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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버리고 싶어요" 아이는 머릿속을 검게 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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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임청소년 보고서 ⑤] 아이들의 심리 분석 보고서

최근 가정폭력과 학대에 희생된 아이들의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한편에는 희생되지 않기 위해 집을 떠난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사회로 나온 뒤에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대전CBS가 내버려진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아빠한테 맞아 죽겠다 싶었죠" 모텔방 전전하는 아이들
② 16살 주희가 노래방 도우미로 빠진 이유는
③ "나는 14살, 양치질 배워본 적 없어요"
④ 가정폭력 피해자 정수는 어떻게 가해자가 됐나
⑤ "지워버리고 싶어요" 아이는 머릿속을 검게 칠했다
고등학생인 성민(가명)은 매일 때리는 아빠가 무서웠다. 폭력에 시달린 엄마는 집을 나갔다. 성민이도 가출을 했다. 내버려진 아이는 무서운 아이로 변했다. 방화, 퍽치기에 경찰관을 폭행했고 결국 교정시설로 들어왔다. 성민이는 왜 이렇게 변한 걸까?

1년 간 상처받은 아이들을 만나 심리검사와 상담을 진행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했다.

고등학생인 성민(가명)이의 그림

 

성민이는 그 때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성민이는 관심을 표현해달라는 말에 얼굴과 머릿속을 모두 검게 칠했다. 집에서 폭행당했던 기억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새까만 그림 속에 코와 입은 하얗게 칠했다. 그래도 세상과 대화하고 싶다는 간절함의 표현이다.

"저를 지키기 위해서 칼을 들었어요."(그림) '칼'을 도구로 썼다. 즉흥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는 것,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안전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칼'을 생각할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던 성민이. 하지만 성민이는 정확히 그 대상이 누구인지 몰랐다. 화를 누구에게 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미영(가명)이의 그림

 

고등학교 1학년인 미영(가명)은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다. 사회로 내쫓긴 아이는 겪지 말아야 할 임신과 낙태를 하면서 자해까지 했다.

"우울하고 자살 충동에 시달려요." (그림) 미영이는 어린 아이를 떠나보냈다는 것에 상실감이 컸다. 낙태 때문에 여전히 아파하고 있다.

미영이에게 오늘 떠오르는 단어로 글을 써달라고 했다. 미영이가 택한 단어는 자살. 미영이는 그래도 살아갈 힘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아이는 글에 "오늘도 나는 자살을 하려고 마음을 먹습니다. 하지만 막상 죽으려고 하니 나의 주변 사람들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눈물만 흐릅니다"라고 했다. 세상 사람들한테 보듬어달라고 손을 내미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성수(가명)의 그림

 

부모의 이혼. 아버지와 생활한 중학교 3학년 성수(가명). 아버지의 매를 피해 사회에 나왔다. 물건 등을 훔치다 한 시설로 들어왔다.

성수에게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 두려운 사람을 물었다. '아빠'라고 했다. 아빠에게 너무 맞아서 주변에서 구조해줬던 아픈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엄마를 묻자 모른다고 했다.

"엄마의 품이 그리워요."(그림) 투박한 갈색 느낌은 엄마를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을 돌봐주지 않았던 엄마를 싫어하는 아픈 감정의 표현이다. 성수는 기억에 없는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 조금씩 마음을 열었지만···다시 사라진 아이들

성민이와 미영이, 성수는 변했다.

아이들의 치료를 맡았던 한예술치료교육연구소는 "상담 초기 적대감에 입을 굳게 다물었던 아이들이 자기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상담사들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며 "그러면서 심리적으로 위안을 받으며 살아갈 힘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성장기 심한 상처를 받은 만큼 1년간의 관리로는 치유가 쉽지 않았다.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했지만, 치료는 1년 만에 중단됐다.

아이들이 시설을 나가면서 다시 '관심 밖 아이들'이 된 것이다. 아이들의 심리검사와 상담을 맡아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선미 한예술치료교육연구소장은 "이 아이들은 가정폭력을 피해 사회로 나왔는데, 교정시설에서 나간 뒤에 집으로 돌아가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오 소장은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을 돌봐줘야 하는데, 자치단체나 교육청, 전문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의 자료를 공유해 계속 관리를 해주는 프로그램도 없다"고 했다.

아이들이 다시 시설로 들어와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꾸준한 관리에 손을 놓으면서 아이들은 여전히 학대와 폭력의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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