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삼성화재의 공격을 사실상 홀로 이끌고 있는 외국인 선수 그로저는 결국 지난 경기에서 오른쪽 무릎의 부상이 악화되고 말았다.(자료사진=KOVO)
V-리그에 연일 ‘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들은 혹사 논란으로 하나 둘 쓰러지고 있고, 각 팀의 주축 선수들도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봄 배구’ 합류가 희미해진 삼성화재는 최근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났다. ‘유일신 괴르기 그로저가 지난 1일 한국전력과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경기 도중 무릎을 다쳤다.
이 경기에서 삼성화재는 1, 2세트를 먼저 따고도 내리 3세트를 내주는 역전패를 당했다. 최근 3경기 연속 패배로 OK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의 치열한 선두권 경쟁과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선두권과 격차를 좁혀야 하는 삼성화재에 그로저의 부상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무릎이 좋지 않았던 그로저가 소속팀 경기 외에도 독일 대표팀의 리우 올림픽 예선 일정까지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던 만큼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삼성화재는 당장 그로저를 경기에서 제외하기도 쉽지 않다. V-리그 출범 이후 외국인 선수가 공격을 담당하고 국내 선수가 궂은일을 담당하는 ‘분업배구’로 꾸준히 지켰던 만큼 국내 선수의 공격 가담 능력이 타 팀보다 부족하다. 올 시즌 역시 류윤식, 최귀엽 등 레프트 자원이 활약하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그로저는 온전치 않은 몸 상태에서 삼성화재의 공격을 사실상 홀로 책임지고 있다.
이상렬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외국은 우리와 달리 특정 선수의 공격 점유율이 높지 않다. 아무리 세계적인 선수였다고는 해도 그로저가 한국에 와서 상당히 버거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로저가 사실상 공격을 전담했던 삼성화재는 빈자리가 너무 크다. 남은 경기가 많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울 것"이라면서 "그로저가 3라운드나 4라운드 초반이 이런 상태였다면 최악에는 남자부 최하위가 됐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영은 외국인 선수 테일러가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된 상황에서 흥국생명의 공격을 홀로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자료사진=KOVO)
여자부의 흥국생명도 지난달 27일 현대건설과 경기부터 외국인 선수 테일러 심슨 없이 경기하고 있다. 경기 내내 점프를 뛰어야 하는 배구선수의 특성상 족저근막염 증상을 호소하는 테일러는 한동안 코트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이 때문에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의 교체도 고려했지만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선수 중에 눈에 띄는 선수가 없는 것이 고민이다. 임시방편으로 신연경과 신인 이한비가 코트에 나서지만 테일러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라 흥국생명은 최근 2경기에서 1세트를 얻는 데 그쳤다. 5라운드 들어 전패를 기록 중이다.
여자부 최하위 KGC인삼공사도 사실상 홀로 팀 내 모든 공격을 소화하는 외국인 선수 헤일리 스펠만이 체력 저하와 함께 어깨가 좋지 않아 고민이다. 인삼공사는 지난 1일 현대건설전에서 헤일리 없이도 귀중한 승리를 챙겼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선수가 헤일리의 부담을 덜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이숙자 KBSN 해설위원은 "테일러가 빠진 뒤 흥국생명이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이재영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재영은 1라운드부터 서서히 공격 성공률이 떨어져 5라운드에는 20%대에 그치고 있는데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흥국생명이 흔들리는 상황이 3위 싸움을 하는 한국도로공사와 GS칼텍스에는 기회다. 사실상 최하위가 확정된 KGC인삼공사의 최근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어 맞대결 결과도 매우 중요하다"고 예상했다.
외국인 선수뿐 아니라 국내 선수들도 최근 부상 소식이 전해졌다. 남녀부 1위를 달리는 OK저축은행과 IBK기업은행이 각각 주전 세터 이민규와 센터와 라이트를 절묘하게 오가는 국가대표 공격수 김희진을 부상으로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