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사드 문제가 한국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대북 제재를 위한 협상 카드로 사드를 활용하는 반면,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필수적 대응 수단으로 간주하는 등 양국의 생각이 달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워싱턴 공동 회견에서 "미국은 사드 배치에 급급해하거나 초초해 하고 있지 않으며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면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케리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경우에 따라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한국내에서는 사드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위한 지렛대로 이용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6일 한국을 방문해 "사드와 안보리 제재 협상은 별개" 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중국의 안보리 결의 동의와 한·미 간 사드 논의 연기에 연관성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사드는 외교적 협상칩(bargaining chip)이 아니다"면서 "안보리의 외교적 트랙과 사드 배치 문제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주한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차원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원칙적인 얘기다.
그러나 이는 케리 국무장관 등의 말과는 온도차가 있는 것이어서 미중간 협상에서 소외된 한국을 일시적으로 달래기 위한 발언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한국내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공동실무단 구성 및 운영 약정 체결이 계속 지연되면서 미중간 협상에 사드가 이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국방부는 "사드 배치를 추진한다는 한미 양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사드 배치 철회론'에 쐐기를 박았다.
(사진=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국방부는 한발 더 나아가 사드의 주한 미군 배치 문제와 관련한 쟁점들을 최근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전을 시작했다.
국방부는 "사드와 관련한 정보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간 견해차, 유엔 대북제재 이용설 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한국의 의구심이 증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일 "한국 언론들이 케리 장관의 발언을 통해 미국이 사드를 한국의 미사일 방어능력 개선보다는 단순히 중국과의 협상 칩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북한 간의 평화협상설과 함께 미국의 포기, 그리고 자국의 운명을 타국들이 협상하는 '고래 사이의 새우'라는 지적이 팽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사드와 안보리 제재 협상은 별개라며 무마에 나섰으나 한국은 사드에 대한 미국의 변덕에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박근혜 정부가 수년간의 망설임 끝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사드 배치 협의를 천명했고 이에 대한 한국민의 지지도도 3분의 2를 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케리 장관의 발언이 있기 전까지 한국내에서는 중국의 안보이익 침해에 맞서 불충분한 독자적 미사일 방어망을 극복하기 위한 사드 배치의 필요성에 대해 강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었지만 지금은 이 같은 강력한 컨센서스가 오바마 행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국의 포기 가능성에 대한 분노로 대체됐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미국과 사드 배치를 위한 협의를 조만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단 한미공동실무단을 통한 양국의 협의는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동참에 참여한 상황에서 미국이 최소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