 그렇게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천장과 벽면 청소들이 굉장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엊그제 고소작업에 대한 조사를 하러 현장에 나가봤습니다. 지금 저희 A형 사다리 작업이 중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장에서는 긴 장대에 걸레를 매달아서 고소작업을 청소하라는 명령이 내려져서 그 작업을 지금하고 있더라고요.

◇ 김현정> 이제 A형 사다리 쓰지 마라 위험하다. 이러니까 이젠 걸레 이렇게 걸어가지고 그렇게 닦고 계세요. H형의 사다리가 안 됐다면 어떻게 안전모를 썼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안전모도 없었나요?

◆ 고대석> 안전모는 저희가 10명이면 10개 이상의 지급이 돼야 됩니다. 법 규정상.

◇ 김현정> 한 사람당 한 개씩 지급하게 법이 돼 있군요. 그런데 그 작업장은 어땠어요?

◆ 고대석> 저희 작업장에는 9명이 일을 하고 계셨는데 두 개만 지급된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아…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지금 전반적으로 청소노동자들이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지금 이 말씀을 하고 계시는 건데. 이 사건 터지고 나서 끔찍한 사건이 터지고 나서 현장의 청소노동자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고대석> 지금 현장의 청소노동자들 분위기는 예견된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세요?

◆ 고대석> 네 맞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보면 청소노동자들은 지금 무기계약직으로 오기까지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묵묵히 참으며 일했던 것들이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

◇ 김현정> 그렇게 살다가 얼마전 무기계약직 돼서 좋아하셨겠어요. 아예 비정규직이셨다가.

◆ 고대석> 너무 많이 좋아하셨죠. 좋아했지만 처우나 여건 자체는 여전히 열악한데다 예전처럼 지금도 그런 지시에는 불복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죠.

◇ 김현정> 위험한 곳에서 작업하는 것 말고도 청소노동자들이 굉장히 여러 가지로 복지에서는 열악한 상황에 있죠. 다른 직원들보다?

◆ 고대석> 맞습니다. 현장사무실에 가보니까 그분들은 충분히 쉴 만한 곳인지 아니면 진짜 이게 작업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캐비닛을 사이에 두고 남녀가 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방이 하나가 있는데 캐비닛을 중간에 놓고 이쪽 남자 방, 이쪽 여자 방?

◆ 고대석> 남녀 휴게공간을 사후 만들어달라는 것이 저희의 요구였지만 그것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위배되는 것이거든요.

◇ 김현정> 그래서 한 방에 캐비닛 하나 놓고 남자방 여자방 이렇게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그런 말씀이에요. 아…. 이게 이곳 인천지하철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청소노동자들이 어떻게 지금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 이 봄에 한번 다시 주변을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끝으로 꼭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 고대석> 이번 사고를 되새기며 제가 몇 자 적어봤습니다.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하시죠.

◆ 고대석> 추락하는 노동자에게 안전은 없었습니다. 비뚤비뚤 위험한 사다리에서 작업을 할 수 없다고 이렇게 위험한 일도 거부한다고 말할 수만 있었다면 우리의 동료는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작업중지권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은 생명권과 같습니다. 우리 곁을 떠난 당신의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 김현정> 참 동료의 절절한 편지네요.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전반적인 우리 청소노동자들의 환경에 대한 재점검 그리고 재발대책이 마련돼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어려운 증언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고대석>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인천지하철에서 사망한 청소노동자분의 동료 고대석 씨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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