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쓸로몬] 장관님, '파견직 확대'가 '신규 일자리 창출'이라고요?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고향가는 길'에서 본 노동부장관님 글에 대한 답장

(사진=문화체육관광부 발행 <고향가는 길 2016 설> 책자 표지)

 

NOCUTBIZ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님, 이번 설 명절에 KTX로 고향에 내려가면서 기차 안에 비치돼있던 책자에 실린 장관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고향가는 길="" 2016="" 설=""> 책자에 노동개혁 관련 기고를 하셨더라고요.

그런데 장관님 글을 읽으며 몇가지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1. "노동개혁 5대 입법은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실업급여를 늘리며, 출퇴근 재해를 산재보험으로 보상하고, 비정규직 고용 안정과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아닙니다 장관님. 근로시간이 단축됐다기 보다는 그동안 법에 언급되지 않았던 휴일(토·일요일) 근로가 정식으로 법에 명시되면서 근로시간이 '단축된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기존 근로기준법상 합법적인 근로시간은 주40시간에 연장 근로 최대 12시간을 더해 총 52시간까지였죠. 하지만 이때 주40시간이 평일만 뜻하는지 휴일까지 포함한 것인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토·일요일 추가 근로를 해도 근로시간 제한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토·일요일 하루 8시간씩 이틀간 16시간 '풀근무'를 한다고 할 때, 한 주 동안 최대 68시간을 일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한 주를 '토·일요일 포함한 7일'로 명확히 했습니다. 또 근로시간은 7일 총 52시간으로 못박았습니다.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이 됐으면 상당히 단축된 것 아니냐고요? 근로시간은 원래도 주40시간, 연장근로 포함 총 52시간이었습니다. 휴일근로만 법망을 애매하게 벗어나 있었던 것이고요. 따라서 이제야 휴일근로가 명확히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것일 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비정상의 정상화'엔 해당될 수 있겠지만요.

게다가 노사 합의가 있는 경우 총 8시간 추가로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즉, 한 주당 최장 근로시간은 52시간이 아닌 60시간이 되는 것이죠.

 

2. "노동개혁 입법에 일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특히 파견법안에 대해서는 파견근로자를 양산한다는 이유로 노동계 등의 반대가 높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가장 열악한 일자리인 용역근로의 58.8%25, 영세자영업의 48%25가 55세 이상 장년들입니다. 여러 연구자들이 밝혔듯이 이분들에게 파견을 확대할 경우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고, 용역 등 더 열악한 일자리에서 법의 보호를 받는 파견직으로 전환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 파견근로자법은 55세 이상과 고소득 관리직 전문직 종사자, 뿌리산업 종사자에 대해 파견업무를 확대하는 개정안인데 과연 이게 "고령자의 일자리 확충 필요성에 부응"하는 방안일까요?

이 법에 따르면 55세부터는 '파견근로자'로 쓸 수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사측에서 굳이, 55세 이상의 고연봉 노동자를 상용직으로 사용하려 할까요? 야당과 노동계가 사실상 정년이 '54세'로 낮아질 것이라며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요? 불안정고용의 대표 사례인 '파견직' 확대를 신규 일자리 창출로 봐야 할까요?

노동'개악'이라는 비판 때문에 정부와 여당조차도 "'파견법'은 중장기 과제로 넘기자"고 했던 마당에, 장관님은 여전히 '현실을 직시'하자고 하시는군요.

 

3. "노동계 등은 2대 지침에 대해 '쉬운 해고', '일방적 임금삭감'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한마디로 허구입니다. 우선, 공정인사지침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지금의 경직적인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 관행을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 2대 지침은 일반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공정인사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한 '취업규칙 변경' 지침인데요.

공정인사지침에 대해, 장관님은 "경직적인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 관행을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셨죠.

장관님이 말한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으로의 전환'이 현실에서 '저성과자 해고'의 모습으로 구현될 것이란 사실은 드러내놓고 설명하지 않으시네요.

4. "특히 업무 능력 결여를 이유로 한 해고는 판례에서 제시된 요건과 절차를 빠짐없이 담아 부당해고에 대한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대다수 성실한 근로자와는 전혀 무관하며, 극히 예외적으로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아 동료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등에만 해당될 것인데, 그 경우에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교육 훈련, 배치전환 등을 통해 개선 기회를 부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경우에만 해고가 가능합니다."

: "대다수 성실한 근로자와는 전혀 무관하다" 하시지만, 노동자의 성실성을 정부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작정인지요. 일부 과거 사례에 불과한 판례가 앞으로 일어날 다양한 해고에 적확한 기준을 제시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동료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만 해당"된다고도 말하셨는데, 이제는 업무보다 동료나 상사와의 '인간관계'에 더 성의를 기울여야 할까봐 걱정됩니다.

 

5. "대기업과 정규직 등 소위 상위 10%의 양보와 배려가 요구되는 우리 세대의 역사적 사명입니다."

: 노동개혁의 적용 대상을 보면 2년짜리 기간제노동자들, 55세 이상의 고령자들, 회사 눈 밖에 난 대기발령자들인데, 이들이 소위 '상위 10%'인가요?

"10년 후에는 우리 아들딸들이 고향 가는 길에는 직장에서 번 월급으로 배우자와 자녀를 데리고 풍성한 선물을 손에 쥐고 찾아올 것을 희망하면서" 노동개혁 완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저도 제가 10년 뒤에 '풍성한 선물'을 들고 고향가는 KTX에 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답장을 드렸습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