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지일 (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전담 수사팀장)
영화 '살인의 추억', '그놈 목소리'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기 미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 영화인데요. 최근에는 이 미제사건 전담팀을 배경으로 한 '시그널'이라는 드라마까지 인기를 모으면서 장기 미제사건들이 다시 한 번 조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미제전담수사팀은 이런 드라마, 영화 속의 수사팀하고 어떻게 다를까요? 또 어떤 게 비슷할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서울지방경찰청 중요 미제사건전담팀의 정지일 팀장 직접 만나보죠. 팀장님, 안녕하세요.
◆ 정지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드라마로 치자면 김혜수 씨가 맡고 있는 역할에 해당하시는 분이세요?
◆ 정지일> 네,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웃음)
◇ 김현정> 팀장님도 드라마 보셨어요?
◆ 정지일> 네, 봤습니다, 저도요.
◇ 김현정> 그 형사들이 수사하는 거 보면, 전담팀 드라마 속에서 수사하는 거 보면 어떠세요?
◆ 정지일> 실질적으로는 저희들이 수사하는 데 있어서 중요미제사건이라는 것은 오래된 사건이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 정지일> 당시 증거라든가 여러 참고인. 이런 분들을 만나서 당시 있던 일을 재구성하고 이렇게 하는 부분에 있어서 실제론 아주 어려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속에서는... 증거도 금방 찾고 범인도 금방 특정되고. (웃음) 이런 부분이 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 김현정> 드라마처럼만 척척 목격자도 좀 나타나주고, 20년 전 사건인데도 증거가 나와주고 이러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 정지일> (만약 그렇다면) 너무나 행복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웃음)
미제사건전담팀 배경의 드라마
◇ 김현정> 드라마기 때문이 꼭 아니더라도, 이 사이에 중요 미제사건에 대한 관심이 참 높아졌어요. 왜냐하면 ‘태완이 법’이 통과되면서 공소시효가 폐지됐기 때문에. 그런 영향이 있는 거죠, 팀장님?
◆ 정지일> 일명 ‘태완이 법’의 시행으로 인해서 관심이 더 높아졌고요.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 정지일> 저희들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지금.
◇ 김현정> 그렇죠. 그러실 것 같아요. 지금 이 미제사건들을 보면, 미제사건이 된 이유는 그만큼 수사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는 얘기죠?
◆ 정지일> 네, 그렇죠. 당시에 범인을 특정치 못하고 검거치 못해서, 미궁으로 빠지는 사건들, 그런 사건이 중요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가 저희 장기미제 팀이 수사를 진행중인 상황인데요.
◇ 김현정> 그 당시에는 4, 50명이 달려들어서 했는데도 못 풀었던 것을 우리 미제전담팀이 풀기도 하고 이런 경우들이 있는 거예요?
◆ 정지일> 그렇죠. 그래도 전부 저희들 독단적으로 한 건 아니고요. 시민들이 중요한 제보를 주실 때도 있고요. 우리 시민들이 보셨을 때는 별거 아닌 이야기지만, 저희 수사진에게는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는 제보 등으로 인해서 해결하기도 합니다.
◇ 김현정> 우리가 생각할 때는. 우리 시민들, 일반인이 생각할 때는 별거 아닌 사소한 것 같은데도 결정적인 증거가 될 때가 있어요?
◆ 정지일> 그럼요, 많죠. 2012년도에 경기도 용인에서 한 사채업자가 피해자를 산 채로 암매장한 사건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피의자하고 같이 알고 지내던 지인이 술 한잔 먹으면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대요.
◇ 김현정> 뭐라고요?
◆ 정지일> 피의자가 지인한테 술 마시면서, 지나가는 얘기로 이야기를 한 거죠. 자기 경험담을.
◇ 김현정> 그러니까 피의자. 나중에 잡고 보니까 그 가해자가 지인한테. ‘나 옛날에도 이렇게 사람 암매장해가지고서, 매장하듯이 해가지고서 돈 받아낸 적 있어.’ 이런 식으로?
◆ 정지일> 네. 그 얘기를 들은 지인이 저희 사무실에 전화를 했어요. 만나서 그간의 일을 쭉 들어보고 수사 착수해서 해결한 사례가 있습니다.
◇ 김현정> 술을 먹으면서 들은 얘기기 때문에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농담인지 뭔지 가물가물합니다라면서, 탁 던진 그 제보 한마디로 안 풀렸던 사건이 몇 년 만에 풀리기도 하는군요. 또 그 당시에는 수사기법이 발달하지 못해서, 과학수사 같은 게 안 돼서 못 풀었던 것이 몇 년 후에 기술이 발달해서 풀리기도 하고 뭐 그런 사례도 있죠?
