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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의 목소리] "우린 대한민국에서 쓰레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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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방과 5인방의 아버지/사진제공=416의 목소리

 

'416 기억저장소'가 기획한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세번째 손님은 故김건우 학생의 어머니 김민아 씨입니다.

김민아 씨는 2014년 9월,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교황님이 다녀가고도 변하지 않는 세상을 보며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건우가 불러주는 "엄마 밥줘"라는 말을 제일 듣고 싶다는 건우엄마, 김민아 씨의 얘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김제훈, 이재욱, 이준우, 최성호, 김건우...단원고 5인방이었습니다. 모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없지만 이제 그 부모들이 아이들 못지 않은 10인방이 됐습니다.

김민아 씨의 독백입니다.

"이 사람들을 못 만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정말 힘들지 않았을까. 만약에 이 사람들 없이 우리끼리 그냥 했다면 이 시간을 견딜 수 있었을까"

다시 그날로 돌아갑니다. 2014년 4월 11일. 단원고 5인방이 건우네 집으로 모였고, 김민아 씨는 5인방에게 치즈 계란말이를 해주었습니다. 게눈 감추듯 사라진 계란말이를 보며 김민아 씨는 수학여행 다녀오면 더 많이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는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 약속이지만요.

김민아 씨는 2014년 4월 16일을 겪으면서 자신을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다"라고 단정지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애들뿐 아니라 엄마,아빠도 대한민국이라는 배 안에서 수장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이런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저희 엄마, 아빠들이 모여서 이런 얘기도 많이 해요. 우리가 쓰레기가 된 것 같다. 휴지통에 버려진 것 같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도 꽉 닫혔을까요? 김민아 씨의 얘기를 이어가겠습니다.


"4월 16일날 회사에 있는데 컴퓨터에 세월호 소식이 떴죠. 학교에 전화를 해보니까 괜찮다고, 기다리면 괜찮다고 아이들 다 갑판 위에 나와 있으니까 괜찮다고. 괜찮을꺼라고 설마 큰 배잖아요. 설마 큰 배가. 근데 회사 직원분들이 학교로 가라 제일 빠르다 정보가. 그래서 그냥 슬리퍼 신고 차 끌고 정신없이 학교로 갔죠"

"학교로 갔는데 아무도 어디로 가라고 말씀해주는 분이 없었어요. 엄마아빠들이 우왕좌왕하면서 교실로 갔는데 교실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요. 그래서 강당으로 갔는데 '전원구조' 나왔다고 다만 해안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려면 진도까지 오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어요. 그런데 구조자 명단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인원이 팍 줄어드는 거예요"

"바로 버스를 타고 내려갔죠. 밤 12시 넘어서 도착한 것 같은데 아무도 이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서장인가 왔다가 바뀌고 3~4명이 계속 바뀌면서 왔지만 똑같이 자기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하는거예요. 엄마, 아빠들이 조명탄을 왜 안 쏘느냐. 바지선은 없느냐고 물었는데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스스로 찾아서 해준 게 한개도 없어요. 그게 말이 되나요?"

세월호 유족들은 2014년 교황 방문 때 기대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유족들이 교황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대한민국 경찰들이 인간 장벽을 구축했습니다.

오죽하면 김민아 씨가 인간 장벽을 하고 있는 여경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을까요?

"너희들은 이 나라에 사는 것도 좋고, 지금 이 의무기간동안에는 최선을 다해라. 하지만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만큼은 이 나라에서 낳지 말아라. 잘못해서 사고가 나면 그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게 되니까. 아무도 구해주지 않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부모 역시 버림 받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지 말아라"

사고가 난 뒤 여야의 거물 정치인이 팽목항에 내려와서 사진만 찍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절망했던 김민아 씨. 세월호 여파로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연신 떠들어대는 언론에 좌절했던 김민아 씨. 애들이 죽었는데 '수학여행 못갔다'며 수행여행비를 통장에 넣어주는 국회에 치를 떨었던 김민아 씨. 위로는 못해줄망정 캡싸이신을 눈에 쏘아댄 경찰과 '유족충'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야했던 김민아 씨.

"제가 제 마음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해준 거는 하나도 없는데 최소한 우리 아이가 어디서 어떻게 됐는지는 알아야겠고 또 아들한테 미안하다고 해주고, 엄마가 끝까지 밝혀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해볼랍니다."

'416의 목소리' 방송은 매주 금요일 팟캐스트 포털서비스 ‘팟빵’, 416의 목소리 페이스북 페이지, 노컷뉴스 홈페이지 등에서 청취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가족의 소리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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