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3호 발사 모습 (사진=노동신문)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로 동북아시아의 외교·안보 지형이 신냉전 체제에 가까운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동북아 지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경쟁을 부추겨 한국·미국·일본 대 중국·러시아 사이의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7일(현지시간) '북한 로켓 발사가 미사일방어 '스타워즈'(Star Wars)라는 새로운 시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동북아 지역의 긴장 고조 가능성을 거론했다.
인디펜던트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미국과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논의를 시작하게끔 유도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긴장 수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어 "북한이 '위성' 발사 성공을 발표한 직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미국과 한국이 사드 논의 시작을 발표했다"며 "사드가 배치되면 주변 지역에 '스타워즈'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과 미국이 중국 등의 반대에도 사드 배치를 확정하면 동북아시아 등 한반도 주변 정세가 또 다른 차원의 긴장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한국과 미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논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한다고 발표하자 지지 입장을 밝힌 일본과는 달리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중국은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긴급히 초치해 한미간 사드배치 공식협의 결정에 항의했다.
러시아도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뚜렷이 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사드를 사실상 미국의 MD로 칭하면서 사드 배치 결정이 "한러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속에 한국과 미국, 일본의 동맹 관계는 북한의 로켓 발사로 더욱 끈끈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미·일 세 나라 사이의 실시간 정보공유 체제 구축을 위해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한 중국의 미적지근한 반응이 사드 배치 논의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동북아에서 한·미·일과 중·러간 군사력 확장 경쟁 등 힘겨루기 양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관리와 안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의 로켓 발사로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MD 체계를 빠르게 증강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도를 더 높이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우려를 더 크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핵우산 뒤에 숨으려는 북한 정권의 편집증과 벼랑 끝 전술이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 군비경쟁과 핵확산 등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디언은 이날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가디언의 시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1990년대 초반 드러난 북한의 은밀한 핵 프로그램은 이제 핵확산뿐만 아니라 전쟁억지 차원의 문제로 비화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