◆ 정지일>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서 쪽지문이라고 해서 조그만 지문이 있습니다, 반쪽짜리 지문이.
◇ 김현정> 반쪽짜리 지문.
◆ 정지일> 그런 걸 지금은 복원하는 기술이 발달됐고요. 또 청취자분들께서도 많이 아시겠지만, DNA. 그때 당시에는 DNA 기술이 발달되지 않아서 묻혔던 사건이 과학적 수사기법의 발달에 따라서 재분석해서 범인이 특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팀장님, 만약 머리카락이 있었어요. 사건현장에서. 범인의 머리카락으로 보이는. 이런 건 몇 년까지 DNA를 추출할 수 있습니까?
◆ 정지일> 보관 상태만 좋다면 앞으로는 몇 백년 후에도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재분석할 수 있는 기술은 충분히 축적돼 있다고 봅니다, 저는. 땀이라든지 우리 타액에 나오는 세포, 이런 것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 김현정> 그나저나, 우리 팀장님은 경찰 생활 몇 년 하셨어요?
◆ 정지일> 1986년도에 경찰에 입문했으니까요. 올해로 꼭 30년 됩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전담팀 팀장 정지일 경감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와. 정말 베테랑이신데. 드라마들 보면 항상 형사 분들은 밤새 잠복하고 차에서 라면 먹으면서 밤 보내시고. 도대체 이분들은 잠을 언제 자나 싶던데 실제로는 근무형태가 어떻습니까?
◆ 정지일> 드라마하고 현실이 거의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사실 형사들은 한겨울에도 잠복을 할 때, 주택가나 잠복을 할 때 자동차에 히터 같은 걸 못 틉니다.
◇ 김현정> 아... 소리날까 봐.
◆ 정지일> 또 반대로 여름에도 에어컨도 못 틀고. 피해자분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된다는 사명감 하나 가지고 뛰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실 그거 없으면 못 하죠. 지금까지 경찰 생활하면서 가장 마음에 쓰였던, 안타까웠던 어떤 피해자 사연 기억나는 게 있으시다면요?
◆ 정지일> 해남 암매장 사건이 있었는데, 해당 사건의 암매장된 피해자분의 사체를 못했습니다.
◇ 김현정> 범인은 잡았는데 피해자는 끝까지 사체가 안 나왔어요?
◆ 정지일> 네. 그쪽에 암매장했던 장소에 개발도 이루어졌고, 좀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찾아서 가족과 만날 수 있게 해 드렸어야 되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분의 외로움을 달래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미제사건을 해결했어도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피해자를 찾지 못했을 때, 시신을 찾지 못했을 때 그때 안타까움이 있군요. 참 그런 강력사건이라고 하죠. 잔혹한 사건 맡고 나면, 집에 가서도 온통 그 생각만 하실 거 아니에요. 밥 먹을 때도 그 생각, 가족들 볼 때도 그 생각. 그러면 이거 좀 가족들한테 미안할 때도 있으시죠?
◆ 정지일> 그렇죠. 가족한테 물론 미안하죠. 그리고 또 지금까지 이렇게 말없이 지켜봐준 가족에게 첫 번째로 감사하고요. 평소에도 자동차 운전을 하다가도 생각나면 그때그때 메모를 해놓고 행사 갔다가도 생각이 나면 또 메모를 해놓고. 수사에 활용을 하고 이런 생활의 반복입니다.
◇ 김현정> 고생하십니다. 끝으로 꼭 잡고 싶은 범인, 그 범인에게 한마디 지금 해 주신다면. (웃음) 방송 들을지 모르겠습니다마는.
◆ 정지일> 알겠습니다. 첫 번째로 우선 범인한테 하고 싶은 얘기는, 죄책감에 더 이상 시달리지 말고 하루빨리 자수해서 광명을 찾았으면 좋겠고요. 왜 그러냐면 저희들이 피의자하고 대화를 하다 보면 그동안에 피의자 삶도 아주 황폐돼 있고. 잠도 잘 못 잤고. 또 공소시효가 또 폐지되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 정지일> 하루빨리 자수해서 피해자에게 사과도 하고 또 새로운 삶을 이어갔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 김현정> ‘자수해서 두 다리 뻗고 자자.’ 오늘 중요한 교훈 하나 주셨어요. (웃음)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죠. 앞으로도 고생 많이 해 주시고요. 정말 시민들의,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정지일>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화제의 인터뷰, 서울지방청 중요 미제사건전담팀의 정지일 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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