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혼자 거주하는 29살 직장인 박지훈씨는 "식료품 대부분을 편의점에서 구입한다"고 말했다. 구매하는 물건은 생수부터 라면, 채소까지 다양하다. 작은 냉장고에 크게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 1리터짜리 생수도 편의점에서만 파는 물품이다. 박씨는 "한 번에 많은 양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대형마트보다는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게 익숙하다"고 말했다.# 30살 직장인 조수민씨는 편의점 PB상품을 애용한다. 편의점 도시락은 브랜드별 장단점을 알고 있을 정도로 빠삭했다. "혼자 거주하기 때문에 외식은 부담스럽고,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하기는 애매해서 편의점 도시락을 사와 집에서 간편히 데워먹는 편이다"고 말했다. 조씨는 도시락을 사면서 편의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 요구르트나 컵라면도 자주 찾는다고 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오랜 불황과 온라인 시장 활성화로 고전을 면치못하는 상황에서 편의점만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혼자 거주하는 싱글족들이 늘어나면서 편의점에서 간단히 장을 보거나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담배, 주류 등 전통적인 인기상품 외에 도시락, 라면, 유제품 등 먹거리 매출이 최근 몇년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각 회사에서 기발한 아이디어의 PB(자체브랜드) 상품을 내놓으면서 고객들을 유인해 편의점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GS리테일은 2013년 1월 편의점 업계에서 최초로 '식품연구소'를 만들어 PB개발에 앞장섰다. 자체 개발해 히트한 컵라면 '오모리김치찌개'는 전체 라면 매출에서 농심 신라면을 뛰어넘을 정도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GS25의 '신동엽 도시락' (GS25 홈페이지 캡처)
특히 GS편의점에서 2010년 9월 탤런트 김혜자씨를 도시락 모델로 기용한 '혜자도시락'을 출시하면서 편의점 도시락이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후 경쟁사들이 잇따라 '백종원 도시락'(씨유), '혜리 도시락'(세븐일레븐)을 출시해 서로 경쟁하면서 편의점 도시락 시장 전체가 커지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인터넷 용어로 '혜자스럽다'가 '가성비가 좋다'는 뜻으로 쓰일 정도로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도시락은 물론이고 자체 개발한 컵라면과 유제품 등은 전체 매출에서 상위권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CU편의점은 기존 제품의 용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PB상품을 히트시켰다. 작은 냉장고에도 들어가는 1L짜리 생수를 출시해 인기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홀로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2L 생수는 냉장고에 부피를 너무 많이 차지하고 500ML는 용량이 적어 불편한 점을 착안한 것이다.
용량을 키워서 히트한 PB상품도 있다. 서울우유와 합작해 만든 드링킹 빅요구르트는 작은 기존 요구르트 모양 그대로 용량을 키우면서 망고맛 등 새로운 맛을 추가했다. 이밖에 초코, 딸기, 바나나, 멜론 등 다양한 맛의 가공우유를 500ml까지 용량을 늘려 출시해 히트를 쳤다.
CU의 대한민국 유명 특산품으로 만든 'PB 라면' 3종
지난해에는 전국의 특산물을 라면에 적용시킨 '라면로드'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속초홍게라면', '임실치즈라면', '청양고추라면' 등 이색 라면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CU편의점의 BGF리테일 관계자는 "PB상품이 단순히 가격경쟁력만 있는것이 아니라 기존에는 없는 용량의 제품을 출시하는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편의점 매출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말 테스트키친, 연구실 등을 갖춘 '상품연구소'를 삼성동 본관 별관에 설립하고 PB 자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편의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제품을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 세븐일레븐에서 출시한 '교동짬뽕'은 지역 맛집과 협업에 히트를 쳤고, 한때 신라면을 제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세븐일레븐의 '수박우유'
지난해 출시한 '수박우유'의 경우 한시적인 상품으로 계획됐다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마카롱에 아이스크림을 접목한 제품이나 우유빙수 설 등 디저트 제품이 히트하면서 매출 신장에 도움을 줬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우리 편의점에서만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고객들을 유인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PB상품 효과는 통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편의점 시장 총 매출 규모는 전년대비 9.4% 성장한 15조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중 PB 상품 매출이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GS25는 전체 매출 가운데 PB상품 매출 비중이 35.4%(지난해 10월 기준)에 달하고,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10월 기준 35%선을 기록했다. 싱글족들이 늘어나는데다 각 회사가 경쟁적으로 PB상품 개발에 몰두하면서 편의점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